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가이드]
펠리니가 만든 팝아트, <영혼의 줄리에타>
2005-06-30
글 : 김의찬 (영화평론가)

<EBS> 7월2일(토) 밤 11시40분

어느 여성이 자신의 남편이 다른 여성과 은밀한 관계를 맺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후 여성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보이지 않는 어떤 길을 헤매기 시작한다. 줄거리만 보면, <영혼의 줄리에타>는 불륜의 결과로 생기는 통속적인 드라마에 그치는 것 같다. 하지만 영화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8과 1/2> 이후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은 여성을 주인공으로 하는 다른 한편의 <8과 1/2>을 기획했다. 다시 말해서, 자신의 내적 세계를 향해 여행을 떠나는 인물을 보여주되, 이번엔 남성이 아니라 여성이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8과 1/2>이 영화에 관한 고민과 자의식을 담고 있었다면, <영혼의 줄리에타>는 심령학이나 구원론, 그리고 미신적인 것에 관해 관심이 농후하다는 점이다.

줄리에타는 성공한 남편 조르지오와 행복하게 지내고 있는 정숙한 부인이다. 어느 날 그녀는 결혼기념일에 남편의 지인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사람들과 둘러앉아 ‘영혼과의 대화’를 나눈다. 줄리에타는 자신에게 들려진 메시지, “너는 쓸모없는 사람”이라는 말을 듣고는 쓰러진다. 이후 줄리에타는 여러 환상을 겪으면서, 친구들과 모여 점성술이나 심령술에 심취하기도 하고 특이한 성격의 이웃 수지와 어울려보기도 한다. 그리고 15년간 함께했던 남편이 다른 여성과 바람을 피우는 것을 알게 된다. “가시적인 영역을 넘어서는 현실을 표현하는 것이 나에게는 중대한 관심사다.” 펠리니 감독의 이야기처럼 <영혼의 줄리에타>는 자유분방하게 현실과 꿈, 과거와 현재를 넘나든다. 남편의 외도를 알게 된 줄리에타는 정신과 의사의 도움으로 치료에 참여하게 되고 결국 스스로 남편 곁을 떠나고 싶은 잠재의식을 지니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이후 그녀는 영혼의 목소리와 유년 시절의 기억 등을 통해 자신의 삶을 조금씩 회복하며 정신의 치유과정을 밟는다. 요컨대, <8과 1/2>과 <영혼의 줄리에타>는 융의 개념을 끌어온다면, 각기 아니무스와 아니마의 예술적인 형상화 작업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영혼의 줄리에타>는 펠리니 감독의 첫 번째 컬러영화이다. 그래서인지 영화 속 장면들은 다소 과잉이다 싶을 만큼 원색적이고 화려한 색감을 자랑한다. 거의 초현실적 이미지에 근접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가 제작되었던 당시 비평가들은 “펠리니가 만든 팝아트”라며 당혹스러운 소감을 제출하기도 했다. 주연을 맡은 줄리에타 마시나는 잘 알려져 있듯 펠리니 감독의 동반자이기도 했으며 대표작 <길>의 열연으로 세인들의 기억에 남은 배우다. 영화 제목은 그녀의 이름에서 그대로 빌려온 것이며 펠리니는 <영혼의 줄리에타>가 “줄리에타 마시나를 위한, 그녀의 영화”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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