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7월3일(일) 밤 11시40분
얼마 전 KBS의 <스펀지>라는 프로그램에 이런 문제가 나왔다. ‘1973년 우리나라 감독의 영화가 미국에서 ()한 적이 있다.’
()안의 정답은 ‘박스오피스 1위’였고, 그 정답을 보고 모두가 탄성을 터뜨렸다. 그 박스오피스 1위의 주인공은 웬만한 시네필이라면 당연히 기억하고 있는 아시아 액션영화의 스승 정창화 감독이고, 영화는 지난 2003년 제8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회고전에서도 상영되었던 <죽음의 다섯손가락>이란 홍콩 쇼브러더스 제작의 영화였다. 부산에서 그의 무협영화들이 대거 상영되던 그해 많은 관객이 홍콩영화를 가르친 스승, 수출 1호 한국 영화감독에 대한 무한한 존경과 애정을 보냈던 바 있다. 개인적으로도 2001년 초, EBS <한국영화걸작선>이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그때에 정창화 감독의 <노다지>를 방영하면서 1960년대 초 한국에도 그런 국제적(?) 감각의 영화가 만들어졌다는 데 놀랐고, 늦게나마 나의 베스트 디렉터 리스트에 그의 이름을 미안한 마음과 함께 올린 기억이 있다.
<죽음의 다섯손가락>은 올해 칸영화제 회고전에서도 상영되어 전세계적으로 찬사를 받았고, 그보다 앞서 쿠엔틴 타란티노가 <킬 빌>과 함께 바친 오마주와 함께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온 작품이기도 하다. 주인공이 결투 직전 음악과 함께 두손이 발갛게 달아오르는 <죽음의 다섯손가락>의 국내 개봉제목은 <철인>이다. 1972년 신상옥 감독의 안양영화사가 한·홍합작 형태로 들여와 개봉하면서 붙인 제목이다. 이 영화의 홍콩 제목은 <천하제일권>이다. 국내 개봉작은 검열로 잔혹한 장면들이 잘렸다.
최인규의 제자이자 임권택, 정진우의 스승이며, 홍콩 권격영화의 아버지이자 전세계 액션마니아의 대부인 정창화 감독의 대표작 <죽음의 다섯손가락>의 한국판 <철인>을 통해 1960년대 한국영화 전성기의 자취를 흠뻑 느껴보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