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웬 핵폭발적인 시추에이션? <안녕, 프란체스카>가 핵폭탄이라면, 안성댁 박희진은 뇌관이다. 그가 웃으면 세상이 같이 웃고, 그가 윗입술을 뒤집을 때 세상은 함께 뒤집어진다. 이러니 인터뷰 장소로 향하면서도 걱정이 태산이다. 혹시 이 여자가 기자들을 웃겨서 죽이지는 않을까. 카페로 들어서니 먼저 진행한다던 TV 인터뷰는 여전히 진행 중. 카메라를 쳐다보며 입술을 뒤집어대던 안성댁이 막 들어서는 기자들을 흘끗 쳐다본다. 안녕하세요. 처음 들어보는 낮은 목소리가 담담하고 상쾌하다.
알고보니 박희진은 수많은 오디션을 전전했던 영화배우 출신이라고 한다. 영화배우로 도통 풀리지가 않았던 그는 탤런트 시험에도 낙방한 뒤 우연히 개그계에 입문했다. 그러고도 6년간을 그리 유명하지 않은 개그우먼으로 활동했으니, 그간 비둘기 안주 삼아 소주 꽤나 들이켰겠다 싶다. 하지만 <안녕, 프란체스카>는 모든 걸 바꾸어놓았고, 얼마 전에는 신작 <가문의 영광2>에서도 카메오 역을 하나 해치웠다고 했다. 가히 바쁘고 정신없는 시추에이션들을 보내고 있는 모양이다. 그는 인터뷰 도중에도 간간이 안성댁의 목소리를 들려주어 기자를 웃겨서 죽이려 했지만, 배우 박희진의 목소리는 단단하고 진솔한 이야기들을 술술 풀어냈다.
-<씨네21>이 당신과 인터뷰를 하는 이유는, 영화배우이기 때문이다. 농담이고.
=아니다. 영화배우 맞다. 영화를 너무 하고 싶어서 서울예대 영화과에 들어갔던 거다. <약속>이란 영화 봤나? 거기 초반에 김 간호사 역으로 나온다. 이 간호사보다 분량도 많다. (웃음)
-이 인터뷰 나가고 나면 <약속> DVD 렌털이 늘어나겠다. 다른 출연작은 없나.
=학교 다니면서 단편만 25편 정도를 했다. 술집 작부로 출연했던 <라커룸>이라는 단편영화는 밴쿠버영화제에서 상도 받았다더라. 테이프를 소장하고 싶어서 감독님을 찾아 헤맸는데 상을 타더니 연락이 없다. (웃음) 학교 다닐 때는 공개 오디션 쫓아다니는 게 일이었다. 한번은 장선우 감독이 영화를 한다고 그러는데, 그분이 당시 최고의 감독 아니었나. 무작정 생각없이 오디션을 보러갔다. 시놉시스를 받았는데, 여관, 방, 여관, 방. 무슨 영화가 이렇게 여관밖에 없어? 싶었는데 알고보니 제목이 <거짓말>이었다. 시나리오를 봤더니 입에 담기 힘들 정도로 세더라. 어쨌든 오디션장에서 나는 나름 심각하게 연기하고 있는데 장선우 감독은 계속 키득대고 웃는 것이 아닌가. 그때 ‘내가 좀 웃기는 데가 있나보다’ 하고 생각했다.
-대체적으로 오디션 결과들은 어땠나.
=임권택 감독의 <창>도 오디션을 봤었다. 정지영 감독의 <블랙잭> 오디션 때는 우리과 애들이 잔뜩 몰려갔다. 끼리끼리 뭉쳐서 나이트에서 춤추는 신이었는데, 나이트 걸들이 원래 쭉빵이니까 그런 애들만 골라 뽑더라. 물론 나는….
-음, 당신도 근사한데 뭘 그러나. 참, 원래 전공은 우아한 피아노 아니었나.
