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림사> <소림소자>와 더불어 ‘이연걸 소림사 삼부작’의 완결편으로 알려진 <남북소림>은 쇼브라더스의 무술감독 출신인 유가량 감독의 작품이다. 작품을 못 본 사람들은 연작 시리즈로 인식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당시 약관의 나이로 중국전국무술대회 5회 종합우승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운 이연걸 주연의 <소림사>가 공전의 히트를 치자, 그를 다시금 주연으로 내세운 또 다른 두 작품이 만들어진 것으로 보는 것이 옳다. 이후 ‘이연걸 = 소림사’라는 공식은 1990년 <황비홍>이 나올 때까지 사람들의 뇌리 속에 깊이 각인된다.
영화 속에서 이연걸이 맡은 캐릭터 ‘지명’처럼 부모의 원수를 갚기 위해 무술을 배워 적과 싸운다는 내용은 무협소설이나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이야기. 하지만 복수심에 불타는 주인공이 자비심을 중시하는 소림사의 승려라는 독특한 설정은 당시로서는 매우 신선한 것이었다. 특히 홍콩에서 세트 촬영된 기존의 무협영화들과 달리, 실제 중국 숭산에 위치한 소림사에서 촬영했다는 점과 이연걸을 비롯한 진짜 무술의 달인들이 실감나는 무술 연기를 펼친 것이 작품의 성공 요인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 시절 소림사 영화들의 인기가 어느 정도였냐 하면 <소림사>가 처음 촬영되던 1979년, 문화혁명으로 폐허가 되어있던 소림사를 지금의 무술학원 단지처럼 부흥시킨 것이 바로 영화의 힘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소림사>, <소림소자>와 차별화되는 <남북소림>의 특징은 바로 중국 감독들이 연출한 전작들과 달리 홍콩 영화계에서 활동하던 유가량 감독이 맡았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그는 영화 속에 홍콩식의 오락성을 가미했는데, 복수극이라는 진지한 내용의 기본 줄거리 가운데 간간히 등장시킨 코믹 에피소드들을 통해 영화의 무거운 분위기를 상쇄시켜주고 있다. 또한 양치기 소녀로 여장을 한 이연걸의 기막힌 모습 등 그의 개성과 스타성을 최대한 부각시킨 점도 높이 살만 하다.
<남북소림>이라는 제목처럼, 북쪽 지방에 위치한 숭산 소림사와 대비되는 복건성 포전의 남 소림사에 관한 이야기도 영화의 주요 소재로 쓰이고 있다. 남 소림사의 속가제자로 이연걸의 라이벌 캐릭터를 연기한 호견강 역시 실제 무술고수로서 멋진 무술 실력을 보이고 있다. 남파는 주먹, 북파는 발 기술을 주로 써서 ‘남권북퇴(南拳北腿)’라는 말까지 있는데, 영화 속에서 이연걸과 호견강의 기술을 비교해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그 외, 사부로 등장하는 우해, 악역 캐릭터 ‘혁색’을 맡은 우승혜, 이연걸의 전처였던 여배우 황추연 등도 화려한 무술 솜씨를 뽐내고 있다. 이들 모두 앞서 두 소림사 작품에 출연했던 인물들로, 올드팬들에게는 그들의 모습만으로도 감회가 새로울 듯 싶다.
와이어액션과 컴퓨터 그래픽으로 한껏 눈이 높아진 요즘에는 다소 심심해 보이는 영화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 그럼에도 추천하고 싶은 이유는 가히 드림팀이라고 할 수 있는 고수들의 실감나는 대결을 담은 작품이기 때문이다. 향후 대스타가 된 이연걸의 초기작품으로서 그의 앳된 모습을 볼 수 있는 것도 이 영화의 매력이다. 세월의 잔재가 느껴지기는 하지만 대륙의 수려한 풍경을 보여주기에는 적당한 화질이며, 좀 요란한 감이 들긴 해도 돌비 디지털 5.1 음향도 꽤 들을만 하다. 부록은 텍스트로 이루어진 작품 소개와 스틸 갤러리 그리고 예고편 정도. 조악한 화질의 오리지널 예고편을 보면 본편 화질이 엄청나게 향상된 것임을 실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