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적인 바이러스의 유출로 폐허가 된 라쿤시. 인육을 갈구하는 좀비들이 거리를 활보하는 가운데 생존자들은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한다. 그런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유머감각을 잃지 않은 한 흑인이 있었으니 그의 이름은 엘제이. 그는 눈앞의 좀비를 차로 뭉개버리면서 멋진 대사를 날린다.
극장 개봉시 아는 사람은 뒤집어질 정도로 웃고 모르는 사람은 그냥 넘어갔던 장면이다. 바로 인기 게임 <GTA>를 패러디한 장면으로 해당 게임을 아는 사람만이 웃을 수 있는 개그였기 때문이다.
'Grand Theft Auto'라는 정식 명칭보다 이니셜로 더 잘 알려진 <GTA>는 신작이 나올 때마다 수백만 장씩 팔려나가는 인기 시리즈. 게이머가 조종하는 주인공은 놀랍게도 범죄자이며 대도시를 무대로 온갖 범죄를 저질러 궁극적으로는 암흑가를 장악하는 것이 목적이다. 또한 뛰어난 자유도를 바탕으로 현실에서는 결코 해선 안 될 악행까지 저지를 수 있는데, 그 중 하나가 훔친 차를 타고 길가는 행인들을 마음껏 칠 수 있다는 점이다(때문에 해외에서는 무수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고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정식 발매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영화 속에서 좀비를 공격하면서 <GTA>를 들먹인 것은 그냥 웃자고 집어넣은 대사겠지만, 인간의 형상을 하고서도 인간이 아닌 존재들이 활보하는 세상, 즉 게임처럼 변해버린 영화 속 현실을 비꼬는 것으로도 여겨진다. 무엇보다 <레지던트 이블>이라는 영화 자체가 게임을 원작으로 한 이상 일반 관객들 보다는 영화를 보러온 게임광들에게 어필하기 위한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