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극장에서 개봉하는 공포영화 가운데 다크호스가 한편 있다. 7월15일 서울 동숭동 하이퍼텍 나다에서 개봉하는 한국 독립영화 <목두기 비디오>(무엇인지 알 수 없는 귀신이 찍힌 비디오)이다. 지난 2003년 9월 인터넷을 통해 상영된 뒤 누리꾼들 사이에서 ‘괴담’으로 떠돌던 이 대단한 영화의 감독은, 뜻밖에 현재 시오필름에서 기획·관리 업무를 맡고 있는 윤준형(31)씨다.
“네이버, 피디박스 등 포털사이트 15곳에서 상영돼 유료 관객만 7500명이 들었다. 2년 동안 서울독립영화제와 전주국제영화제 등 6개 영화제에서 상영됐고, KBS 독립영화관을 통해 방영까지 한 영화를 극장에서 상영하게 된 것이 새삼스럽지만, 기쁘다.” 인터넷용으로 만든 영화가, 인터넷은 물론 각종 영화제와 텔레비전을 통해 알음알음 인구에 회자하고 2년 뒤 극장 개봉까지 하는 것을 보면 이 영화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는 얘기.
윤 감독은 “인터넷 개봉 당시 ‘페이크 다큐멘터리’(가짜 기록필름)라는 형식을 미리 알리지 않은 탓에 관객들이 ‘너무도 다큐멘터리스러운’ 이 영화를 ‘사실’로 믿어버리고 말았다”며 웃었다.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초짜 감독이 사설 영화학원에서 만난 후배들과 함께 3천만원을 들여 만든 52분짜리 독립영화는 그렇게 ‘인터넷 괴담’이 됐다. 그 결과, 숱한 누리꾼들이 까무러친 것은 물론, 영화를 사실로 착각한 경찰과 주간지 기자가 윤 감독을 찾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페이크 다큐멘터리’라는 사실이 알려진 뒤? 윤 감독은 “코흘리개 초등학생 누리꾼들의 주머니를 턴 ‘사기꾼’으로 몰리기도 했다”며 또 웃었다.
“비록 실험적인 성격이 강한 독립영화지만 관객들이 쉽게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고, 저예산 영화의 한계를 뛰어넘어 완성도를 높이려고 다큐멘터리 같은 공포영화를 만들었다.” ‘페이크 다큐멘터리’라는 형식으로 공포영화를 만들어 관객들을 놀라게 한 감독의 변이다.
<목두기 비디오>는, 한 프로덕션의 피디가 여관 몰래카메라에 잡힌 남자의 형상을 좇다가 21년 전 일가족 살인사건의 진실을 파헤친다는 내용의 영화다. 영화 말미에 등장하는 반전까지 매우 그럴듯한 극영화지만 다큐멘터리의 형식을 그대로 가져왔다. 특히 지상파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의 단골 성우인 이봉준씨의 해설을 듣고 있자면, ‘페이크 다큐’라는 사실을 알고 봐도 ‘다큐’로 착각하게 될 정도다. “관객들이 영화와 현실을 동일시할 때 관객들이 느끼는 공포감도 극대화될 것 같았다”는 감독의 말이 이처럼 실감나는 영화는 드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