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주를 거역하고 저항하는 기계들의 반란은 이제 할리우드 SF액션의 주요한 레퍼토리가 되었다. 스탠리 큐브릭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로부터 워쇼스키 형제의 <매트릭스> 3부작에 이르기까지 인간을 길들이려는 인공지능 컴퓨터의 역습은, 언제 보아도 무시무시하게 느껴진다. <스텔스>는 인공지능이 달린 무기라면 어떨까, 하는 가정에서 출발한 액션 블록버스터다.
현재와 멀지 않은 미래의 어느 날, 미국 국방성은 국제 테러 방지를 위해 극비리에 무기 개발에 착수한다. 관제센터의 통제가 불가능해질 경우, 독자적으로 판단하고 임무를 실행할 수 있도록 인공지능 시스템을 연구한 것이다. 이 시스템이 탑재된 무인 전폭기 스텔스가 악천후 속에서 극비 작전을 수행하다 실종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스텔스는 본래 모든 레이더 시스템에 탐지되지 않도록 설계된 전폭기인데, 거기에 인공지능까지 갖췄으니, 이 폭격기가 거친 미지의 궤적 자체가 위협이 된다. 그런데 이후로 이 스텔스 전폭기는 인간을 불신하며 정비를 거부하기도 하고 무단으로 목표를 정해 폭격을 감행하기도 한다. 문제의 스텔스가 배치됐던 부대의 최정예 파일럿들은 예측할 수도 추적할 수도 통제할 수도 없는 ‘내부의 적’을 떠맡아 절체절명의 대결을 벌이게 된다.
<분노의 질주> <트리플X> 등 스피드와 익스트림 스포츠에 몰두했던 롭 코언 감독은 이번엔 고공전투로 야심을 넓혔다. 최강의 전투 폭격기의 위용과 이에 맞서는 인간의 몸부림이 부각될 <스텔스>는 사건의 주무대가 5만 피트 상공이고 첨단 전투기와 무기가 출몰하는 만큼 1억3천만달러의 거대한 제작비가 투입됐다. <콜래트럴> <레이>로 연기력을 입증한 제이미 폭스가 처음으로 도전하는 액션블록버스터라는 점에서도 기대를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