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배트맨 비긴즈> 영화음악 공동 작업한 한스 짐머
2005-07-07
글 : 김도훈
“배트맨은 슈퍼히어로가 아니다”

팀 버튼의 비전을 오롯이 살려냈던 대니 엘프먼. 조엘 슈마허의 중구난방 연출에 그나마 키치적인 경쾌함을 불어넣었던 엘리엇 골든소어. 그렇다면 새로운 <배트맨 비긴즈>를 감독한 크리스토퍼 놀란의 음악적 파트너는 누가 될 것인가. 대답은 한스 짐머(왼쪽)와 제임스 뉴튼 하워드(오른쪽)라는 두 영화음악가의 협연이다. 그들이 만들어낸 새로운 <배트맨>의 스코어는 껍질 속에 감춰진 브루스 웨인의 마음처럼 모호하다(Ambiguous). 능숙한 할리우드 영화음악의 장인 한스 짐머와 가진 10분간의 전화인터뷰.

-<배트맨 비긴즈>의 스코어를 작곡하면서 가장 중점을 두었던 것은.

=나는 배트맨이라는 캐릭터를 새롭게 발견하고 싶었다. <배트맨 비긴즈>의 흥미로운 점은, 브루스 웨인이라는 캐릭터가 이전 영화들보다도 더 다양한 모습으로 분리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캐릭터의 심리학적인 부분에 신경을 써서 작업했다.

-왕성한 작업으로 유명하다. 그토록 순발력 있는 작업이 가능한 이유는.

=솔직히 난 지금 10년 만에 처음으로 휴식을 가지는 중이다. (웃음) 언제나 아이디어를 떠올리며 살아간다는 게 좋은 대답이겠다. 항상 새로운 것을 찾아내려고 노력한다. 그러지 않으면 오래된 아이디어들 속에 침잠할 수 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원래 나는 일하는 것을 좋아한다. (웃음)

-음악에 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릴 때는 주로 어디서 영감을 얻나.

=어렸을 때 부모님은 TV를 매우 비문화적인 것이라 여겨서 아예 TV가 없었다. 대신 부모님은 내게 영화, 오페라, 클래식 콘서트 등 다양한 문화적 환경을 만들어주었다. 그런 환경에서 자란 것이 여전히 내게는 영감의 원천이다.

-제임스 뉴튼 하워드와 공동작업을 한 이유가 특별히 있나.

=그와는 항상 함께 작업을 해보고 싶었다. 성사되었을 때 너무 기뻤다. 두 사람이 서로 다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함께 건설해나가는 작업은 즐겁고도 중요한 일이다.

-어릴 때부터 배트맨의 팬이었나.

=배트맨을 정말 좋아한다. 아까도 말했지만 부모님이 TV나 코믹스를 보지 못하게 하는 바람에, 학교에 입학한 이후에 생겼던 중요 과제 중 하나는 아이들이 오래전에 보았던 코믹스를 뒤따라가는 것이었다. (웃음) 내가 배트맨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가 슈퍼히어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언제나 내면에 도덕적 잣대에 대한 의혹과 의문표를 품고 있다. 배트맨은 모호한(Ambiguous) 인물이다.

-<배트맨 비긴즈>의 사운드트랙도 모호한 느낌이 있다.

=바로 그런 걸 의도하고 싶었다. 배트맨은 슈퍼맨이 아니다. <슈퍼맨> 음악처럼 매우 심판적인 음악은 만들 생각이 없었다.

-당신은 특정 장르를 가리지 않아 종잡을 수 없다. 특별히 선호하는 장르라는 게 혹시 있나.

=없다. 코미디를 할 때는 드라마를 하고 싶고, 드라마를 할 때는 코미디를 하고 싶고. (웃음) 하나의 장르에 조용히 머무르고 싶지 않다.

사진제공 워너브러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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