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 베일 “인간적인 모습 강조”
크리스토퍼 놀란 “후천적 영웅으로 표현”
“만화 속 배트맨의 이미지와 어두운 인간의 내면, 분노, 아버지한테 받은 교육 등에 집중했습니다. 배트맨 시리즈의 기원에 대해 이야기한 것이 아니라 그의 인간적인 면모에 기반을 둔 거죠.”
‘네번째 배트맨’ 크리스천 베일이 지난 30일 오후 일본 도쿄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새 영화 <배트맨 비긴스>에 대해 설명했다. 배트맨으로 변신하는 브루스 웨인 역을 맡은 크리스천 베일은 <아메리칸 사이코> <머시니스트> <이퀼리브리엄> 등에서 강한 캐릭터를 연기한 바 있다. <배트맨 비긴스>는 1989년 <배트맨> 이래로, 할리우드의 배트맨 시리즈로는 다섯번째 작품이다. 마이클 케인, 게리 올드만, 모건 프리먼, 리암 니슨, 와타나베 켄, 케이티 홈스가 주요 배역으로 출연했다.
크리스천 베일은 “브루스 웨인이 어린 시절의 경험을 극복하고 어른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이 매력적이었다”며 “웨인은 악의 세력을 무찌른다는 분명한 목적의식을 갖고 배트맨으로 거듭났다”고 ‘인간적인 배트맨’을 강조했다. 이어 “단순한 망상에 그치지 않고, 개인적 삶을 희생해가며 사람들을 돕는 배트맨의 모습에 끌렸다”고 설명했다. 완결편으로는 역설적인 제목 <배트맨 비긴스>에서 볼 수 있듯, 배트맨의 탄생 기원을 다루기에 ‘고뇌하는 인간적 영웅’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이다.
<배트맨 비긴스>도 <슈퍼맨> <스파이더맨> 시리즈 처럼, 만화 속 영웅이 주인공으로 나와 선과 악의 확실한 대립 속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그린 오락영화다. 그러나 단순히 영웅적 면모에만 그치지 않고 영웅으로 변신하기까지 인간적인 고뇌를 부각시킨 점은 기존 영화와 다른 지점이다. <메멘토> <인썸니아>에서 범상치 않은 연출력을 발휘한 크스토퍼 놀란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것도, 이 영화에 대한 관심을 배가시키고 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시각적인 것에 중점을 두고 매력적인 화면을 만든 팀 버튼의 <배트맨> <배트맨 리턴스> 등과 달리 전혀 새로운 방향으로 캐릭터와 영화를 만들려 했다”며 “타고난 영웅으로 그리는 대신 ‘007 시리즈’처럼 자본과 첨단과학, 지옥 훈련의 결과로 탄생한 후천적 영웅으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브루스 웨인은 ‘수퍼 파워’가 없지만 막강한 재력을 가지고 있는데, 책임감 있게 돈을 쓰고 분노를 긍정적 방향으로 표출해, 자신의 힘을 좋은 쪽으로 키워가는 모습이 의미있다”고 풀이했다.
1939년 만화 작가 밥 케인이 만든 암울한 도시 고담시의 수호자 배트맨은, 60여년간 영화를 비롯해 드라마·애니메이션·게임 등으로 꾸준히 다뤄져왔다. 할리우드의 시리즈는 1989년 <배트맨>으로 시작됐다. 1편 <배트맨>과 2편 <배트맨 리턴스>(1992년)는 팀 버튼이 연출하고, 마이클 키튼이 주인공으로 나왔다. 1편에선 잭 니콜슨이 조커로 나왔고, 2편에선 대니 드 비토와 미셸 파이퍼가 각각 펭귄과 캣 우먼으로 출연했다. 발 킬머와 조지 클루니가 각각 주인공을 맡은 3편 <배트맨 포에버>(1995년)와 4편 <배트맨 & 로빈>(1997년)은 조엘 슈마허 감독의 작품이다. 오는 17일 미국 개봉을 시작으로 전 세계에 상영되는 <배트맨 비긴스>는 24일 한국에서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