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오, 나의 불멸의 여신님, <패밀리맨>의 테아 레오니
2001-02-06
글 : 백은하 ( <매거진t> 편집장)

13년이 지나도 잊지 못할 여자. 그 사랑을 다시 찾을 수만 있다면 남자는 뉴욕의 펜트하우스와 최고급 페라리를 포기할 수도 있다. 니콜라스 케이지의 첫사랑이었다가 13년 뒤 크리스마스, 마법처럼 그의 아내가 된 <패밀리맨>의 케이트, 테아 레오니(34). 그는 샤워부스 안에서의 코믹한 엉덩이 춤과 단발머리를 흔들며 케이지의 품으로 돌진하는 소년 같은 몸짓만으로, 가슴 팬 드레스로 유혹하는 뭇 여성들을 한방에 KO패시킬 만큼 충분히 귀엽고 섹시하다. “케이트가 단순히 바가지 긁는 마누라로 비쳐지지 않길 바랐어요. 잭에게 13년 전 그의 선택이 어리석었음을 느끼게 만들고, 지금 케이트와의 생활을 버리지 못하게 만들 당위성은 오로지 내 연기에 달렸으니까.” 2001년에는 <쥬라기 공원3>, 2002년에는 코언형제가 시나리오를 쓴 <참을 수 없는 잔혹함>이라는 로맨틱 코미디에 휴 그랜트와 출연할 계획인 그녀에게 <패밀리맨>은 2년간의 긴 휴식 끝에 선택한 영화다. 테아 레오니는 영화홍보를 위해 내키지 않은 여러 차례의 인터뷰에도 성실히 임했지만 “할리우드식 해피엔딩에 질렸다”느니, 말많고 탈많은 29살의 감독 브래트 래트에 대해 “그는 머리에 똥(shit)만 든, 오만으로 가득 찬 인간”이라는 악담을 서슴없이 내뱉을 정도로 솔직하고 직설적인 성격의 여성이다.

법조계 집안에서 태어났고, 폴란드인과 이탈리아인 피가 반반씩 흐르는 테아 레오니의 성인 ‘테아’는 아름답게도 ‘여신’이란 뜻이다. 하지만 철자만 보고 쉽게 발음하기 힘든 그의 이름은 1991년 <그들만의 리그> 이후 출연한 몇몇의 영화를 통해 쉬이 알려지진 않았다. 윌 스미스와 공연한 95년작 <나쁜 녀석들>로 이목을 끌긴 했지만 그의 이름이 대중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게 된 것은 1995년부터 방영된 TV시트콤 <밝혀진 진실>(The Naked Truth)부터다. 백만장자 남편과 이혼하면서 위자료도 거부하고 홀로서기를 결심한 여자가 결국 연예인의 뒤를 쫓는 타블로이드 신문 ‘혜성’(COMET)의 사진작가가 된다는 설정의 이 시트콤에서 테아 레오니는 특유의 코믹하면서도 백치미 넘치는 연기로 대중의 사랑을 훔쳤다. 유명세뿐 아니라 상업적인 성공까지 안겨주었던 <딥임팩트>는 그에게 성공을 향한 에스컬레이터였지만 테아 레오니는 돌연 벨트에서 내려왔다. 의 멀더이자 그의 두 번째 남편인 데이비드 듀코브니 사이에서 아이소식이 들려왔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 가족을 셋으로 만들기 위한 선택이 배우로서의 탄탄대로에 균열을 일으킬 수도 있었지만, 엠파이어빌딩에서 떨어지는 것처럼 아주 끝장나는 것도 아닌데 어때요?” 여유롭게 반문하는 그의 품엔 이제 15개월된 딸 매들레인 웨스트 듀코브니가 안겨 있다. “웨스트는 신의 인형 같은 아이에요. 이런 아이라면 5명, 6명? 아니 힘닿는 데 까지 낳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렇게 테아 레오니는 유별난 모성애와 동시에 각별한 부부애까지 과시했다. “함께 부모가 된다는 건 굉장한 거예요. 남편은 아이가 크게 아프고 난 뒤 발목에 아이 이름을 문신으로 새겼죠. 자식의 아픔을 신체적인 표시로 남겨둬야 한다면서요.” 이들은 함께 요가를 배우고 침을 맞으러 다니고 토요일엔 아무 데도 가지 않고 조용히 가족만의 시간을 가진다. 듀코브니가 섹스중독이라는 항간의 소문에 대해 “그런 말을 듣긴 했지만 내가 뭘 할 수 있겠어요. 그를 비난할까요? 아님 그를 감싸고 돌까요? 우리는 매일밤 함께 잠자리에 들어요. 이보다 더 충분한 답이 있나요?”라고 단호하게 대답하는 패밀리우먼, 테아 레오니는 굳건한 믿음으로 가정을 지키는 든든한 수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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