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장르의 영화들을 보아온 관객들을 속이기에는 역부족이지 않았나 싶지만 쟁쟁한 배우들의 연기만큼은 인정받았던 영화 <숨바꼭질>. 특히 기존의 밝고 건강한 이미지 대신 정신적 문제를 앓고 있는 어두운 캐릭터에 도전한 천재 아역 배우 다코타 패닝의 탁월한 연기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때때로 상대역인 로버트 드 니로를 압도하는 그녀의 모습은 영화 이상으로 섬뜩해 보인다.
국내 개봉 당시 영화 속 다코타 패닝이 맞이하는 결말에 대한 두 가지 버전이 동시에 상영되어 화제가 되었는데, 이번 DVD에는 무려 다섯 가지 버전의 결말이 수록되어 있다. 극장에서 공개됐던 두 가지 결말은 영화를 보기에 앞서 선택하게끔 되어있으며, 나머지 결말들은 부록 중 삭제장면으로 수록됐다. 다소 밝은 분위기의 결말 A와 어두운 분위기의 결말 B를 기본으로 A를 살짝 바꾼 버전, B의 확장 버전이 담겨있는 식이다. 그 중 결말 B의 확장 버전이 꽤 의미심장하기 때문에 극장에서 영화를 본 사람이라도 DVD로 다시 보는 즐거움이 있을 것이다.
감독, 각본가, 편집자가 참여한 음성해설은 참석한 사람들의 역할을 반영하듯이 주로 영화의 스토리와 인물 묘사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다른 영화들과 비교해 삭제장면이 배 이상 많다는 점에서 편집 과정이 무척 복잡했음을 짐작할 수 있는데, 제작 중 초기 각본의 내용이 어떤 식으로 변화했는지에 대해 자세히 밝히고 있다. 다코타 패닝의 이미지 변신을 위해 갈색머리를 만들려했으나 모발 보호를 위해 가발을 씌우게 됐다는 뒷이야기나 대배우 로버트 드 니로 앞에서 신인 각본가와 감독이 쩔쩔맸다는 재밌는 일화도 들려준다.
짧은 분량의 제작과정 영상물은 홍보물에 가까운 성격이지만 능숙하고 조리 있게 인터뷰하는 다코타 패닝의 모습이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9세 여아가 아니라 35세의 성숙한 여배우를 대하는 것 같았다는 감독의 말이 실감이 간다. 14가지 삭제장면 속에는 영화 속 로버트 드 니로와 엘리자베스 슈의 관계가 더 직접적으로 묘사되어 있는 등 볼거리가 풍부하다. ‘사전 비주얼 작업’은 초기 스토리보드와 함께 원래 결말을 어떻게 구상했는지에 대한 감독의 설명을 듣는 부가영상. 마찬가지로 짧지만 영화의 또 다른 결말만큼이나 흥미롭다.
어두운 장면이 많은 영화임에도 화질은 안정적이며 공포영화답게 사람을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사운드도 충분히 위력적이다. 여러 가지 버전의 결말과 함께 DVD로서의 재미가 쏠쏠한 타이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