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도쿄] 20년 전 TV 방영됐던 <기동전사 Z건담> 극장흥행 호조
2005-06-30
글 : 김영희 (한겨레 기자)
건담의 전설은 계속된다
<기동전사 Z건담>

지난 5월 말 일본에서 개봉한 도미노 요시유키 감독의 애니메이션 <기동전사 Z건담-신역: 별을 잇는 자>(이하 <제타건담>)가 2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화제다. 83개라는 비교적 적은 스크린으로 출발했지만 4주째 연속 톱 10 안에 머물며 흥행수익 10억엔 달성은 무난하리라 예상되고 있다. 이번 작품이 앞으로 이어질 3부작의 1부이며, ‘새로운 번역’이라고는 하지만 옛날 텔레비전 방영분을 디지털 처리해 만든 영화라는 점을 생각하면 놀라운 관심이다.

1979년 텔레비전에 첫 등장한 이래 <건담> 시리즈는 사실감 넘치는 로봇 액션과 함께 기존의 로봇물과 다른 인간 군상의 드라마를 그려넣음으로써 애니메이션에 대한 성인들의 관심에 불을 지폈다. 시리즈마다 새로 등장하는 모빌슈트들은 프라모델로 불티나게 팔리며 작품과 관련 상품이 동시에 기획, 출시되는 지금과 같은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구조를 정착시키기도 했다. 특히 <제타건담>은 1985년 방영 당시부터 무겁고 어두운 세계의 표현으로 찬반이 확실히 나뉘었던 문제작. 지구연방군의 엘리트 집단 디당스와 이들 집단에 저항하는 에우고 사이의 싸움에 휘말리게 된 17살 소년 카미유 비당은 버거운 운명에 미쳐버리는 비극적인 결말을 맞았다.

극장판을 공개하기 앞서 도미노 감독은 이번 작품이 ‘해피엔딩’이라고 예고해 건담팬들 사이에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불러일으켰다. 감독은 “내 메시지를 전하려 하기보다 카미노라는 관찰자를 통해 짧은 시간 안에 효과적으로 인간 군상극을 펼쳐보이는 데 중점을 뒀다”며 자신하고 있다. 카미유의 성격변화를 암시하듯 1부에서부터 카미유의 대사는 원작보다 감정을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제작진은 4:3 비율에 16mm 네거필름 상태였던 원판을 하이비전 영상으로 데이터화해서 16:9 비율의 극장판으로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원판에 쌓여 있던 먼지나 흠집이 사라진 건 물론, 새로운 배경이나 디테일이 덧입혀지기도 했다. 새롭게 추가한 영상들은 기존의 영상과 위화감이 없도록 세심한 처리를 했다. 주제가는 각트(Gackt)가 불렀다. 이렇게 탄생한 극장판 <제타건담>은 20년 전의 질감을 지니고 있되, 전혀 낡은 감각이 느껴지지 않는다. 전반부의 지루함을 제외하면, 카미유가 아버지와 맞서는 장면이나 양쪽 모빌슈트의 전투신 등은 큰 스크린에 <건담> 특유의 사실감과 박진감이 살아나 압도적이다. 관객의 반응은 엇갈린다. 새로 삽입된 영상 중심으로 만들어졌던 예고편 때문인지 이전 영상을 대부분 사용한 데 대해 “속았다”라는 반응이나, 원작을 알지 못하는 이들에겐 이해하기 힘들다는 불만, 최근의 <시드 건담>이 훨씬 세련됐다며 비교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대신 초기 건담팬일수록 호의적인 편. 적어도 아무로 레이와 샤아가 재회하는 마지막 장면의 아련함은 2부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는 평가다. 2부 ‘연인들’은 오는 10월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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