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TV 스튜디오에서 영화를 찍다, <미스터주부퀴즈왕> 촬영현장
2005-07-18
글 : 오정연
사진 : 오계옥
한석규·신은경·공형진 주연의 <미스터주부퀴즈왕> 촬영현장

“남자 전업주부의 이야기가 아니라 일하는 아내를 둔 남편의 이야기, 흐뭇하고 공감할 수 있는 가족영화”임을 당부하는 한석규, “결혼 전에 어떻게 일했는지 생각이 안 날 정도로 지금이 편하다”는 신은경, “세명의 주요 배우가 모두 유부남 유부녀들인데, 다들 어찌나 가정을 아끼는지 모른다”는 공형진. 서로의 가족사랑을 과시하느라 여념이 없는 이 배우들은 현재 <미스터주부퀴즈왕>에 출연 중이다. 언뜻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가 흥미롭게 조합된 제목의 이 영화는 아내를 내조하던 전업주부 진만(한석규)이 떼인 곗돈 때문에 주부퀴즈왕에 도전하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다룬다.

SBS 탄현스튜디오 안에 자리잡은 제작진은, 남성주부 최초로 주부퀴즈프로그램에서 우승을 차지한 진만이 아나운서 아내 수희(신은경)가 진행하는 요리토크쇼에 출연하는 장면을 촬영 중이다. 쇼를 녹화하는 내내 두 사람은 공식적으로는 부부관계임을 밝히지 않은 상태에서, 둘만이 아는 민감한 대화를 나누게 된다. 녹화가 시작되기 전 대본을 확인하는 수희에게 진만은 작은 목소리로 “아주 신수가 훤하십니다.”라며 비아냥거리고, 애써 감정을 누르는 수희는 “닥치고 조용하세요”라고 낮게 쏘아붙인다. 방송이 시작되자 팽팽한 신경전은 더해진다. 수희와 함께 쇼프로그램을 진행하는 MC 강병규가 기운차게 진만을 소개하자, 무대 뒤편에서 진만이 뛰어나온다. 다소 뺀질거리는 듯한 태도로 깍듯이 두 MC에게 인사를 건네는 모습이 왠지 얄밉다.

유선동 감독

실제로 SBS의 요리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세트를 개조했다는 무대 위에는 강병규를 비롯하여 장재영, 정용국, 장경희 등 <웃음을 찾는 사람들>의 간판스타와 모델들이 포진해 있다. 방송에는 베테랑이지만 “레디, 사운드, 카메라, 액션”으로 이어지는 영화현장의 사인에 익숙하지 못한 탓에 다소 헷갈려 하던 이들은, 테이크를 더함에 따라 여유를 찾는다. 나중엔 실제 쇼프로그램의 출연자들인 양 능숙한 애드리브를 소화할 정도. 야심한 시각이지만 유선동 감독의 지휘에 따라 연신 박수와 환호를 보내고 웃음을 터뜨리는 영화 속 쇼프로그램의 패널과 방청석을 지키는 보조출연자들은 지칠 줄 모르는 듯 보인다. 진만의 주부퀴즈왕 도전을 돕다가 매니저로 나서게 되는 진만의 친구 영승으로 출연 중인 공형진 역시, 자신의 촬영이 끝났음에도 새벽까지 현장을 지키며 제작진을 격려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명문대를 나온 엘리트임에도 집안에 주저앉은 남자, 그런 남자를 놔두고 자신의 일에 열중하는 여자를 둘러싼 외부의 시선은 까다로울 수밖에 없을 것이고, 이를 의식한 부부의 관계도 원만하기만 하진 않을 것이다. 요리토크쇼의 녹화장은 그러한 둘의 갈등이 은밀하게 진행되는 시한폭탄 같은 장소일 터. 그러나 한석규를 비롯한 관계자들은 <미스터주부퀴즈왕>은 단지 뒤바뀐 역할로 갈등하는 부부를 다룬 코믹영화에 그치진 않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한다. 영화가 끝날 무렵 진만과 수희는 떼인 곗돈에 비할 수 없는 소중한 가족의 의미를 되찾게 될 것이다. <미스터주부퀴즈왕>은 가족영화가 어울리는 추석 무렵 개봉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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