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에서 못본 장면]
<28일 후...> 3개의 각기 다른 엔딩
2005-06-03
글 : 김송호 (익스트림무비 스탭)

대니 보일 감독의 <28일 후...>는 '분노 바이러스'라는 설정을 통해 좀비 영화를 21세기에 걸맞는 새로운 장르로 탈바꿈시킨 수작이다. 이 영화는 지난 2003년 국내 극장 공개시 두 가지의 다른 결말을 함께 상영하여 화제를 모았는데, DVD에는 극장공개판을 통해 알려진 것을 포함, 총 3가지의 각기 다른 결말이 들어있다.

첫 번째 결말은 클라이맥스에서 큰 부상을 당한 짐(실리안 머피)이 병원에서 죽는 것으로, 옵션으로 선택 가능한 감독과 각본가의 음성해설에 따르면 가장 작품에 걸맞는 결말이라고 한다. 극장공개판에서 빠른 커트로 순식간에 지나간 치료 장면을 여기서는 온전히 볼 수 있는데, 흥미로운 것은 일행이 도착한 병원이 영화의 도입부에서 짐이 깨어났던 곳과 동일한 병원이라는 점이다.

셀레나의 필사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짐은 숨을 거두고 만다.

살아남은 셀레나와 해나를 기다리고 있는 운명은 무엇일까?

사경을 헤매는 짐을 위해 필사적으로 응급처치를 하는 셀레나(나오미 해리스)와 해나(메간 번즈). 그러나 결국 짐은 숨을 거두고, 두 여자는 새로운 길을 떠나게 된다. 짐을 대신하여 권총을 집어드는 어린 소녀 해나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두 번째 결말은 전투기를 향해 구조요청을 하는 일행이 등장하는 극장공개판과 상황이 같다. 단, 여기서는 짐이 없다. 이것은 첫 번째 결말의 연장선상에 해당하는 장면이라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재봉질을 하며 짐 대신 닭과 대화하는 셀레나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셀레나는 누군가에게 아이를 갖게 해 주겠다고 말한다.

그의 대화 상대는 다름아닌 닭 한 마리.

마지막 세 번째 결말은 촬영된 장면이 아닌, 스토리보드와 나레이션으로 재구성된 시퀀스다. 해나의 아버지 프랭크가 감염된 후, 일행이 군인들을 만나지 않은 채 도입부에 나온 병원으로 돌아와 또 다른 생존자를 만난다는 설정이다. 여기서도 짐은 비극적인 운명을 맞게 된다. 배우들을 대신해 감독과 각본가가 직접 연기한다.

짐 일행은 감염된 프랭크를 죽이는 대신 결박한다.

마지막 장면. 감염된 짐이 폭력적인 영상이 명멸하는 모니터 아래 누워있다.

이렇게 다양한 결말을 통해 <28일 후...>의 DVD는 하나의 작품을 관객 각자의 해석을 통해 새롭게 볼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제작진이 최선의 결말로 내세웠던 첫 번째 결말, 극장공개판에서 보았던 희망적인 결말과 함께 감상자 자신만의 결말을 연출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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