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6월19일(일) 오후 1시40분
초기 할리우드 코미디는 찰리 채플린과 버스터 키튼의 시대였다. 이들은 관객을 웃기면서 새로운 문화 아이콘으로 등극했으며 슬랩스틱코미디, 즉 몸동작을 응용한 코미디를 구사했다. 이후 막스 브러더스는 코미디 전통에 다른 것을 추가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몸동작뿐 아니라 구체적 대사로 관객을 공략했고 세태와 사회문제를 비꼬는 웃음을 스크린으로 불러들였다. <풋볼 대소동>과 <몽키 비즈니스>는 막스 브러더스가 주연한 영화이며 이른바 ‘무질서’ 코미디의 전통을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풋볼 대소동>에서 퀸시 아담스 왝스태프 교수는 헉슬리대학 총장으로 임명된다. 왝스태프 총장은 자유분방한 교육을 지향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교육에 무관심한 편이고 아들 프랭크 일에만 관심을 갖고 있다. 프랭크는 미망인 코니 베일리와 교제하게 되고 총장 역시 그녀에게 마음이 쏠린다. 한편, 프랭크는 아버지에게 불법 술집을 전전하는 미식축구선수 두명을 팀에 영입하자고 말한다. <몽키 비즈니스>는 유람선에 밀항한 4명의 친구들이 화물칸의 나무 상자에 숨어 지내지만 이내 들키고 만다. 이들은 선원들이 물건을 하역하기 위해 나무 상자를 들어올리자 발각되고 만 것이다. 이후 넓은 배 안의 이곳저곳으로 숨어다니며 선원들과 숨바꼭질을 시작한다.
1930년대 막스 브러더스, 즉 그루초 막스를 비롯한 형제들이 출연한 영화들은 범상치 않은 유머를 보여준다. 이들은 <풋볼 대소동>에서 보이듯 근엄한 대학문화, <몽키 비즈니스>에서 선원이나 승객을 풍자의 대상으로 삼는다. 줄거리를 요약해보면 두 영화 모두 별다른 내용이 없어 보이지만 그루초 막스 등 막스 형제가 내뿜는 웃음의 강도는 상당하다. <몽키 비즈니스>에서 이들은 선원들과 숨바꼭질을 하는데 선장실, 연극 무대, 갑판 위로 도망다니다가 두명씩 나뉘어 피해다니기 시작한다. 이 와중에 익살극이 끊이질 않는다. 그리고 <풋볼 대소동>에서는 학교 행사와 풋볼 경기장까지 진출해 한바탕 소동을 벌인다. 막스 형제의 혼란스러운 코미디, 그리고 특정 상황의 의미를 무력화시키는 대사들에 대해 비평가들은 ‘무정부주의’ 코미디라는 수식어를 붙이기도 했는데 두편의 영화를 보면 절로 수긍이 가는 구석이 있다. 우디 앨런 감독은 언젠가 막스 형제를 일컬어 “우리 시대 가장 위대한 코미디언들”이라고 존경을 표하기도 했다. 기회가 된다면, 막스 브러더스의 또 다른 걸작이라 할 수 있는 <오리 수프>(Duck Soup)를 볼 기회가 생긴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