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는 <시스의 복수>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습니다.
장사 잘되고 있는 <스타워즈 에피소드3: 시스의 복수>(이하 <시스의 복수>)의 응원에 나까지 나서서 할 필요야 없겠지만 젊은 커플 관객에게 손잡고 이 영화를 꼭 보러갈 것을 권한다. <시스의 복수>는 SF 판타지의 탈을 쓰고 있지만 어떤 로맨스영화보다도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연애의 교훈을 남기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피임을 잘하자”다.
알다시피 <시스의 복수>는 아나킨 스카이워커가 다스 베이더가 되는 과정을 그렸다. 아나킨은 임신한 아미달라가 아이를 낳으며 죽어가는 예지몽을 꾼다. 다스 시디어스는 악의 포스를 가지게 되면 죽은 사람도 살릴 수 있다는 감언이설로 아나킨을 유혹한다. 결국 아나킨은 아미달라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영혼을 악마에게 넘긴다는 이야기다. 여기서 잠깐. 아나킨이 아미달라와 함께 아이를 간절하게 원했냐 하면 그것은 아니다. 아미달라가 기쁜 얼굴로 임신 소식을 알렸을 때 아나킨의 표정을 보라. 완전 똥씹은 얼굴이다. 한마디로 그건 순간의 실수가 낳은 사고였던 것이다. 시골에 가서 행복하게 아이를 키우며 살자는 아미달라의 제안에 아나킨은 평소 피임엔 게으르지만 아이에 대한 책임감은 희박한 젊은이의 반응을 교과서처럼 보여준다. 어어… 하며 그냥 넘어가는 것이다.
또한 아미달라와 아나킨의 행동은 원치 않은 임신으로 인해 사고가 흐려지는 무책임한 커플의 행동양식을 전형적으로 보여준다. 아미달라는 뱃속에 든 아이에 대한 일종의 합리화 욕구로 오비완 케노비가 말하는 진실을 부정한다. ‘애 아빠가 그럴 리가 없어’라는 식으로. 아나킨의 헤매는 모습은 한술 더 뜬다. 아미달라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영혼까지 거래하겠다는 놀라운 사랑의 화신이 자신을 열받게 했다는 이유로 임신부의 목을 조르는 행동은 도대체 어떻게 해석할 수 있는가. 얘네들이 결혼해 애 낳고 살면 폭력가정, 폭력부모가 될 건 뻔할 뻔자다. <시스의 복수>의 케이스 연구를 통해 관객은 원치 않은 임신이 어떻게 커플의 관계를 망가뜨리고 나아가 바람직한 가정 생활에 위협이 될 수 있는지 잘 알 수 있다. 가정생활뿐인가. 피임만 제대로 했더라면 아미달라는 죽을 일도 없고 그렇다면 아나킨이 다스 시디어스에게 영혼을 팔 일도 없고, 따라서 은하계를 어둠의 세력이 지배할 일도 없지 않았겠는가.
이 기회에 모든 모텔의 방문 앞에는 이런 문구 붙이기를 법제화하길 바란다. “순간의 실수가 당신과 가정, 나아가 지구와 우주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습니다.”
추신: 다스 베이더가 된 직후 아나킨은 아미달라의 죽음 소식을 듣게 된다. 자신을 어둠의 군주로 변모시킨 원인이 사라진 셈인데 왜 그는 돌아오지 않았을까. <스타워즈> 마니아인 친구 왈, “얼굴이 엉망 됐잖아. 할리우드영화에서 얼굴 못생긴 착한 편 봤냐?” 그런 아픔이, 외모 차별의 아픔이 다스 베이더에게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