=예고 출신이고, 원래 다녔던 대학도 피아노 전공이었다. 아트홀에서 독주회도 했다. (웃음) 근데 피아노 전공으로 고등학교 다니면서도 연극영화과 친구들과 더 친했다. 고등학교 때는 내 팬클럽도 있었다. 회원이 200명 정도였나. 학교행사 때마다 선생님들 흉내내는 걸로 유명했는데, 축제 때는 선생님들이 몰래 음료수 가져와서 ‘나 좀 빼줘’라고 부탁할 정도였다.
-아무리 그래도, 우아한 피아니스트의 길을 포기하는 딸을 부모가 가만뒀을 리가 없지 않나.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예대 영화과 합격 통지서를 받았다. 딸년 피아니스트 만들려는 부모님의 꿈을 어떻게 하면 부드럽게 깨뜨리나, 무지 고민하는데 친구가 ‘사람은 밥 먹을 때 제일 행복하다’고 그러더라. 친구 말대로 저녁식사 중에 합격통지서를 내밀었다. 젓가락이 눈알을 향해 달려오는데 순간적으로 확! 낚아챘다. (웃음) 반대가 장난이 아니었다. 손 안 벌리고 피아노 레슨으로 모은 돈으로 등록금도 내고. 그런 조건으로 들어간 거다. 그런데 이놈의 영화라는 게 대체 성과가 보이지 않는 일인지라. 출연작이라고 해봐야 단편인데, 개봉도 안 하고, 만날 피곤해서 늦게 들어오는데, 뭘 하는지는 잘 모르겠고, 그렇다고 돈을 벌어오는 것도 아니고, 부모님으로서는 한심했을 거다. 그래도 뭔가 하고는 있다는 걸 보여드리려고 출연했던 게 <약속>이었다. 일단 큰 스크린에 내가 나왔고, 좀 웃기는 신이기도 했고, 그걸 보고 나서는 한번 계속 해보라고 하시더라.
-개그맨이 되겠다고 했을 때 반응은 어땠나.
=너무 좋아들 하셨다. 아빠 말에 따르면 나는 영화에 나올 기럭지(키)도 안 되는데다가 비주얼도 큰 화면에 안 어울린다고. (웃음) 그래도 워낙 끼는 있었으니까 TV쪽이 조금 나아보이기도 했을 거다. 사실은 탤런트 시험도 여러 번 봤다. 1차 서류전형에서 다 떨어지긴 했지만. 오히려 개그계로 가니까 개그맨치고는 예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좋다. (웃음)
-어쨌거나 운도 좋게 술술 풀린 케이스처럼 들린다.
=7전8기로 개그맨이 된 분들에게 죄송한데, 나는 운이 정말 좋았다. 원래 개그맨 시험에는 나이제한이라는 게 있는데 내가 지원할 때만 이상하게도 나이제한이 없었다. 어느 날 집에서 TV를 보는데 ‘여자(나이제한 없음)’라는 대목이 눈에 쏙 들어오더라. 그게 왜 눈에 들어올까? 지원해보라는 하늘의 뜻인가? 온갖 개인기로 무장한 사람들이 2천명이나 몰려들었는데 난 아무 준비도 못하고 가진 끼 하나만 믿고 갔다. 사실 합격해도 고민이었다. 재수 좋아 붙어도 뭘로 웃기냔 말이지. 게다가 난 넘어지고 얼굴 망가뜨리는 거 못해! 나 우아하게 피아노 공부하고 영화과도 나왔는데 그런 걸 어떻게 해! 엄청 고민이었다. (웃음)
-어쨌거나 크게 주목받지는 못하다가 <안녕, 프란체스카>로 폭발했다.
=개그맨 생활한 지도 6년인데, 그간 박희진에게는 한방의 ‘빡!’이 없었다. 선배들도 날더러 ‘애는 잘하는데 빡!이 없네’라고들 하셨다. 사실 <안녕, 프란체스카>도 크게 욕심을 가지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이게 나의 ‘빡!’이 된 셈이다.
