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가 거친 청춘을 이용해 돈버는 방법을 알게 된 건 대략 1950년대 중반부터다. 말썽꾸러기 젊은이와 비열한 사회의 갈등을 다룬 선구적인 작품은 <와일드 원>(1954)과 <블랙보드 정글>(1955)이었다. 그러나 해골이 그려진 가죽 재킷을 걸친 <와일드 원>의 오토바이족은 보편적인 청춘과 거리가 멀었고, 로큰롤의 신호탄 <Rock around the Clock>을 앞뒤로 배치한 <블랙보드 정글> 또한 문제아를 선도하는 선생에 비중을 둔 영화였다.
그리고 제임스 딘이 나타났다. <와일드 원>의 말론 브랜도를 흠모한 제임스 딘은 1954년, <에덴의 동쪽>을 찍으면서 자신이 청춘의 아이콘으로 등극할 것을 알았을까? 이후 1년 동안 <에덴의 동쪽> <이유 없는 반항> <자이언트>에 연이어 출연한 다음, 뒤의 두 영화가 공개되기 전에 운명을 달리한 그는 말 그대로 전설이 됐다. 친척에 의해 키워진 제임스 딘은 죽은 어머니와 헤어져 사는 아버지의 사랑에 목마른 아이였으며, 정서적 결핍은 그의 영화에 그대로 반영되곤 했다. 그러니 아버지의 애정을 갈구하는 <에덴의 동쪽>의 칼과 얻을 수 없는 사랑에 괴로워하는 <자이언트>의 제트를 잊을 순 없다. 하지만 반항하는 청춘으로서의 그의 이름을 새긴 대표작은 <이유 없는 반항>이다.
<이유 없는 반항>은 기본적으로 멜로드라마의 전통 아래 부권을 상실한 아버지와 십대 친구들과 유사가족을 형성하는 아들을 통해 미국 중산층의 이데올로기를 점검한 작품이며, 그 구성에선 그리스 비극이 연상되기도 한다. 그런데 니콜라스 레이는 <그들은 밤에 산다>에서처럼 <이유 없는 반항>에서도 십대 주인공의 시선을 유지했다. 제임스 딘의 즉흥연기가 엘리아 카잔보다 레이의 자연스러운 영화에서 더욱 빛을 발한 건 당연한 사실이었다. 불안한 눈빛과 수줍은 표정, 구부정한 어깨, 그리고 그 속에 가려진 부서질 듯 애틋한 마음을 본 수많은 청춘은 그제야 자신들을 대변하는 존재가 나타났음에 열광했다. 그러나 ‘10년 뒤엔 알게 될 거다’란 아버지의 말에 아들은 ‘당장 대답이 필요해요’라고 반항한다. 결국 제임스 딘은 시간을 기다리지 않았고, 그의 갑작스런 죽음 이후 모든 스타는 세상에서 사라졌다.
제임스 딘 사후 50주년을 맞아 세 작품의 특별판 박스 세트가 출시됐다. 그중 <이유 없는 반항> DVD에도 볼거리가 풍부하다. 첫 번째 디스크엔 제임스 딘 전기작가의 음성해설이, 두 번째 디스크엔 제임스 딘 다큐멘터리, <이유 없는 반항>을 분석한 특집 영상, 스크린 테스트, 삭제장면, 제작 뒷모습 등의 부록이 빼곡히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