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7월17일(일) 밤 11시45분
2004년 3월쯤 ‘맹물로 가는 자동차’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되었다는 기사가 난 적이 있었다. 물을 전기분해해 추출한 수소 등을 동력원으로 하는 수소연료전지 자동차의 시작품 개발이 지난해에 끝났고, 2008년경이면 상용차 개발도 완료될 것이라는 기사였다. 어릴 적 초등학교 시절, 친구들과 맹물로 가는 자동차가 있다 없다며 서로 우기며 내기도 하고 했던 기억이 있다. 어린이 잡지에서 보았다는 친구도 있었고, 책에서 읽었다는 친구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30여년 전에 초등학생들끼리 이런 얘기를 하며 상상의 나래를 펴게 했던 데에는 그 상상력을 유발시킨 계기가 있었기 때문이었으리라. 동네 극장이나 등하굣길 동네 어귀에서 그 무렵 개봉했던 <맹물로 가는 자동차>의 영화포스터를 보고 그런 언쟁(?)들을 촉발시켰던 것 같다.
그러나 이형표 감독의 1974년 연출작 <맹물로 가는 자동차>를 보기 전에 위와 같은 어릴 적 상상력을 가지고 맹물로 가는 자동차가 등장하는, 예를 들어 고집과 의지를 가진 고지식한 과학자가 실험과 실험을 거듭하다가 마침내 석유가 아닌 맹물을 넣은 자동차의 개발에 성공하는 그런 유의 SF공상과학영화를 기대한다면 금방 실망하고 말 것이다. 영화 시작 뒤 1시간20분이 지나서야 제대로 된 실험장면이 나오고,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맹물자동차가 움직인다.
맹물자동차를 모티브로 한 세 남자와 세 여자의 티격태격 로맨스가 줄거리인 로맨틱코미디인 이 영화는 80년대 에로영화로 뭇 남성들의 애간장을 녹였던 오수미를 비롯해, 신일룡, 김세환, 장미화 등의 젊은 시절 모습을 만나는 것이 더 반가운 영화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