-<안녕, 프란체스카>는 어떻게 합류한 건가.
=<두근두근 체인지>가 방영될 무렵 노도철 PD에게서 전화가 왔다. 사악한 매니지먼트 실장 역이 필요하다더라. 어쨌거나 중간에 투입돼서 4회 등장했는데 반응이 무척 좋았다. 노도철 PD가 다음 작품도 같이 하자기에 의례적으로 하는 인사인 줄 알았더니 5개월 뒤에 전화가 또 왔다. 그분이 원래 조근조근한 맛은 없는 사람이다. 다짜고짜 “야, 이거 흡혈귀 나오는 시트콤이고, 너는 집주인이야. 44살인데 싼티나면서도 고급스럽고 또 부자거든. 남편은 5명 잡아먹었고. 의상, 컨셉, 말투 다 가져와”. 이걸 어떡하냔 말이지. 게다가 2회부터 출연하게 되었는데, 다른 배우들은 1회부터 벌써 친해진 상태였다. 라디오 방송 때문에 리딩연습에도 참가 못했고, 게다가 영화과 다닐 때 내게 심혜진이라는 배우는 우상이었고, 또 직접보니 이 언니가 너무 ‘쎄’게 생겨서 무섭기도 했고. 부담스러워 죽는 줄 알았다.
-어떻게 극복했나.
=슛 들어가서 내가 처음 친 대사가 이거였다. “니들 뭐야? 이거 웬 아사리 난장판 시추에이숀?” 그런데 심혜진 언니가 막 웃기 시작한 거다. 언니가 만약에 ‘너 뭐야? 너무 오버하는 거 아니야?’ 이랬으면 극복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랬다면 지금의 안성댁 캐릭터도 나오지 않았을 거고. 심혜진 언니의 웃음 한번으로 안성댁이 여기까지 온 거나 마찬가지다. 요즘은 하늘 같았던 언니가 문자로 ‘뭐하셈?’이라고 보내면 만나서 차도 마시고 고기도 먹고. (웃음)
-안성댁의 목소리는 어떤 시추에이숀에서 나온 건가.
=아무도 기억 못하겠지만 내가 18대 별밤지기였다. 다들 옥주현이 첫 별밤지기라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내가 원조다. (웃음) 하여튼 개그맨이 된 지 1년 만에 별밤지기가 되었더니 MBC 간부 딸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그런데 그건 <별이 빛나는 밤에>의 ‘라디오 무공’을 눈여겨본 PD가 나를 추천한 거였다. 라디오 무공이란 게 두명의 게스트가 성대묘사로 싸우는 컨셉이었거든, 그리고 전에 <라디오 삼국지>라는 걸 했는데, 거기 나오는 여자 캐릭터 목소리를 나 혼자서 다 소화했다. 다른 캐릭터 20개를 한번에 NG도 없이 해내서 기립박수를 받았고, 그때 PD가 ‘얘는 라디오에 적합한 애다’ 하고 밀어줘서 ‘별밤’까지 하게 된 거다. 거기서 내가 만들어낸 목소리 중 하나가 안성댁이다.
-원래는 박희진이라는 우아한 본명을 썼었는데. 심혜진의 ‘야! 안성댁!’ 한마디로 지금까지 안성댁이라 불리게 되었다.
=그게 원래는 한회 애피소드로 끝이었는데 재미있으니까 아예 안성댁이 돼버린 거다. 그뒤로는 안성탕면 직원들에게서 전화도 많이 받는다. “CF하자고 추천 중인데 광고주가 좀 시큰둥해요. 그러니까 언니 힘내세요. 저희가 밀고 있거든요.” (웃음) 라네즈 광고 패러디 했을 때도 전화가 왔었다. 왜 희화하느냐고 항의들어오는 거 아닌가 싶어 쫄아 있었는데 “감사합니다. 화장품 보내드릴게요” 했다. (웃음)
-예전과는 비교도 못할 만큼 바빠졌을 텐데 아직도 소속사가 없다.
