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의 전당]
<쥴 앤 짐> 트뤼포의 인생과 사랑에 관한 성찰
2005-06-29
글 : ibuti

앙리 피에르 로셰가 칠순을 넘긴 나이에 발표한 첫 번째 소설 <쥴 앤 짐>은 안타깝게도 주목받지 못했다. 몇 년 뒤 할인서적 코너에 꽂혀 있던 <쥴 앤 짐>은 프랑수아 트뤼포의 눈에 띄게 된다. 두 사람은 서신을 교환했고, 트뤼포는 <쥴 앤 짐>을 영화화하고 싶다는 말을 전했다(하지만 로셰는 <쥴 앤 짐>이 만들어지기 전에 숨을 거둔다).

트뤼포는 로셰의 소설을 사랑했다. 그는 1962년에 <쥴 앤 짐>을, 1971년엔 로셰의 두 번째 소설이자 <쥴 앤 짐>의 관계를 뒤집어놓은 <두 영국 소녀>를 영화로 만들었으니, 칠순 노인의 젊은 시절 사랑 이야기는 트뤼포의 터치에 의해 새로운 생명을 얻었다. 트뤼포 작품 중에서도 유달리 격렬한 감정의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두 작품의 시작은 그랬다.

얼마 전 에른스트 루비치 회고전에서 <삶의 설계>를 보는 순간 <쥴 앤 짐>이 떠올랐다. 예술가인 두 남자가 사랑했던 한 여자, 그들이 오랜 세월 나누는 사랑 이야기. 하지만 미리암 홉킨스와 잔 모로의 분위기가 다른 만큼, <쥴 앤 짐>은 고전적이고 낭만적인 러브스토리인 <삶의 설계>에 관계와 삶에 관한 성찰과 씁쓸함을 더했다. 1912년의 파리, 오스트리아인 쥘과 프랑스인 짐은 이상적인 여자 카트린을 만나자마자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20여 년 동안 파리와 1차대전과 라인강과 센강을 오가며 사랑을 나누는 그들에게 하나의 죽음이 기다리고 있었다.

<쥴 앤 짐>은 달려가는 세 사람 혹은 자전거 신만으로 기억되는 낭만적인 소품이 아니라, 삶과 예술, 관계, 죽음, 향수 그리고 온갖 영감이 머릿속에서 뒤섞여 흔들리고 폭발하는 경험이다. <쥴 앤 짐>은 가을날에 기억하는 봄날의 햇살과 같은 영화다. 그리고 그 햇살이 언제나 따스한 생명력을 지닐 수 있는 건 영화의 특출한 감성과 스타일- 로셰의 원작과 조르주 들르뤼 음악의 촉촉한 감수성과 트뤼포와 장 그뤼오의 간략한 대사와 라울 쿠타르의 날렵한 영상이 만들어낸 부조화의 조화- 에 힘입은 바 크다. 카트린의 마지막 대사에 이어 질주하는 차와 세 사람의 얼굴이 교차 편집되는 영화의 끝부분은 그 절정이다.

<쥴 앤 짐> DVD는 프랑스 MK2사 마스터의 특성을 따르고 있다. 섬세함보다는 부드러운 영상과 원음이 강조된 본편 외에 영화 소개, 40년의 세월을 간직한 잔 모로의 감동적인 음성해설, 트뤼포가 말하는 원작과 원작자, 트뤼포가 선별한 장면해설, 트뤼포 영화 예고편 모음 등 풍부한 부록을 자랑한다. 다만 싱크가 간혹 맞지 않아 거슬린다.

트뤼포의 해설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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