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가이드]
KBS 새 주말극 ‘슬픔이여 안녕’
2005-06-08
글 : 김진철 (한겨레 기자)
실업문제, 가업으로 푸는 성공담

오연수·이종원 주연…11일 첫 방송

네 형제의 삶이 가난하다. 착하기만 했지 별 다른 능력 없는 첫째와 유능하지만 처가에 기대어 살아가는 이기적인 둘째, 무한경쟁에 밀려 회사에서 내몰리는 셋째, 대학 졸업 뒤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넷째.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 이태백부터 삼팔선·사오정·오륙도까지 엄혹한 사회 세태가 드러난다. 곧 형제애로 똘똘 뭉쳐, 세상 떠난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갈 테지만.

한국방송 주말드라마 <부모님 전 상서>에 이어 11일부터 방영될 <슬픔이여 안녕>(최현경 극본, 문보현 연출)은 이처럼 네 형제의 가업 일으키기가 주된 이야기다. 동네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던 40대 첫째 성재(강남길)는, 대기업에서 나와 창업을 꿈꾸다 실패한 셋째 성민(이종원)을 돕기 위해 아내의 반대를 무릅쓰고 가게까지 팔아치운다. 여기에 막내 정우(김동완)와 둘째 성규(김일우)까지 우여곡절을 겪으며 가세해 가업인 가발사업 잇기에 나선다.

배다른 형제, 출생의 비밀, 삼각관계, 배신과 음모 등 흥행을 노린 요소도 빠지지 않는다. 성재의 아들인 줄 알았던 정우가 사실 배다른 동생인가 하면, 성민은 아내와 첫사랑 여진(오연수) 사이에서 끝없이 갈등하고 고민한다. 게다가 여진의 집안은 성민의 가업을 빼앗아 간 원수 격이다. 막내 정우는 부잣집 딸 서영(박선영)과 사랑에 빠지지만 가족의 반대를 이겨내기가 쉽지 않다.

각박한 세상임에 가정과 가족이 중요하다는 것이 큰 주제다. 가정과 가족을 지탱하는 형제와 부부의 인연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하는 드라마다. 실업이라는 사회적 문제의 해결책으로 가업이 제시되는 성공담이기도 하다. 주말 저녁 시간대 고른 시청층을 대상으로 한 전형적인 홈드라마인 셈이다.

작가와 피디는 지난해 일일 드라마 <백만송이 장미> 등에서 뛰어난 파트너쉽을 보여왔다. <백만송이 장미>는 가족의 긍정적 가치를 담담하고 진솔하게 그렸다는 호평과 더불어, 30%에 이르는 높은 평균 가구시청률을 기록했다. 흥행과 비평에서 모두 성공적이었다. 이번에도 가족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가족애에 목마른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리라 보이지만, 과연 출생의 비밀, 삼각관계 등 흔해 빠진 통속적 설정들을 얼마나 품위있고 고상하게 담아낼지가 드라마 품질의 관건이 될 듯하다.

출연자의 면모를 볼 때, 전망은 그리 나쁘지 않다. 지난해 각각 <두번째 프로포즈>와 <애정의 조건>에 나오며 연기에 물이 오른 두 배우 오연수와 이종원이 주역으로 출연하는 점에서 그렇다. 또한 연기파 중년 배우들의 총집결도 눈에 띈다. 강남길·김일우·강부자·한진희·장용·윤여정·견미리·최란·정재순 등이 나와 연기력을 자랑할 예정이다. 박선영·서영희·신동욱·김동완 등 젊은 연기자들도 기대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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