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6월19일(일) 밤 11시45분
김기 감독의 영화 <남과 북>을 보면 당장 주제가로 쓰인 패티 김의 노래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가 익숙하게 귓전을 때린다. 이 작품은 실화를 소재로 해 한운사가 원시나리오를 쓰고 1965년에 김기덕 감독이 연출한 동명의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김기 감독의 영화도 비교적 오리지널 영화에 충실한데 영화의 결말 부분만 조금 다르다. 정확하게 얘기하면 김기덕 감독의 <남과 북>이 줄거리는 조금 더 길다. 김기 감독은 1950년대 말 이봉래 감독의 조감독으로 영화에 입문하여 1964년 <동백아가씨>로 감독 데뷔했고, 70년대 초 안방극장의 최고 인기 연속극이었던 <여로>를 1973년에 영화로 만들기도 했다.
이 영화가 제작된 1984년은 전국적으로 ‘남북 이산가족 찾기 운동’이 한창이었고, TV를 통해 재회한 이산가족들의 사연으로 온 나라가 눈물바다를 이루었던 때다. 그해 이산가족 찾기를 직접적 소재로 해 임권택 감독이 연출한 영화 <길소뜸>(1985)과도 비슷한 제작배경을 지닌 작품이다. 이 영화의 주제곡이자 김기덕 감독의 영화 <남과 북>에서도 주제곡으로 쓰였던 곽순옥의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는 ‘이산가족 찾기 운동’의 주제가로, 그리고 <길소뜸>의 주제가로도 쓰였다.
알다시피 영화 <남과 북>은 오리지널과 마찬가지로 전쟁영화이면서도 분단의 아픔을 아주 사실적으로 묘사한 휴머니즘에 바탕한 전쟁영화이다. 흑백으로 만들어졌던 김기덕 감독의 <남과 북>을 기억하는 분들은 두 영화를 비교하면서 보는 재미가 유별날 듯하다. 여주인공인 엄앵란과 원미경, 장 소좌 역의 신영균과 유영국, 이 대위 역의 최무룡과 김만, 정보참모 역의 남궁원과 윤양하, 사단장 역의 최남현과 박암 등 비슷한 이미지의 배우들을 비교하면서 보는 맛이 그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