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여고괴담 4: 목소리> 기자 시사회 현장
2005-06-29
글 : 박혜명

<여고괴담> 시리즈 네번째 영화 <여고괴담4:목소리>(이하 <여고괴담4>)가 28일 오후 2시 서울극장에서 기자·배급 시사회를 열었다. 신인이었던 박기형과 김태용, 민규동 감독 등에 이어 역시 처음으로 장편영화를 만든 최익환 감독은 “학교라는 공간을 어떻게 재해석할지 고민했다. 공간은 시각적이기도 하지만 사운드로도 이루어진다”는 말로 이 영화의 간결한 부제를 설명했다. <여고괴담4>에선 육체를 잃은채 학교를 떠도는 소녀의 목소리가 관객을 공포로 인도하는 것이다.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여고생 영언(김옥빈)은 혼자 음악실에 남아 노래연습을 하다가 누군가에게 살해당한다. 다음날 아침 음악실에서 눈을 뜬 영언은, 단짝 선민(서지혜)을 제외하면, 누구도 자신을 보지 못하고 자신의 목소리도 듣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영언 곁을 맴도는 어느 소녀의 그림자. 선민은 영언의 목소리에 기대어 그날밤 무슨 일이 일어났던건지 알아내고자 노력한다. 그러나 죽은 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소녀 초아(차예련)는 선민에게 애착을 버리고 영언을 놓아주라고 충고한다.

제작사인 씨네2000의 이춘연 대표는 “<여고괴담4>는 공포영화면서도 예쁜 영화”라고 농담처럼 말했지만 그 농담은 어느 정도 진심이다. 물방울이 복도에 비친 햇살을 타고 오르는 플래시백은 성장의 문턱에서 머뭇거리는 아련한 감성을 농축하고 있다. 보답받지 못한 애정과 버거운 삶의 무게에 휘청이는 소녀들. 낯설기 때문에 청량한 신인배우들과 아직 젊은 기운이 느껴지는 신인감독이 아니었다면 그런 순간을 포착하기 어려웠을지도 모르겠다.

<여고괴담> 시리즈는 몇년 동안 신선한 재능을 발견해왔고, 그덕분에 존재해오기도 했다. 창백한 유령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데도 긴장을 놓지 않는 전반부는 시리즈의 명성에 충분한 보답을 한다. 악보가 목에 꽂힌채 죽었는데도 시체는 사라졌다. “귀신은 기억하고 싶은 것만을 기억하거든”이라는 초아의 말처럼, 영언이 기억하고 있는 사실에는 구멍이 있다. 그 구멍을 차근차근 메웠다면 <여고괴담4>는 성장기의 애틋한 연정과 이유도 모른채 사라질 수는 없다는 영언의 절박한 외침이 녹아든 영화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유령을 향해 직진한다. 최익환 감독은 복도 모퉁이마다 놓여진 단서를 찾기보다 손쉽고 재빠르게 설명하는 길을 택했고, 다소 서둘러 미스터리를 해결하는 듯한 아쉬움을 남긴다.

사진제공=씨네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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