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타이틀]
<그랑 블루 UE> 확장판으로 보는 푸른 바다의 감동
2005-06-08
글 : 강신우

뤽 베송의 <그랑 블루>는 당시 프랑스 영화계에 있어 혁명과도 같은 영화였다. ‘크고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두 잠수부의 순수한 우정을 담아낸 이 영화는 프랑스에서 무려 4년에 걸친 장기상영으로 1천5백만 명이라는 관객을 스크린으로 불러들였다. <그랑 블루>를 통해 친할리우드파 뤽 베송은 갑자기 프랑스영화를 대표하는 감독으로 급부상했으며, 이어 누벨바그에 버금가는 영화혁명이 프랑스에서 다시 시작되었다.

국내에서도 90년대를 지냈던 수많은 영화광들에게 ‘내 인생의 영화’로 가슴 속 깊이 새겨져있는 <그랑 블루>가 OST DVD가 포함된 얼티밋 에디션으로 출시되었다. 가장 반가운 점은 이번 DVD가 168분의 확장판과 119분의 미국 개봉판 두 버전을 모두 수록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확장판에서 기존판에 비해 눈에 띠는 에피소드나 장면의 추가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은 팬들에게 아쉬운 부분이 될 수도 있겠다. 추가된 장면들은 대부분 기존판의 장면 하나하나에서 조금씩 살이 더해진 수준으로, 아름다운 푸른 바다를 오랜 시간 동안 천천히 감상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가장 만족해야 할 듯 하다.

한 가지 더 언급하고 싶은 것은 미국판은 프랑스판의 에릭 세라의 음악이 빌 콘티의 음악으로 살짝 바꿔치기 되었다는 점이다. 큰 차이는 느끼기 힘들지만 미국과 프랑스의 음악적 취향의 차이를 미묘하게나마 느낄 수 있다는 색다른 즐거움을 안겨준다.

이 영화를 좋아하는 팬의 입장에서는 푸른빛의 투명한 바다를 DVD의 깨끗한 화질로 보게 될 것을 무엇보다 기대했겠지만, 아쉽게도 그 기대는 살짝 접어두는 것이 좋을 듯 하다. 2.35:1 아나모픽 화면비의 영상으로 담겨있는 확장판은 전체적으로 흐릿하고 색상마저 탁해 처음 이 영화를 극장에서 큰 스크린으로 봤을 때의 감동을 다시 느끼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하지만 시네마스코프의 광활한 영상에 가득한 푸른 바다와 그 생동하는 움직임을 음표 삼아 연주되는 에릭 세라의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음악은 5.1채널 음향으로 힘 있게 재생되며 감동을 자아낸다.

<The Big Blue>라는 타이틀의 미국판은 화면의 양 옆이 잘린 4:3 풀스크린에 돌비 디지털 2.0 음향으로 영화가 수록되어 있어 존재 의의를 넘어서는 어떤 가치를 주기에는 역부족이다. 게다가 대사의 양이 많은 일부 장면의 경우 화면 양 끝에서 자막이 잘려나가 판독이 불가능하다는 치명적인 단점까지 존재한다.

<그랑 블루 UE>의 가장 큰 가치는 그동안 국내에서 DVD로 만날 수 없었던 <그랑 블루>의 두 버전을 하나의 타이틀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화질과 음향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지만, 지금 현재로서는 최선이자 최초의 타이틀이기에 <그랑 블루>의 팬이라면 관심을 가져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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