[TV 가이드]
21세기판 <미워도 다시 한번>? <온리 유>
2005-06-02
글 : 피소현 (<스카이라이프> 기자)
<발리에서 생긴 일> 최문석 PD의 새 드라마 <온리 유>

지난해 방송됐던 <발리에서 생긴 일>은 하지원, 박예진, 조인성, 소지섭 등 잘 나가는 청춘스타들이 출연하고 네 남녀의 얽히고 설킨 사랑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그동안 흔히 보아온 ‘그렇고 그런’ 트렌디 드라마로 여겨졌다. 그러나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탄탄한 구성과 치밀한 심리묘사가 설득력을 얻었고, 현재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사랑과 야망, 현실과 이상 사이의 갈등과 고뇌를 현실적으로 그려낸 깊이있는 드라마라는 호평을 받았다. 때문에 파격적인 결말까지 긴장감을 이끌어간 <발리에서 생긴 일>의 최문석 PD가 연출을 맡았다는 점만으로 <온리 유>에 대한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그린 로즈>의 뒤를 이어 6월4일부터 방송되는 <온리 유>는 최 PD가 지난해 6월부터 기획해온 작품이다. “<발리에서 생긴 일>이 사랑을 회의적인 시각에서 바라보며 심리적인 갈등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면 <온리 유>는 사랑을 따뜻하고 긍정적으로 그린다”는 게 최 PD의 설명. 때문에 주인공들이 죽음을 맞이한 <발리에서 생긴 일>과는 달리 흐뭇하게 볼 수 있는 해피엔딩으로 결말을 맺는다.

두 주인공 은재(한채영)와 이준(조현재)이 이탈리아에서 우연히 만나면서 드라마는 시작된다. 요리가 좋아 대학 진학도 포기한 채 요리대회에 나가 우승을 하게 된 은재는 이탈리아 요리학교로 연수를 가게 되고, 특별한 스파게티 소스의 비법을 얻기 위해 찾아간 곳에서 이준을 만난다. 이준이 거만하고 도도하기 짝이 없는 남자라고 생각하던 은재는 그가 어릴 적 헤어진 엄마를 찾아왔다는 사실을 안 뒤 마음을 열게 돼 달콤한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이준이 떠난 뒤 뒤늦게 임신 사실을 알게 된 은재는 한국으로 돌아와 갖은고생을 하며 아들 진솔을 혼자 힘으로 키운다. 6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뒤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된 은재와 이준. 그때서야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지만 은재가 아들의 존재를 숨기면서 두 사람 사이에는 다시금 오해가 싹튼다.

독신모라는 민감한 소재를 다루는 만큼 다소 무거운 드라마가 되지 않을까 짐작되지만 <온리 유>는 독신모의 힘겨운 ‘현실’보다는 아이를 매개로 두 주인공이 다시 사랑을 깨달아가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 제목이 의미하는 것처럼 서로에게 ‘온리 유’인 두 사람이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사랑을 확인하게 된다는 것. 1960년대 눈물바람을 일으켰던 영화 <미워도 다시 한번>의 감성을 되살려보고 싶었다는 최 PD는 “혈육에 대한 본능적인 끌림 같은 신파조의 설정도 강할 것”이라며 “요즘 멜로드라마에는 가족이 배제되는 경우가 많은데, 젊은 감각의 멜로에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내용을 접목시키려 한다”고 말했다. <온리 유>는 그 사이에 오해와 질투가 있긴 해도 두 주인공이 서로 사랑하는 감정선이 확실하기 때문에 <발리에서 생긴 일>에 비해 심리묘사의 밀도가 덜하다. 전작과 비슷한 긴장감을 원하는 시청자에게는 다소 실망스러울 수도 있는 부분. 하지만 사건 위주의 전개보다는 주인공들이 그 안에서 겪는 심리적인 갈등에 집중해온 최 PD의 작품이기에 아직 단정짓긴 이르다. 예를 들어 이준이 6년 만에 만난 은재를 사랑하게 되는 과정은 ‘저 여자의 곁에 있고 싶다?’, ‘결혼까지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아이가 있다. 어쩌지?’, ‘그 정도는 극복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아이가 바로 내 아이라니. 이럴 수가!’ 등 상황 전개에 따라 그때그때 달라지는 심리상태가 그려질 예정이다.

<발리에서 생긴 일>이 처음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방식의 드라마였듯이 <온리 유> 또한 뚜껑을 열어봐야 실체를 확인할 수 있겠지만, 사실 기대감을 반감시키는 요소들이 꽤 있다. 무엇보다 ‘하룻밤의 열정으로 아이가 생겨 여자 혼자 낳아 기르다가 남자가 그 사실을 알게 된다’는 설정은 이미 MBC 드라마 <원더풀 라이프>가 보여준 것이고, 이탈리아 요리를 소재로 한다는 점도 현재 방영되고 있는 MBC 주말드라마 <사랑찬가>를 연상시키는 요인이 된다. 최 PD는 “그 드라마들보다 <온리 유>가 먼저 기획됐는데 타이밍이 안 좋게 됐다”고 말했지만 시청자가 그런 사정을 모두 이해해줄 리 없다. 결국 비슷한 소재를 얼마나 설득력 있고 완성도 있게 풀어내느냐가 드라마 성공의 관건인 셈. 이에 대해 최 PD는 “통속적이고 새롭지 못한 소재로 성의없이 만들었다는 비판이 있으면 달게 받겠다”면서도 “시청률보다 그런 비판이 더 부담되긴 하지만 연출자 최문석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잘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도록 만들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독신모라는 소재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도 역시 우려되는 부분 중 하나다. 자칫하면 드라마의 갈등 관계를 만들기 위한 사랑놀음의 도구로 손쉽게 그려질 수도 있고, 그에 따른 비판도 피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려들을 잠재울 수 있는 것은 작가와 연출자가 드라마를 어떻게 전개해나가느냐에 달려 있지만, 이를 시청자의 눈앞에 구현해낼 배우들의 몫도 크다. 은재 역을 맡은 한채영의 경우 <쾌걸 춘향> 이후 도시적인 이미지가 많이 약해진데다 실제 성격이 극중 인물과 비슷한 점이 많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지만, 그동안 착하고 순애보적인 배역만 주로 맡다 이번에 까다롭고 차가운 재벌 3세 이준으로 분한 조현재는 연기 변신의 부담이 클 듯하다. 이들과 갈등관계를 만들어갈 수연, 현성 역의 홍수현과 이천희 또한 가능성 있는 신예지만 결과는 미지수다.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받고 있는 <온리 유>가 <발리에서 생긴 일>이 그랬듯 예상치 못한 매력으로 즐거움을 안겨주는 드라마가 될지, 비난의 화살에 시달리다 꽃을 피우지 못하는 비운의 드라마가 될지, 이제 판단은 시청자에게 맡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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