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친절한 금자씨> 언론에 첫 공개
2005-07-19
글 : 이성욱 (<팝툰> 편집장)
글 : 정한석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사진 : 서지형 (스틸기사)
<친절한 금자씨>의 배우 이영애(왼쪽)와 박찬욱 감독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7월29일 개봉)가 18일 첫 공개됐다.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에 이은 복수 3부작의 대단원으로 “화사하고 서정적인” 복수극이 될 것이라고 예고돼왔다. 하얀색과 빨간색의 이미지가 끊임없이 교차하며 금자(이영애)의 슬픈 복수극을 중심에 둔 <친절한 금자씨>가 3부작 중에서 가장 화사한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이영애의 커다란 눈망울이 무표정에서 분노로 바뀔 때마다 조력자로 등장하는 감방의 여자동료들이 이를 돕는다.

그렇지만 역시 서정적이지만은 않다. 스무살의 금자가 자신을 13년 동안 감옥안에 가두게 만든 백선생(최민식)을 향해 복수를 계획하고 차근차근 준비하며 마침내 그를 포획하는 순간까지는 꽤나 서정적이다. 쉼없이 떠오르는 회상장면을 통해 금자의 정체와 사연을 서술하는 순간들은 이따금 초현실주의 회화를 보듯 스타일리시하며 과하지 않은 유머들이 <복수는 나의 것>이나 <올드보이>같은 팽팽한 긴장의 순간들을 이완시키고 지연시킨다. 그렇지만 처단의 순간을 맞는 3분의 2 지점부터 영화는 서정 대신 혼란과 결단의 회오리를 일으킨다. 파티처럼 펼쳐지는 복수가 법의 테두리를 넘어서 개인적 복수의 집합체로 펼쳐지기 때문이다. 박찬욱 감독은 여기서 최종 승부수를 띄운다.

“3분의 2 지점에서 다른 이야기처럼 예상밖으로 진행된다. <올드보이>같은 충격적 반전은 아니고 이것이 비밀이라면 비밀이어서 스토리를 미리 공개하지 않았다. 이 결말은 한편에서만 국한하지 않는다. 3편의 결산이기도 한데 복수라는 문제를 남에게 투사하는, 저 사람만 죽이면 모든 걸 다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잘못됐다고 본다.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하고 속죄하는 몸부림을 표현하고자 했다.”

그래서 <친절한 금자씨>는 일종의 블랙 코미디가 된다. 복수 삼부작이라고는 하지만 정작 그 복수의 플롯은 시시하기만 하다. 누명을 쓰고 감방에 들어간 금자가 백선생에게 복수를 하게 된다는 플롯은 너무 쉽게 성사된다. 박찬욱 감독은 그 부분에 필요한 긴장을 위해 치밀하게 팩트들을 구성하는 데 시간을 끌지 않고 과감하게 넘어간다. 예컨대 금자는 왜 백선생의 유괴행각을 돕게 된 것일까? 박찬욱은 이런 점들을 과감하게 생략한다. 혹은 크게 문제가 될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플롯상으로 보면 세 개의 시퀀스, 1. 조력자들의 증언으로 듣는 금자씨의 감방생활과 그 에피소드(만약 백선생의 존재에 사전 정보가 전혀 없는 관객이라면 여기까지 영화는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알기 힘들도록 되어있다). 2. 백선생이 수면위로 떠오른 뒤로 금자와 백선생의 머리싸움. 3. 백선생 처단식. 이걸 금자의 입장에서 심리적으로 나누면 복수를 준비하는 시간과 복수 이후의 시간만 있다. 복수의 순간이 없다.

혹은 복수의 순간이 두 편의 전작과 다르다. 그 두 편이 어떻게 복수하느냐를 놓고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하려 했던 것과는 다르다. 물론 폐교에 피해자 부모를 불러다놓고 백선생을 처벌하는 과정 안에 금자의 개인적인 복수의 의미도 들어있지만, 그 처리방식은 보다 큰 부조리를 불러온다. 복수 삼부작의 공통점은 사회의 법이 범죄를 심판하는 대신 개인의 법이 그 범죄자를 처단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 박찬욱은 그 부분을 적나라하게 부조리한 블랙 코미디의 소재로 삼는다.