=소속사를 끼고 하는 게 좋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리 복잡하게 살지 않으려 한다. 내 성격상 소속사 꼭두각시처럼 일하면서 이런 인터뷰를 모두 일이라고 생각하게 된다면 더이상은 해나갈 수가 없을 거다. 물론 큰 소속사에서 제안은 많이 들어오지만, 혼자 편하게 하는 게 좋다. 뭐 금전도 부족한 거 없고, 사람들하고 트러블도 없고, 매니저랑은 6년이나 언니동생처럼 해왔으니까 틀어질 염려도 없고. 물론, 만약 정통연기쪽으로 영역을 넓히면 그런 쪽에 맞는 회사와 일해볼 생각이 있기는 하다.
-버라이어티 쇼에서 모습을 보기가 쉽지 않다.
=아직까지는 진짜 박희진의 모습을 TV에서 더 많이 보여주고 싶다. 버라이어티 쇼는 안 나간다. 요즘 버라이어티 쇼를 꼬집을 생각은 아니지만, 상대방 마음을 상하게 해서 웃긴다거나 하는 쇼의 컨셉을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대본으로 주어지는 연기라면 200% 할 자신이 있는데, 애드리브로 깐다거나 남에게 ‘쫑크’를 준다거나 하는 건 생리적으로 도저히 못한다. 물론 잘할 거라 생각해서 섭외는 많이 온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나를 보여주고 싶지는 않다. 지금은 안성댁만 하고 싶다. 사람들이 월요일을 기다리게 만들고 싶다.
-<건방진 금자씨>의 폭발적인 히트 이후로 영화 섭외는 없나.
=<연애의 목적>의 감독도 학교를 같이 다닌 동생이다. 영화과를 나왔기 때문에 재산은 많다. 손만 뻗으면 할 수도 있다. 단편영화에도 무보수로 출연할 수 있다. 단편영화 만드는 사람들이 얼마나 고생하는지 잘 안다. 연기 안 되는 애들이 NG내면 정말 죽여버리고 싶은 그 아픔을 안다. (웃음) 그게 다 돈이니까.
-평소에도 갑자기 안성댁 목소리가 나오거나 하진 않나.
=개그맨은 남을 웃기는 직업이지만 실제로도 우스워 보이는 건 안 될 일이라고 생각한다. 개그맨들은 무대에서 내려오는 순간 자신을 더 딱딱하게 포장하는 경우가 있다. 그건 가식적이어서가 아니다. 집에 와서도 똑같은 일을 하고 싶지가 않기 때문이다. 직업적인 모습 외에 나에게는 다른 모습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나는 A형에 가까운 B형인데, 사람 만나기 전날 밤에는 잠을 못 잔다. 같은 연예인 만나더라도 미리 인터넷에서 사전조사를 해보고 간다. 파악을 먼저하고 들어가야 실수하지 않으니까. 그래서 어젯밤엔 <씨네21>도 미리 봤다. (웃음) 그런다고 달라질 건 없지만, 그냥 안정이 좀 된다.
-이건 외국의 경우지만, 코미디언이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는 직업이고, 자살률도 높다고 그러더라.
=나의 경우에는 일부러 가시 돋친 것처럼 행동할 때도 있다. 이 직업이라는 게 그렇지 않나. 워낙에 독특한 사람들이 많이 있는 곳이고, 게다가 나는 몸도 작고, 여자고, 이러다가 어디 가서 무시당하지나 않을까 걱정도 되고. 나랑 일하는 코디와 매니저도 여자들이라 내가 리더고 오너다. 내가 똘똘하게 행동하지 않으면 우리는 정말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자기방어를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한다.
-나름대로 살아남는 방법을 터득한 건가.
