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리포트]
[현지보고] 어린이 액션 어드벤쳐 <샤크보이와 라바걸의 모험:3-D>
2005-06-15
글 : 남주현 (자유기고가)
로버트 로드리게즈의 새로운 어린이 3D 영화 <샤크보이와 라바걸의 모험:3-D>

어느 날 태풍으로 아버지와 생이별을 한 해양 생물학자의 아들이 그가 먹이를 주던 상어떼에 의해 키워진다. 소년은 나이를 먹으며 지느러미와 아가미가 생기고, 강철도 자를 수 있는 상어 이빨을 가진 샤크 보이로 진화한다. 그는 용암을 손에서 뿜어내며 활활 불타는 머리결을 가진 라바(용암) 걸과 한팀을 이루어 어린이의 낙원, 드룰(군침)- 너무나 재미있어 군침이 흐를 정도로 멋진- 행성을 수호한다.

유치하다고? 어린아이가 할 만한 상상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바로 어린이가 생각해낸 스토리를 토대로 한 영화이기 때문이다.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의 일곱살짜리 아들 레이서 맥스 로드리게즈는 아빠와 풀장에서 놀면서 샤크 보이를 만들어냈다. 샤크 보이에게 여자친구를 만들어주자는 아빠의 의견에 그 자리에서 라바 걸이 탄생했고, 부자는 다른 형제들을 위해 그림책을 그리기 시작했다. <스파이 키드 3D: 게임 오버>로 재미를 본 디멘션사에서 마침 로버트 로드리게즈에게 연락을 했다고 한다. 3D 아동영화를 하나 더 만들었으면 하는데, 괜찮은 소재가 있냐는 질문에 아무 생각이 나지 않은 로드리게즈 감독은 샤크 보이와 라바 걸의 이야기를 얘기했으며, 스튜디오쪽은 흔쾌히 승낙하여 영화 작업에 착수했다고 한다.

<씬 시티>를 본 관객이라면 로버트 로드리게즈가 어린 아들과 <샤크보이와 라바걸의 모험: 3-D>(The Adventure of Shark Boy and Lava Girl)를 같이 구상하는 모습을 상상하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두 영화의 제작 일정이 겹쳤다는 사실을 알면 더욱 놀랄 것이다. 하지만 두 영화가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작업 모드를 변경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는 것이 그의 고백. 그가 <스파이 키드 3D…>로 3D영화 제작에 노하우를 쌓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다지 이상한 일은 아니다.

항상 공상만 일삼는 왕따 소년 맥스(케이든 보이드)는 현실이 너무 싫다. 드림 저널에 자신의 꿈을 정리하는 것이 그의 유일한 낙. 하지만 그의 현실 도피적인 상상력은 선생님과 학생들 모두에게 비웃음을 살 뿐이다. 특히 그의 드림 저널을 빼앗아 낙서를 하는 라이너스(제이콥 다비츠)는 맥스를 괴롭히는 것을 일삼는다. 하지만 회오리바람이 부는 어느 날 맥스의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던 샤크 보이(테일러 로트너)와 라바 걸(테일러 둘리)이 교실에 나타나 세상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맥스뿐이라며 그를 드룰 행성으로 데리고 간다. 어린이의 낙원인 드룰 행성은 난데없이 어둠에 싸여 웬일인지 담임선생님 미스터 일렉트리다드(조지 로페즈)와 얼굴이 똑같이 생긴 미스터 일렉트릭(조지 로페즈)과 그의 전기 콘센트 군단의 횡포에 고통을 겪고 있다. 꿈을 없애기 위해 어린이들을 잠들지 않게 하려고 영원히 멈추지 않는 청룡열차를 태우는 것. 주인공인 맥스가 세상을 바로잡기 위해 쿠키와 따뜻한 우유가 흐르는 땅에 누워 잠을 청하는 동안 샤크 보이의 (나이를 초월한) 무예 실력과 라바 걸의 활약으로 보호를 받으며 맥스는 점차 어둠의 근원으로 접근해간다. 맥스는 자신이 만들어낸 낙원에서 나쁜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지만, 잠을 자지도 않으면서 꿈을 꾸는 경지, 즉 데이 드리머(Day dreamer: 몽상가)가 되어야 이 세상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바나나 디저트를 타고 우유의 강을 타고 가면서 이혼으로 치닫고 있는 엄마(크리스틴 데이비스)와 아빠(데이비드 아퀘트)의 행복했던 한때를 목격하며 도착한 어둠의 근원지에는 다름 아닌 맥스의 적, 라이너스와 똑같이 생긴 마이너스가 맥스의 드림 저널에 검은 팬으로 낙서를 하며 어둠을 불러낸다는 것을 알게 된다. 현실의 세계와 환상 세계의 인물들이 절묘하게 엮여가며 진행되는 꿈나라로의 여행인 것이다.

입체안경을 쓰고 3D영화를 장시간 보면 눈에 피로를 주게 마련이다. 이런 문제를 로드리게즈 감독은 환상의 세계가 진행될 때는 안경을 쓰고, 현실 세계로 돌아오면 안경을 벗는 구도로 풀어내 독특한 스토리 전개 방법으로 구도적인 재미를 가미했다.

“지금 타임머신을 타고 내가 일곱살 때로 돌아갈 수도 없는 마당에, 아들의 상상력을 빌리는 것은 마치 일곱살의 나와 함께 일하는 듯한 즐거움을 주었다”고 로드리게즈 감독은 말한다. 하지만 <샤크보이와 라바걸…>은 단지 3D그래픽으로 재현된 동심의 세계를 엿보는 기회만은 아니다. 감독은 어른들에게는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억제하지 말고 권위적으로 대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한다. 또한 어린이에게 “더 나은 꿈을 꾸어라”라는 라바 걸의 대사와 이기적인 꿈을 꾸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강해지는 주인공 맥스를 통해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라는 사실을 어린이들에게 일깨워주려는 아버지로서의 입장이 스며들어 있는 영화인 것이다.

미국에서 유명한 코미디언 조지 로페즈가 1인4역을 맡았지만 국내에선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은 배우이며, <스크림2>를 본 사람이라면 알아볼 데이비드 아퀘트가 작가인 아버지 역을 맡았다. <섹스 & 시티>의 팬이라면 샬롯 역을 맡았던 크리스틴 데이비스가 맥스의 엄마로 나오는 것을 반가워할 것이다. 이 영화의 진정한 스타는 바로 세계주니어무술대회 챔피언이며 힙합 및 재즈 댄스 그룹의 일원이기도 한 13살의 샤크 보이 테일러 로트너와 각종 광고 모델로 활약하고 있는 내털리 포트먼을 이을 마스크를 가진 테일러 둘리의 캐릭터 라바 걸이다. 이 영화는 어린이의 발상에 의해 만들어진, 어린이를 위한, 어린이들에 의한 영화인 것이다. 주변에 사랑하는 어린이가 있다면 탄피와 암울한 분위기로 휩싸인 <배트맨 비긴즈>나 광선검으로 사지가 절단되는 <스타워즈 에피소드3>의 대안으로 함께 관람할 만한 영화가 아닌가 싶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