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극장가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버라이어티>와 <로이터연합>은 지난주 초, 미국 극장들의 입장수익이 17주째 지난해 같은 시기 수준에 못 미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미국 극장가의 본격적인 성수기를 알리는 5월 첫주부터 7주간 극장들이 거둬들인 입장수익 총액을 보면 13억4천만달러로 2001년 이래 최저 수준이다. 극장 관계자들은 5월 셋쨋주에 개봉한 <스타워즈 에피소드3: 시스의 복수>가 1억800만달러의 개봉주 수익을 내는 것을 보고 봄부터 지속돼온 침체 분위기의 변화를 기대했으나 이후 개봉한 영화들이 관객동원의 뒷심을 이어가지 못했다. 리들리 스콧의 사극 <킹덤 오브 헤븐>과 론 하워드의 짐 브래독 전기 <신데렐라 맨>은 흥행 총수익으로 약 4700만달러와 약 3500만달러만을 남기며 처참하게 흥행에 실패했고, 최근 개봉한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와 <배트맨 비긴즈>의 무난한 성적도 대세를 바꾸기는 역부족이다.
미국 극장들의 연간수입의 약 40%는 여름 성수기에 집중돼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같은 장기 침체 현상을 두고 원인을 규명하려는 목소리들이 분분하다. 가장 많은 전문가들이 극장가 침체 요인으로 꼽는 것은 짧아진 극장 상영주기와 빨라진 DVD 출시다. <AP연합>과 AOL이 1천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공동 진행한 전화 설문조사에 따르면 75%가 극장에 가는 것보다 집에서 유료 케이블채널이나 DVD를 보는 경험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응답자들이 출시를 가장 기대하는 DVD 타이틀은 공교롭게도 <킹덤 오브 헤븐> <신데렐라 맨> 등이다. 미국 DVD시장의 소매시장 규모는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 6.4% 정도 총수익이 감소했지만 극장 입장수익이 9% 감소한 것에 비하면 낮은 수치다. DVD 출시와 극장 관객 감소 사이에 관련이 없다고 보는 시각도 물론 있다. 이유는 소비자 성향을 분석했을 때 DVD 구매자와 영화관객층이 상당 부분 맞물리며 영화를 극장에서 본 경험이 DVD를 사게 되는 동기가 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또 어떤 관계자들은 영화 관람료 인상이 관객의 발걸음을 뜸하게 만드는 요인이라 보고 있다. 그러나 올해의 3% 인상률 수치는 지난해 인상률 수치와 동일하다. 따라서 소비자들의 저항심리를 불러일으킬 만한 직접적인 요인은 못된다는 분석이다. 워너브러더스 배급 총책임자 댄 펠먼은 “경제의 호황기-불황기와 비슷한 것”이라고 거시적인 관점을 제시하기도 했다. 관객 감소 추세가 추후 얼마나 더 이어질지도 가늠할 수 없고 현상을 설명할 만한 뚜렷한 이유도 밝혀낼 수 없는 상황에서, 극장 관계자들은 할리우드의 가장 강력한 흥행 보증수표 두장, 스티븐 스필버그와 톰 크루즈의 <우주전쟁>이 대세를 바꾸는 계기가 되어주길 바라고 있다. <우주전쟁>의 미국 개봉일은 6월30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