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V에서 뮤직비디오 감독과 가수로 처음 만난 나카노 히로유키(中野裕之·42)와 호테이 도모야스(布袋寅泰·38)는, 아무래도 그들의 ‘출신성분’을 속이지 못한다. 영화감독과 배우로 재회한 두 사람의 합작품 <사무라이 픽션>만 봐도 그렇다. 이들은 가장 고전적인 이야기인 사무라이극을, 영상과 음악이 랑데부한 세련된 현대극으로 탈바꿈시켰다.
나카노 히로유키는 일본 최초로 뮤직비디오 전문 프로덕션을 설립한 영상작가. 국경을 넘나들며 유명 뮤지션의 비디오 클립을 만들어왔고, 인터넷과 공연예술에도 남다른 관심을 보여왔다. 호테이 도모야스는 일본 최고의 록 기타리스트로, ‘X-재팬’의 큰형격인 그룹 바우위 출신. 현재 음반 프로듀서로도 활동중이며, <사무라이 픽션>에서 연기와 영화음악을 동시에 소화해냈다. 두 사람 다 영락없는 사무라이의 후예지만, 각자 한국과 묘한 인연의 끈으로 이어져 있다. 나카노 히로유키 감독은 <사무라이 픽션>으로 지난 2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최고상을 수상했고, <쉬리>의 일본 개봉에 즈음해 박진감 넘치는 예고편을 만들어 일본 관객들을 매혹시켰다. 심지어 호테이 도모야스는 절반이 한국인이다. 아버지가 묻힌 땅 한국을 이번에 처음으로 찾았다. 지난 1월12일 비 내리는 오후, 바쁜 스케줄 때문에 개봉 시점보다 앞당겨 한국을 방문한 이들을 하이얏트호텔에서 만났다.
-시작이 궁금하다. 어떻게 착안했나.
=영화를 하겠다고 마음먹은 지 10년 만이다. 시나리오를 40번 정도 썼는데, 잘 풀리지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여행길에서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 영화의 원작자인 야마모토 슈고로의 소설을 읽고 영감을 얻었다. 지난 20여년간 사무라이 영화는 참 재미없었는데, 재미도 있고 감동적이기도 한, 내 사무라이 영화를 하고 싶었다. 호테이와 뮤직비디오 작업을 하면서 가자마쓰리 캐릭터를 먼저 떠올렸고, 웨스턴 스타일의 사무라이 영화로 대강의 그림을 그렸다.
-사무라이 영화에 로큰롤을 접목한다는 아이디어가 참신하다.
=틴에이저들이 좋아하는 음악이 로큰롤이고, 나도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로큰롤은 귀엽고 바보스러우면서도 감정에 솔직한 음악이다. 테크노와는 또 다르다. 감정을 직설적으로 드러내는 로큰롤의 정신이 나와 맞는 것 같다.
-보수적인 사무라이 영화팬들이 이 영화의 파격적인 시도들을 어떻게 받아들였을지 궁금하다. 일본 내에서 반응은 대체로 어땠나.
=사무라이 영화를 한편도 본 적 없는 젊은이들이 많다. 그들에겐 이 영화가 최초의 사무라이 영화였을 거고, 호테이 도모야스가 처음 만난 사무라이의 이미지였을 거다. 나이 지긋한 관객들은 영화에 요즘 말씨와 매너를 끌어온 것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했지만, 심각한 문제제기는 아니었다. 미후네 도시로가 그간의 사무라이 이미지라면, 앞으로는 호테이 도모야스일지 모른다. 60개관에서 상영했는데, 반응이 좋았다.
-일본 밖의 관객들은 어떻게 받아들이던가.
=어느 나라든 영화를 보면서 많이 웃는다. 재미있는 사실은 유럽이나 미국 관객은 ‘코피신’(주인공이 성욕을 느끼면 코피를 흘리는 만화적인 장면)을 이해하지 못해, 전혀 웃지 않는다는 거다. 독일 관객들은 웃음의 템포가 한 박자 정도 늦다. 골똘히 생각하고 웃는 거다. 부천영화제에서 만난 한국 관객들은 세세한 부분까지 찾아보고 웃어주더라. 요즘 밝은 영화가 드문데, 한국 관객들이 좋아해 줄 거라 믿는다.
-두 사람은 오랜 친구라고 하는데, 뮤직비디오에서 영화로까지 어떻게 의기투합했나.
=호테이와 뮤직비디오 작업을 7편 정도 같이 하고, 콘서트 촬영도 맡았었다. 지난 5년 중 절반은 그와 함께 지낸 셈인데, 그러다 보니 ‘호테이가 있는 영상’이 너무 친숙해져버렸다. 그래서 이제 내 필드에 와서 내 작업에 참여해달라고 부탁했다. 그간 뮤직비디오 150여편을 만들면서 많은 가수를 만나봤지만, 그들 대부분은 거의 자기 세계나 자기 음악에만 빠져 있다. 호테이는 자기다운 음악이 있을뿐더러, 자기다운 영상도 만들 줄 안다. 몸으로 자기를 표현할 줄 아는 재능이 있다.
-‘필드를 옮기는’ 것이 쉽지 않을 텐데, 마음의 결정을 내리기까지 갈등은 없었나.