=그래서 말을 잘 안 섞으려고 한다. 어쨌거나 불필요한 오해가 생길 수 있으니까. 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곳이 미용실 아닌가. (웃음) 어린 나이에 데뷔한 게 아니니까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다 안다. 이젠 다 보인다. 바로 앞이 보인다. 그래서 항상 말 조심하고, 후배들한테도 “니네들 방송사에서 휴대폰 쓰지 마. 화장실에서 남 이야기 하지마” 한다. (웃음)
-안성댁이라는 캐릭터가 워낙에 강렬해서 오래오래 연기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독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캐릭터가 워낙 세니까 사람들은 점점 더 센 걸 원한다. 우리끼리 농담으로 “이제는 한 가지 방법밖에 없어. 시청률 높이려면, 벗어!” (웃음) 하지만 내가 가진 ‘키’가 하나 있다. 나는 한번도 정극에서 내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다. 그러나 감독이나 작가들과 밥을 먹는다든가 하는 일이 있을 때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려고 한다. 사람들과 사적으로 이야기할 때는 내가 캐릭터처럼 머리가 빈 사람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내가 이것과는 다른 연기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려 한다. 자연스러운 만남이 있을 때마다 그런 모습을 사람들에게 심어주고 다닌다. 자신이 있다. 어느 순간 지금과는 전혀 다른 역이 들어오면 멋지게 보여줄 자신이 있다. 앞으로는 안성댁보다 센 캐릭터는 사양할 거다. 이미지를 확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도전할 생각이다. 그런 거라면 언제든지 자신이 있다.
-정극이라면 어떤 역할에 관심이 있나.
=다소 비정상적인 역할을 해보고 싶다. 연기로 보여줄 수 있는 것이 풍부한 역할. 예를 들어, <꽃잎>에서의 이정현씨 역할 같은 것도 해보고 싶고, <내 마음의 풍금>에서의 전도연씨처럼 꾸질꾸질 애 같은 역할도 해보고 싶다. 사실 하고 싶은 게 너무 많다.
-그래도 <가문의 영광2>처럼 웃기는 카메오 역할이 많이 들어올 텐데.
=나는 하고 싶지 않은 역할이면 하지 않는다. <가문의 영광2>는 영화인들에게 나라는 존재가 있다는 것을 홍보하고 싶어서 출연했다. 첫발을 떼고 싶었기 때문이다. CF도 방송도, 뭐라도 하나 시작해야 섭외가 들어오더라. 예를 들어 <씨네21>도 영화인들이 많이 보는 잡지 아닌가.
-정말 매 순간을 즐기는 것처럼 보인다. 이렇게 바쁜 와중에….
=전혀 쉴 수가 없다. <안녕, 프란체스카> 하기 전에 한 6개월을 쉬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운동도 하고 책도 보고 여행도 하면서, 내가 하고 있는 일이 평생 업으로 삼기에 적당한 것인지 고민을 했다. 결론은, 이 일이 나에게 딱 맞는 직업이더라. 예전에 누군가가 “박희진씨는 50년 뒤에 어떤 모습일까?”라고 물어보기에 눈을 감고 생각을 해봤다. 50년 뒤의 할머니 박희진. 사람들이 기립해서 박수칠 때 머리에 쪽지고 구부정하게 등장하는 거다. 그리고는 ‘박희진의 개그 몇년사’를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거다. (웃음)
-<안녕, 프란체스카> 마니아와 독자들에게 마지막으로 한 말씀만.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안녕, 프란체스카>는 지식인들이 좋아한다더라. (갑자기 ‘핑크 레이디’ 이수나 성대묘사를 하며) “우리 시트콤은 대가리 나쁜 것들은 이해를 못해. 근데 머리 좋은 것들은 팍팍 이해를 하잖아. 아우 병신들. 그건 그렇고 말이지이. 옛날에는 나 길거리에서 만나면 전원일기다! 부녀회장이다! 그랬는데 지금은 핑크 레이디다! 그러잖아. 오호호호. 요즘은 애들이 길거리에서 사인을 해달라 그래. 나참 살다보니 별일이 다 있어. 오호호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