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팝콘&콜라] <마더> 의 늙음·성에 대한 고찰, 이땅 어머니들의 조용한 지지
2005-07-14
글 : 전정윤 (한겨레 기자)
<마더>

“헉! 으악!”

지난달 초 영화 <마더> 시사회에서 있었던 일이다. 20대 중반으로 추정되는 한 무리의 남자들이 마치 공포영화라도 관람하고 있는 양 괴성을 터뜨렸다. 어머니가 딸의 남자와, 혹은 늙은 여자가 젊은 남자와 육체적 관계를 맺는 ‘익숙하지 않은’ 장면들이 젊은 그들에게는 무척이나 공포스러웠던 모양이다. 젊은 여자인 나한테도 낯설기는 마찬가지였지만, 그들의 수선스러운 반응을 보면서 ‘구리다’는 생각을 했었다.

젊은 그들에게 공포였던 <마더>가 당사자격인 마더, 어머니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며 연장상영에 들어갔다. 지난달 24일 동숭아트센터 하이퍼텍 나다에서 단관 개봉해 3주 동안 2천여 명이 들었으니, 예술영화 치고도 흥행성적이 썩 좋은 편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장쪽에서 연장상영을 결정한 것은 ‘어머니 관객’들의, 눈에 확 띄는 지지 때문이었다. 극장 쪽은 애초에 ‘20~30대 여성 가운데 오피니언 리더’들을 주요 타겟으로 삼았다. 하지만 젊은 오피니언 리더 여성들이 외면한 영화에 뜻밖에 ‘50대 이상의 어머니 관객’들이 몰려들어 영화의 개봉 수명을 늘린 것이다.

각각의 영화마다 편차가 있기는 하지만 한국 극장가에서 50대 이상 여성 관객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시해도 좋을 만큼’ 미미하다. 하지만 <마더>의 경우 전체 관객의 70~80%가 50대 이상의 여성들이다. 계 모임이나 동창 모임에서 단체로 관람을 나오기도 하고, 혼자 극장을 찾는 중·노년 여성들도 자주 목격된다. 이례적으로 오전 시간대 좌석 점유율이 오후 시간대의 그것보다 훨씬 높기도 하다. 중·노년층 여성들에게 오전 시간이 가장 한가할 뿐만 아니라, 그들이 오후 시간대의 번잡스러운 관람 환경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배우 윤소정(61)씨도 지난 7일 마찬가지로 배우인 딸 오지혜(37)씨와 <마더>를 관람했다. 영화가 끝난 뒤 그는 “주인공의 가슴 아픈 열병 같은 감정은 눈시울이 뜨거울 정도로 감동적이었고, 황혼을 살아가는 이들이 느끼는 소외감을 다룬 그 깊이가 정말 남다른 영화”라고 했다. “나이가 들어도, 매일 세포가 수십만개씩 죽어가도 성욕은 그대로다”라며 노년으로 접어든 자신의 성욕에 관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풀어놓기도 했다.

일년에 한번 극장 나들이를 하는 것도 쉽지 않은 중·노년 여성들이 ‘국민 영화’도 아닌 <마더>를 찾는 이유를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윤소정의 관람 후기와 수많은 영화평들을 통해, <마더>가 ‘그들 또래의 성’과 ‘늙음’에 관해 이야기 하는 ‘보기 드문’ 영화라서 그럴 거라고 추측해 볼 수는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젊지 않은 혹은 늙은 그 여자들에게도 성에 대한 욕구와 늙음에 대한 두려움은 ‘절실한 현실’이라는 것을 새삼, 어쩌면 처음으로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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