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D 리뷰]
이글레시아의 스파게티 웨스턴 오마주, <800 블렛>
2005-06-03
글 : ibuti

알메리아 황야에 모래바람이 분다. 그러나 40년 전 그곳을 휩쓴 스파게티 웨스턴의 열풍은 사라진 지 오래다. 1965년, 유럽산 웨스턴이 세상을 뒤흔들 즈음에 태어난 알렉스 드 라 이글레시아에게 <800 블렛>은 장르에 대한 애정 표현이다. 그러나 이글레시아의 작품이 향수에 젖은 고백사일 리 만무하다. 서부극의 액션과 가족드라마가 덜컹거리며 만나고, 최후의 카우보이들은 특수부대와 현실주의자들에 대항해 일전을 준비한다. <800 블렛>은 죽은 아버지의 전설을 찾아나선 맹랑한 꼬마와 옛 꿈에 젖어 사는 철부지 할아버지의 이야기다. 늙은 스턴트맨과 일당은 모두 떠나버린 알메리아 황야의 마지막이자 새로운 무법자가 될 수 있을까? 단 800발의 총알에 남은 자존심을 묻은 옛 스턴트맨의 웃음과 눈물, 그것을 바라보는 마음이 알싸하다. 이글레시아는 스페인이야말로 스파게티 웨스턴이 피를 뿜은 땅이었음을 목놓아 외쳤으니, <800 블렛>은 그들의 웨스턴에서조차 가려졌던 수많은 스턴트맨(혹은 얼굴없는 카우보이)에게 바치는 시끌벅적한 헌사이기도 하다.

스페인판 <800 블렛> 오리지널 DVD와 비교했을 때 국내 출시본은 선명도가 많이 떨어진다. 아무래도 PAL 소스에서 변환한 마스터를 사용한 듯 보인다. 그리고 후반부에 싱크가 조금씩 어긋나는 것과 술집에서의 파티장면 일부 등이 삭제된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부록으로는 예고편, 포토갤러리 외에 20여분의 메이킹 필름이 있는데, 감독이 직접 진행하는 현장 스케치가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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