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연애전문가 히치에게는 가슴 아픈 과거가 있었다. 바로 대학시절 첫사랑의 여자 크레시다에게 버림받은 일이다. 애처롭게 비를 맞으며 ‘사랑한다’고 절규했던 히치는 그날 이후 불확실한 사랑보다는 가벼운 연애에 몰두하게 된다. <히치> DVD에서 실린 삭제된 장면에는 그런 히치가 크레시다와 재회하고 다시금 사귀는 과정이 담겨있다.
시내 커피숍에서 시간을 보내던 히치는 자신이 엮어준 커플의 기사가 실린 신문을 본다. 우연히도 그 신문을 보고 있던 이가 바로 크레시다. 그녀는 히치를 바로 기억해내지만 과거의 뼈아픈 상처가 아직 남아 있는 히치는 짐짓 기억이 가물가물한 척 한다. 크레시다는 어리버리한 대학생에서 세련된 스타일로 180도 바뀐 히치를 보고 놀란다. 히치의 새로워진 모습에 호감이 생긴 그녀는 무릎에 손까지 대는데, 그 순간 히치의 반응이 흥미롭다(그는 데이트 코치로서 여자들이 신체적 접촉을 해오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이야기한 적이 있다).
왠지 낯선 크레시다의 태도에 히치는 작별인사를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고, 크레시다는 적극적으로 애프터 신청을 한다. 삭제장면은 여기까지인데 감독에 따르면, 이후 둘의 만남은 히치와 사라의 관계를 가로막는 장애물 역할을 할 예정이었다고 한다. 결국 극의 흐름에 있어 필요 없는 장면으로 판단되어 크레시다가 나오는 씬들은 대대적으로 삭제되었다. 그럼에도 삭제되어서 조금은 아쉽다는 생각이 드는데, 성실한 남자보다는 바람둥이 매력남에 이끌리는 여자와 그에 대한 남자의 복잡한 심경이 잘 표현된 장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