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경고 : 영화의 결말이 공개되어 있습니다)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의 공포영화 <플라이>는 원래 1958년 공개된 동명 작품의 리메이크다. 크로넨버그 버전에서는 물질전송기에 의해 파리와 유전자가 뒤섞인 과학자 브런들이 서서히 괴인으로 변화해가는 과정을 소름끼치는 이미지로 표현한 바 있다.
이와 달리 58년판 오리지널에서는 물질전송기를 개발한 과학자 앙드레의 머리와 왼팔이 파리와 뒤바뀌게 되는데, 결국 그의 아내(연인)에 의해 살해당하고 만다는 점은 리메이크와 같다. 그러나 오리지널에서는 일종의 ‘반전’이라고 할 만한 전개가 추가된다. 즉, 앙드레의 고통을 없애기 위해 그를 죽일 수밖에 없었던 아내 헬렌을 경찰이 살해 혐의로 기소해버리는 것이다. 극중 헬렌의 살인 행위가 정당화될 수 있었던 것은 앙드레의 머리와 왼팔이 완전히 파리가 되어버려 더 이상 인간이라고 부를 수 없는 상태가 되었기 때문. 그러나, 법과 규칙이 우선인 경찰로서는 시체만으로 헬렌의 말을 믿을 수 없었던 것이다. 결국 경찰은 그를 체포하기 위해 집에 들이닥치는데...
그때, 앙드레의 아들이 놀라운 것을 발견한다. 거미줄에 인간의 머리와 팔을 가진 파리가 걸린 채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라고 외치고 있었던 것. 앙드레의 형 프랑스와(빈센트 프라이스)는 이것을 경찰에게 보여주지만, 경찰은 그 참상을 더 이상 보지 못하고 이 ‘앙드레 파리’를 거미와 함께 돌로 내리쳐 죽인다. 마침내 헬렌은 살인 혐의를 벗게 되고, 이야기는 해피 엔딩으로 결말을 짓는다.
지금 보면 상당히 어설픈 비주얼이기는 하지만, 당시의 관객들에게 이 장면은 대단한 반전이었을 것이다. 특히 거미줄에 걸린 채 '살려주세요(Help me)!'를 외치는 앙드레의 가냘픈 목소리는 묘하게(?) 기억에 남는다. 그 때문인지 이 58년작 <플라이>는 현재까지도 장르 팬들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고전이자 컬트영화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