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벤 스틸러 vs 송강호, <마다가스카> 한국어 더빙 현장
2005-06-13
글 : 김수경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강남구 신사동 리드사운드 녹음실의 문을 열자 약간 갈라진 듯한 송강호의 음성이 벽 너머로 들려온다. 줄줄이 소파를 차지하고 앉은 관계자들을 지나 녹음실에 들어서면 20년차 더빙연출가 이영주씨와 콘솔을 조작하는 기술스탭들이 정면을 응시한다. 그들 뒤에는 드림웍스에서 파견된 드레드 헤어스타일의 슈퍼바이저가 노트북에 열심히 현재상황을 기재하는 중. 녹음실 유리창 사이로 헤드폰을 쓰고 마이크 앞에 선 송강호의 모습. 이곳은 <마다가스카>의 한국어 더빙 현장이다.

송강호가 맡은 사자 알렉스 역은 할리우드에서는 벤 스틸러의 몫이었다. 벤 스틸러의 더빙 출연은 센트럴파크 동물원을 벗어난 적이 없는 전형적인 뉴요커이자 아프리카 여행이 처음에는 탐탁지 않은 소심한 성격의 소유자인 알렉스를 감안한 캐스팅이었다. 한국어 더빙은 벤 스틸러의 더빙을 기반으로 작업이 이루어져 어려움이 더해졌다. 송강호는 “매우 즐거운 작업이다. 다만 기존 영어 더빙에 한정되는 제한이 없었다면 우리 문화적 토양이나 정서에 맞게 더 재밌는 목소리 출연을 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라고 전했다. 입모양에 맞게 싱크와 타이밍을 맞추고 감정을 싣는 것은 당연히 기본이다. 4일간 진행되는 작업에서 그는 매일 6시간이 넘는 강행군을 감수했다.

더빙연출가인 이영주씨는 근작 <폴라 익스프레스>와 <해리 포터>를 작업한 베테랑이다. KBS에서 외화전문 성우로 활동한 지 20년이 다 되어간다. 그는 “개그맨이나 다른 분야의 사람들보다 배우가 직접 더빙에 참여한다는 면에서 <마다가스카>는 의미가 있다”라고 지적하고 “연기할 때도 그렇겠지만 송강호씨는 만족스럽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스스로 재녹음을 자청할 정도로 의욕적인 면이 인상적”이라고 덧붙였다. 배우 송강호가 꼽은 가장 재밌는 장면은 알렉스와 일행들이 모든 사건의 주인공인 얼룩말 마티를 만나는 대목. “처음에는 반갑게 달려가다가 생각해보니 화가 치밀어서 감정이 바뀌는 부분이 유머러스하게 표현되었다”고. 송강호를 제외한 모든 파트는 전문성우들이 작업했다. 얼룩말 마티의 탈출로 동물원을 벗어나 낯선 세계를 향하는 동물들의 이야기를 다룬 <마다가스카>는 해프닝보다는 “정체성을 찾아가는 성장담”에 시선을 맞추고 있다. 송강호의 목소리가 입혀진 <마다가스카>는 7월14일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벤 스틸러의 녹음장면.
경찰에 둘러싸인 알렉스의 곤혹스러운 표정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