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뉴욕] 국제인권영화제, 탈북자 다큐 <서울기차> 상영
2005-06-23
글 : 양지현 (뉴욕 통신원)
영화적 양심은 지금 북한을 주목한다
<서울기차>

인권 유린, 테러리즘, 전쟁…. 경험하지 못한 이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피해자를 통계치로 보지 않고 한 개인으로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나 영화가 아닐까. <뉴욕타임스>가 “세계의 영화적인 양심”이라고 표현한 제16회 국제인권영화제가 6월9일부터 23일까지 뉴욕 링컨센터 월터리드시어터에서 열렸다. 휴먼라이츠워치와 링컨센터 필름소사이어티가 공동 주관한 이 행사에는 올해 탈북자 다큐멘터리 <서울기차>와 페루 내전을 다룬 <스테이트 오브 피어>, 98년 북아일랜드의 차폭탄 테러를 극화한 <오마>, 미국 축제용 목걸이를 만들며 일당 1달러20센트를 받는 중국 여공들을 담은 <마디그라: 메이드 인 차이나> 등 20개국의 26개 작품이 소개됐다.

특별 모금 상영회로 소개된 <오마>는 <블러디 선데이>의 피트 트래비스 감독이 연출한 것으로, 가톨릭과 신교도 주민들이 비교적 평화롭게 살던 마을 ‘오마’에서 발생한 차폭탄 테러로 29명이 사망한 뒤에, 피해자 가족들을 중심으로 이뤄진 사건조사단이 ‘복수’가 아닌 ‘정의’를 찾아가는 과정을 있는 그대로 보여줘 주목을 받았다. 20여년간 페루 반군단체 ‘빛나는 길’과 정부군 사이의 갈등, 알베르토 후지모리의 독재정치 등으로 7만명의 사상자를 낸 페루 내전을 다룬 <스테이트 오브 피어>는 피해가족과 생존자들의 증언을 자료화면과 함께 보여준다. <서울기차>는 짐 버터워스와 애론 루바스키, 리사 슬리스가 연출한 것으로 국내에서는 소규모 시사회를 통해서만 소개된 작품. 생존을 위해 탈북했으나 송환의 위험이 있는 중국을 떠나 한국이나 제3국으로 탈출해야 하는 탈북자들의 모습을 그들의 목소리를 통해 보여준다. 중국 내 일본대사관 진입을 시도했던 김한미양 가족과 중국 외교부 진입에 실패한 뒤 송환된 7명의 탈북자 등의 케이스가 소개된다. 이외에도 국경없는 의사회 사무총장, 중국서 탈북자 지원 중 체포됐던 두리하나 선교회의 천기원씨,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정병호 교수, 북한인권국제자원봉사자 김상헌씨, 적극적이지 못한 자세로 비난을 받고 있는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 북한인권 국제연대한국지부 사무총장 등이 중국에서 송환의 공포를 매일 접하는 5만여명의 탈북자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슬리스 감독은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북핵문제로 북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이를 계기로 탈북자들의 인권문제가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버터워스와 슬리스는 탈북자들을 취재하던 2003년 사진작가 석재현씨의 체포 소식으로 다큐멘터리 제작을 결정했다고. 이들은 탈북자들의 중국 탈출 루트인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를 추진하다 체포된 천기원씨를 ‘한국판 로빈후드’로 표현했다.

지난해 이 영화제에는 비전향 장기수들을 담은 김동원 감독의 다큐멘터리 <송환>이 초청됐고, 지난 4월 트라이베카영화제에는 매스게임을 준비하는 평양의 두 여중생의 모습을 담은 대니얼 고든 감독의 <어떤 나라>가 소개돼 북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키노인터내셔널이 배급을 맡은 <어떤 나라>는 뉴욕 필름포럼에서 8월10일부터 16일까지 개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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