또 <친절한 금자씨>라는 제목은 이 영화의 모든 것이기도 하다. 영화의 초반부는 속도가 굉장히 빠르고 따라잡기가 불편하게 되어 있다. 왜냐하면 영화가 어렵게 구성되어 있다기보다 우리들의 기대 논리와 영화의 재현 논리가 잠깐 어긋나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우리는 금자에게만 주목하는데 반해 반대로 금자를 이야기하는 방식은 사방팔방 다른 사람들의 말로서 구성된다. "그래서 친절한 금자씨라잖아요"라는 대사로 시작한 영화는 금자가 감방에서 어떻게 생활했는가만을 놓고 이야기한다. 게다가 금자에 관한 모든 것을 이야기하는 방식이 겹쳐 있다. 예컨대, 조력자들은 금자가 착한 사람이라고 그 과거를 들어 감방 생활을 이야기하고, 금자 스스로는 자기의 범죄 팩트들만을 이야기하고, 금자의 심리는 전인칭적인 시점에서 금자의 딸이 이야기한다. 특히 화자로 등장하는 이 딸의 목소리가 초반에 등장하는 것 때문에 이건 누구의 목소리인지 신경이 쓰일수 밖에 없다. 그러니 어쩌면 나이 많은 여자의 목소리가 딸의 목소리가 되면서 이 금자씨의 복수 이야기는 한 몇십년 전 과거의 일인것 처럼 보여지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박찬욱 감독은 몇몇의 장면에서 나머지 두 편의 복수 영화와 연관을 맺고 있다고 알려 준다. 그러나 그것이 항상 일정하지는 않다. 좋은 유괴와 나쁜 유괴가 있다는 말은 배두나의 말이 백선생의 논리가 돼 금자씨의 입에서 되풀이되고, <복수는 나의 것>에서 죽고 죽여야했던 송강호와 신하균은 모종의 동업자로 되살아난다. <친절한 금자씨>가 이영애를 새롭게 발견하는 영화가 될 것이라는 감독의 예고는 적절해 보인다. 추락과 구원 사이를 오가는 금자 캐릭터가 익숙한 이영애와 낯선 이영애를 오가며 흥미롭게 완성돼가기 때문이다.

상영직후 즉석 코멘트

김지운/ 감독
워낙 새로운 영화라서 선뜻 말이 나오진 않는다. 말하자면 비로소 완성된 박찬욱의 부조리극이라 할 수 있다. 그 부조리극이 이영애가 합세하면서 더 통렬해졌다고나 할까. 박찬욱 감독의 영화가 원래부터 부조리극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여기에 이영애가 들어오면서 그 뉘앙스가 더 부조리해진 것 같고 더욱 통렬해진 것 같다.

심영섭/ 영화평론가
박찬욱 감독이 자신의 제작사를 차린 뒤, 이 영화를 제작한 이유가 돈을 벌려는 것인 줄 알았는데 ‘뺑끼’를 쳤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하고 싶은 것 다 했구나, 그런 거다. 박찬욱 감독은 역시 굉장히 냉정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만약 20자평을 쓴다면 ‘금자씨와 열두 사도들’이라고 하겠다. 가장 박찬욱 감독답고, 스스로가 원했던 영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친절한 금자씨>는 예전의 다른 어떤 영화보다도 조롱을 많이 한 영화인 것 같다. 인간성이라고 할 수 있는 모든 것에 대한 조롱 말이다. 보는 사람을 굉장히 불편하게 만드는. 이 영화는 너무나 ‘조롱’이기 때문에 심지어 텍스트와 거리감을 두게까지 한다. 그런 정도의 지독함을 갖고 있고 극단으로 밀어부친다. 형식적 면에서는 <올드보이>보다는 <복수는 나의 것>을 떠올리게 하고, 주제의식을 밀고 나가는 면에서는 더 극단적이 된 것 같다.

황진미/ 영화평론가
<친절한 금자씨>를 복수 3부작의 완결편으로 만들었다고 들었는데, 나는 두가지에 관심이 있었다. 하나는 복수의 모티브이고 두번째는 여성의 복수, 그러니까 젠더(성)의 문제다. 그의 영화에서 복수는 사적인, 그러니까 자력구제의 문제였다. 그런데 여기서는 1 대 1의 사적인 관계를 1 대 다의 차원으로 넘기고 있다. 자력구제의 사적인 형식과 법률이라는 공적인 형식의 중간 정도랄까. 이영애는 이 사이에 있는 중개자로 보인다. 그럼으로써 복수의 모티브를 상당히 잃고 있다는 생각이다. 그러니까 하나의 독립적인 문제라 할 수 있는 복수를 중요한 부분으로 다루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젠더에 관한 것도 그저 속죄와 구원이라는 모티브로 연결하는 정도로만 처리된 것 같다. 결국 <올드보이>에서 나타났던 흥미진진한 여러 과정이 미니멀하게 줄어든 느낌이다. 그렇다고 간결한가 하면 여러 카메오의 존재와 감독의 3부작을 완결하려는 욕심 때문에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차라리 완결이라기 보다는 부록 같다는 느낌이다. 심하게 말하면 군더더기의 집합 같은 느낌이다. 구로사와 기요시의 <뱀의 길>과 유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지만 그 이상의 이야기는 하지 못하는 것 같다.

김봉석/ 영화평론가
전형적인 박찬욱 브랜드 영화다. 테마라든가 형식이라든가 모든 것에서 확실한 복수 3부작의 결말이다. 잘만든 영화인 건 확실하지만 정서적인 차이에서 호, 불호가 나올 듯하다.

김의찬/ 영화평론가
<올드보이>보다 키치적이다. 복고풍이라던지, 이런 전체적인 대중문화의 흐름을 잘 반영한 영화인 것 같다. 이 영화의 결말같은 경우는 한국 사회의 무의식을 반영하고 있다. 유태인이 홀로코스트를 거론하는 것처럼 박찬욱 감독의 영화는 한국사회의 역사적인 무의식을 반영해 그게 재미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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