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타이틀]
<인게이지먼트> 1차대전과 20세기 초 파리의 재현
2005-06-29
글 : 한청남
감독의 철저한 사전 준비 모습이 볼만

<인게이지먼트>는 장 피에르 주네 감독의 판타지적인 멜로 영화인 동시에 1차 세계대전의 참혹한 실상을 재현한 전쟁영화다. 두 연인이 나란히 누워있는 포스터만 보고 로맨틱 드라마로 생각한 사람은 시작부터 펼쳐지는 생지옥 같은 참호전의 공포 그곳에서 인성을 잃은 사람들의 굳은 표정에 압도당했을 것이다. 그런 전쟁의 상흔을 치유하는 것은 한 여인의 지고지순한 사랑으로, 약혼자가 살아있다는 믿음으로 끊임없이 그의 생사를 확인하려하는 마띨드를 통해 감독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감독 특유의 독특한 캐릭터 묘사와 뒤틀린 유머, 그리고 미스터리적인 영화의 구조로 인해 긴 러닝타임 동안 흥미를 잃지 않고 볼 수 있는 작품이다. 특히 장대한 규모의 로맨틱 서사극으로서 제작에 무척 공을 들인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이는 메이킹 다큐멘터리 ‘전장에서의 1년’을 통해 확인할 수가 있는데, 촬영이 진행되는 과거와 영화 속 현재를 오고가는 재치 있는 편집으로 영화만큼이나 흥미롭게 볼 수 있는 부가 영상이다. 그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장 피에르 주네 감독의 철저한 사전 준비 모습. 촬영지를 미리 답사한다거나 배우들의 동작 하나하나까지 미리 염두에 두고 계획한 대로 화면이 나오는지 예행연습을 하는 모습에서 완벽주의자로서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전쟁 장면과 더불어 <인게이지먼트> 최대의 볼거리는 디테일하게 묘사된 20세기 초 파리의 풍경이다. ‘파리 시내 장면’이라는 부가영상은 CG 기술과 합성 기법을 이용해 과거의 파리를 재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오페라 하우스 광장 등 현대적 건물과 최신 자동차들이 북적이는 파리의 명소가 빛바랜 우편엽서에서나 볼 수 있을법한 모습으로 바뀌는 과정이 흥미롭다.

‘폭발이 있기 전’은 영화 후반의 하이라이트인 병원 폭발 장면에 대한 촬영 뒷모습을 담은 영상물. 주네 감독이 폭탄이 떨어지는 소리와 폭발물이 터지는 소리를 직접 흉내 내는 익살맞은 모습과 함께 촬영 현장의 생생한 분위기를 담았다.

총 14가지의 삭제 장면들은 “불필요한 장면은 거의 찍지 않는다”이라는 감독의 말처럼 본 영화에 포함되어도 괜찮을 내용들로 이루어져있다.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를 더욱 풍부하게 해주고 영화 속 미스터리에 대한 이해를 도와주기 때문에 꼭 감상할 것을 권한다.

"파리 시내 장면"
"폭발이 있기 전"

그 밖에도 영화에 대한 궁금증이 남아있다면 감독의 음성해설을 참조하시라. 달변가이자 유머감각이 풍부한 주네 감독이 옥에 티까지 까발리며 영화의 세세한 부분들을 집어주고 있다. 자의식이 강한 그가 조디 포스터를 캐스팅하게 된 일화를 들면서 자신의 영화를 못마땅해 하는 프랑스 비평가들을 비난하는 대목에서는 절로 웃음이 나온다.

AV적 퀄리티는 근래 나온 타이틀들 중 단연 돋보이는 수준. 화질은 극장에서 봤던 독특한 느낌을 그대로 살리고 있는데, 따스한 세피아톤으로 그려지는 전쟁 직후의 평화로운 모습과 푸르스름한 녹색톤으로 표현된 과거의 거칠고 황량한 전쟁터가 자연스럽게 교차되는 영상이다. 빗발치는 총탄과 위력적인 폭발음을 실감나게 들려주는 음향도 전쟁터의 살벌한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크게 일조하고 있다. 안젤로 바달라멘티가 작곡한 신비로운 선율도 인상적이어서 그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필히 DVD로 봐야할 것이다.

장 피에르 주네 감독
"메이킹 다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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