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D 리뷰]
집착하는 희망은 한줌의 모래일 뿐, <모래와 안개의 집>
2005-06-24
글 : ibuti

<모래와 안개의 집>은 <21그램>과 함께 근래 만난 영화 중 가장 우울했던 두편이다. 해결되지 못할 싸움에 몸을 던진 사람의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괴로웠다. 다행히 <21그램> DVD는 보지 않고 넘어갈 수 있었는데 웬걸, <모래와 안개의 집> DVD가 손에 쥐어졌다. <모래와 안개의 집>은 소유와 집착과 어쩔 수 없이 저지르는 실수에 대한 이야기다. 사회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자본주의의 새로운 단계에선 소유의 종말이 올 거라고 예측했다지만, 오래전 존 레넌이 <이매진>에서 노래한 게 오히려 맞는 것 같다. 소유에 대한 욕망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미국 같이 넓은 땅에서도 집 한채 때문에 저리 싸우는 걸 보면 말이다. 세 남녀의 비극이 더 가슴 아픈 건 그들의 노력이 가족의 행복과 연결되었기 때문이다. 한번씩 결혼의 실패를 경험한 뒤 새로이 가정을 구성하려던 두 남녀와 가족의 단란한 미래를 위해 노력하는 한 남자- 셋 모두의 꿈은 결국 이루어지지 못한다. 모래 위에 세워진 집과 안개 속에서 헤매는 자에게 행복은 낯선 이름이었다.

DVD의 부록은 화려하진 않아도 그런 대로 나쁘진 않다. 영화 속에 있었다면 분위기를 더 암울하게 만들었을 ‘다섯개의 삭제장면’, 제작에 참여한 사람들의 착한 심성이 느껴지는 ‘제작 뒷이야기’가 각각 10여분씩 진행된다. 그리고 쇼레 아그다슐루의 오디션 장면이 인상 깊다. 감독과의 단 한번의 만남 뒤 바로 캐스팅됐다는 그녀의 오디션 당시 열연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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