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주말극장가] 애니메이션 <마다가스카> <로봇> <발리언트>
2005-07-14
글 : 김은형 (한겨레 esc 팀장)
동물·로봇 친구들 사람보다 더 ‘인간적인’

여름방학을 겨냥한 애니메이션의 흥행 경주가 이번 주말부터 시작된다. 디즈니와 함께 애니메이션의 절대강자로 군림하는 드림웍스의 <마다가스카>를 비롯해 <아이스 에이지>의 제작팀이 3년 만에 다시 뭉친 <로봇>, 2차 대전에서 활약했던 전서구(메시지를 전달하는 비둘기)들의 모험담을 그린 <발리언트>가 14일부터 차례로 개봉한다. 세 애니메이션은 동물이나 로봇이 주인공이지만 사람보다 더 사람같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야생이 싫은 ‘뉴요커 4마리’, 애 키우기 힘든 로봇가족, 비둘기들의 정보전

<마다가스카>

<마다가스카>(14일 개봉)의 동물들은 야생세계보다 문명화(?)한 동물원을 좋아한다.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 동물원의 알렉스(목소리 연기 벤 스틸러)는 구경꾼들에게 받는 환호와 날고기 스테이크, 갈기 미용 서비스를 즐기는 팔자 좋은 사자다. 유기농 풀을 먹고 러닝머신에서 질주하는 얼룩말 마티(크리스 록), 건강염려증 환자 기린 멜먼(데이비드 시머), 하마 글로리아 역시 야생의 존재조차 모른 채 이곳 생활을 즐긴다.

어느 날 동물원 탈출을 감행하는 펭귄들을 보고 야생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된 마티가 한밤중 외출을 시도한다. 알렉스, 멜먼, 글로리아는 동물원 담장을 넘어 마티를 찾는 데 성공하지만 곧바로 경찰에 붙잡힌다. 동물원으로 돌아가기를 원하는 이들의 바람과 달리 동물애호가들이 주도한 여론에 떠밀려 아프리카 야생으로 보내지고, 천신만고 끝에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섬에 당도한 이들 앞에 펼쳐진 세계는 본능과 적자생존의 법칙이 지배하는 곳이다.

<마다가스카>는 흔히 굵직한 갈등을 제시한 뒤 이를 해소함으로써 카타르시스를 주는 전형적인 이야기 구조에서 살짝 비켜선다. 대신 순간순간의 코믹한 상황과 대사, 재기 넘치는 패러디 장면들이 끊이지 않는 잔재미를 준다. 더욱 정교해진 3D 애니메이션 기술에다 2D 카툰의 과장스러운 요소를 접합한 기법은 주인공 캐릭터들의 움직임에 더 큰 생기를 불어넣었다. 배우 송강호가 알렉스의 목소리 연기를 한 더빙판도 또다른 재미다.

<로봇>

<로봇>(28일 개봉)이 상상의 나래를 펴는 출발점은 ‘만약 로봇끼리만 사는 세상이 있다면’이라는 가정이다. <마징가 제트>에서 <토이 스토리>까지 로봇이 등장하는 애니메이션은 많았지만 로봇‘만’ 등장하는 작품은 거의 없었다는 점을 상기하면 <로봇>의 설정은 익숙한 듯 새롭다. 로봇끼리 사는 세상, 펼쳐놓아 보니 사람살이랑 크게 다를 게 없다. 로봇도 맛있는 거 좋아하고, 서로 속이고 다투며, 아이를 낳고 키운다. 아이를 낳는다고? 물론 배앓이해서 낳는 게 아니라 조립모델을 만든다. 아이는 계속 몸체와 부품을 업그레이드하며 성장한다. 애 키우기 힘들고 돈 드는 건 로봇사회나 사람사회나 마찬가지다.

시골서 자란 로드니(이완 맥그리거)는 발명가가 꿈인 청년 로봇이다. 거대 로봇 왕국의 산파격인 발명가 빅웰드와 함께 일하고자 거대한 로봇시티로 떠난 로드니는 눈 감으면 코 베어가는 대도시의 살벌함과 함께 빅웰드를 파멸시키고자 하는 음모를 알게 된다. 로드니가 로봇시티에 도착해 얼떨결에 타보는 로봇들의 대중교통체계 ‘크로스타운 특급’은 <인크레더블>의 속도감을 압도하면서 현란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로드니의 고물 로봇친구 팬더(로빈 윌리엄스)를 비롯해 ‘찌질이’ 로봇들이 주는 웃음이 차가운 금속성의 로봇세계에 따뜻한 온기를 입힌다.

<발리언트>

<발리언트>(21일 개봉)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애니메이션으로 2차 세계대전의 정보전에서 큰 공을 세우고 훈장까지 받았던 전서구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미약하지만 정의로운 꼬마 비둘기 발리언트(이완 맥그리거)가 전서구 부대에 입대해 갖은 고초를 겪으면서 결국은 주어진 임무를 완수해 노르망디 상륙작전이라는 연합군 최고의 전투계획을 성사시킨다는 줄거리다.

군사작전의 기밀 메시지를 운반하던 용감한 비둘기가 사악한 매에게 잡히자 오합지졸인 발리언트 일행이 나서고 그 중에서도 가장 작은 발리언트가 요릿감이 될 처지의 동료를 구해낸다. <슈렉>을 제작했던 존 윌리엄스가 제작한 소품으로 단순한 이야기 구도가 아동용 애니메이션에 가깝지만 마치 비행기처럼 자유자재로 하늘을 가르며 사나운 매와 대결하는 비둘기들의 공중전은 눈높은 어른들도 즐길 만한 볼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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