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이대로, 익을 순 없다, <이대로, 죽을 순 없다> 촬영현장
2005-06-13
글 : 김수경
사진 : 정진환
30도 넘는 열기 속에 강행군 한 이범수·손현주 주연의 <이대로, 죽을 순 없다> 촬영현장

달력은 여전히 5월이지만 온도계는 드디어 30도를 넘어섰다. 이글거리는 아스팔트 위에서 뙤약볕이 그대로 내리쬐는 스탭들의 얼굴은 홍당무가 된 지 오래다. 형사 역이 대부분인 배우들도 사정은 마찬가지. 맏형 격인 강종태 역을 맡은 손현주는 “2월15일 가죽점퍼 입고 크랭크인할 때가 봄날이었다”고 설명한다. 바바리를 입고 선 반장(박용진)도 이에 호응하듯 땀범벅이 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촬영 내내 모조리 가죽점퍼, 가죽재킷을 입는 주인공 이대로 역의 이범수는 오늘은 유일하게 면점퍼를 입은 터라 그나마 여유있는 모습. 흡사 서울 근교의 신도시를 연상시키는 아파트와 정돈된 도로들과 사거리 한 귀퉁이에 자리한 인천시 계양구 계산4동 계양경찰서의 주차장. 이곳은 이영은 감독의 신작 <이대로, 죽을 순 없다>의 촬영현장.

오늘 촬영분은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이대로가 보험금을 타기 위해 자동차 사고를 가장하는 대목. 반장은 속도 모르고 봉고로 태워서 데려가려 하고, 후배는 이대로의 차에 막무가내로 동승하니 ‘죽어야 사는’ 이대로는 그저 난감할 따름. 기동타격대와 형사들의 출동장면을 준비하느라 현장은 북새통이다. 홍종경 촬영감독이 가르쳤던 학생들이 멀리 부산에서 스승의 날 축하 겸 현장 방문을 위해 동행했다. 원형 돌리가 돌아가고 카메라는 이대로의 고민 어린 얼굴을 잡는다. OK 사인이 날 때마다 박수를 치며 격려해주는 제자들의 퍼포먼스가 이어지지만 촬영감독은 렌즈를 85mm에서 50mm로 교체한 뒤 침착하게 카메라 앞에 다시 앉는다. 영화 속 배경이 마포경찰서인지라 모든 차량에는 마포경찰서 마크가 선연하다. <이대로, 죽을 순 없다>는 계양경찰서를 비롯하여 곳곳의 경찰서와 병원들의 로케이션이 많아서 이동 때문에 프로덕션이 힘들었다는 후문. 액션이 많을 것 같아 질문을 던지니 손현주 왈, “액션은 액션인데 합을 짠 액션이 아니라 막 치고받는 일명 다구리 액션”이란다. 화기애애한 현장 분위기에 대해 이범수는 “일장일단이 있는데 일할 때와 놀 때를 구분 못하는 분위기가 생기지 않도록 서로 열심히 했다”고 덧붙였다.

신인 이영은 감독은 모니터 앞보다는 카메라 옆에 서서 현장을 진행한다. 그는 조용하고 나지막한 평소 목소리와는 대조적으로 슛 사인을 우렁차게 내뱉는다. “시한부 같은 심각한 사안일수록 심각하게 풀어나가는 방법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해서 코믹한 화법을 택했다”고 설명하는 이 감독. 카체이싱 장면만 마무리하면 촬영은 마무리된다. 촬영이 95% 이상 진행된 매쉬필름의 창립작 <이대로, 죽을 순 없다>는 8월12일 개봉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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