(호테이) 늘 같이 일해왔기 때문에 익숙했다. 영화도 그간 작업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생각했다. 배우로서의 출연도 물론 기대됐지만, 무엇보다 나는 영화음악을 하고 싶었다. 그것부터 OK를 했다. 카메라맨도 같이 일해온 스탭이라 나를 어떻게 찍어줄지 알고 있었고, 별 불안감이 없었다.
-감독이 당신에게서 사무라이의 이미지를 떠올린 이유를 알고 있는지.
(호테이) 그건 몇만명 앞에서도 당당히 나를 표현할 줄 아는 자신감 때문이 아닐까. 기타를 메고 다니는 모습에서 칼 찬 무사를 떠올렸을 수도 있고. 기타로 나를 표현하고 싸워나가는 것이 사무라이적이라고 느낀 것 같다. 납득한다.
-90년대 말에 흑백 사무라이 영화라…, 특별히 의도한 바가 있나. 살상 장면의 붉은 색, 오프닝과 클로징의 푸른 색은 어떤 의미로 쓰였나.
=모노컬러 영화라는 표현을 더 좋아한다. 처음엔 빨강과 파랑말고도 녹색 등을 간간이 사용할 생각이었는데, 필름 사고가 생겨서 포기했다. <데드맨>처럼 인상적이고 멋진 모노컬러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흑백 영화는 많은 것을 상상하게 하는 힘이 있다. 그리고 캐릭터를 두드러져 보이게 한다. 예산을 줄이려는 생각도 있었다. 살상 장면의 적색 처리는 고정관념을 깨자는 의도였다. 피범벅이 된 화면으로 관객에게까지 고통을 주고 싶지 않았다. 죽는 순간에는 통증이 없다지 않나. 피를 보이지 않고 화면의 색상을 바꿔서, 전체적인 아픔을 표현하려 했다.
-개그도 만화적이고, 화면 구도나 인물 성격도 만화적이다. 만화가 감독에게 특별히 가까운 매체인가.
=기억하기 쉽고 만화적으로 생긴 배우들 위주로 캐릭터를 골랐다. 만화적인 캐스팅이랄까. 만화는 전혀 안 본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의 얼굴이나 스타일이 만화적인데, 그걸 내가 좋아하는 모양이다. 어제 시사회 때 자세히 뜯어 봤는데, 진짜 ‘사람이 나오는 만화’ 같더라. (웃음)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하던데.
=작품이 잘 안 풀릴 때 남의 영화를 많이 보는데, 구로사와 감독 작품이 많은 영감을 준다. 초창기 영화에서 엿보이는 펑키적인 요소를 좋아한다. 그는 또 옛 일본인들의 미덕을 영화에 담아낼 줄 안다. 그건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런 자세와 자질을 닮고 싶다. 그가 촬영현장에서 말한 것들을, 일본 영화인들은 ‘성경처럼’ 믿고 따른다. 이를테면 사람이 움직이지 않으면 카메라도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 테크닉뿐이 아니다. 나는 그가 신에게서 선택받은 사람이라고 믿는데, 영화 속에 인간이 정신적으로 풍요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일종의 삶의 지침을 담기 때문이다. 단순히 흥미로운 스토리 전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종교 이상의 심오한 메시지를 전하려 했다.
-그런 의미에서 감독도 훈계하는 캐릭터 미조구치 한베이를 만들었나 보다.
=바보스러운 캐릭터와 호전적인 캐릭터가 이미 있으니, 선배답고 어른스러운 캐릭터가 필요했다. 미조구치 한베이는 사람을 죽이지 않는 사무라이로, 관직에서 일하지 못한다. 그렇게 은자로 살면서도 자기 철학과 프라이드를 잃지 않는다. 그를 통해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 싸우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는 이성이 요즘 사회에도 필요하다. 타살이든 자살이든 인위적으로 목숨을 끊는 것은 나쁘다고 생각한다.
-감독은 불교신자인가.
=그렇다. 이 세상에는 불교가 필요하다. 생명에 대한 존중은 물론이고, 겸손의 미덕도 필요한 것이다. 남을 밀치고 과시하며 살아가는 것보다, 뒤로 한발 물러서 있는 것이 더욱 사람을 단단하게 만들어준다. 나는 부부싸움 할 때도 뒤로 물러나 있는다. (웃음) 아내가 날카로운 비평가인데, 내가 만든 뮤직비디오가 맘에 안 들면 어떻게든 고치도록 압력을 넣는다. 안 그러면 용서없다. 그런 비평가가 곁에 있는 것이 든든하지만.
(호테이) 감독님 부인과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 내겐 여러모로 득이 된다. (웃음)
-다른 캐릭터 구축은 어떻게 했나.
=바보스러운 주인공 헤이시로는 영주의 아들로, 피라미드의 정점에 있는 사람이다. 요즘도 대기업 사장 아들 중에는 바보가 많지 않나. 그가 다양한 경험을 하는 동안, 빠른 펑크에서 느린 펑크로, 블루스로, 음이 끊겼다가 다시 빠르게, 음악 느낌도 달라진다. 피라미드의 정점에서 성장하는 사람도 있지만, 헤이시로는 성장을 안 한다. 재미있는 캐릭터다. 가자마쓰리는 사회의 피라미드에서 빠져 있는 인물이다. 검으로 먹고 살지만, 그리 호전적이지 않다. 칼날보다는 칼등을 써서 싸우는데, 사람 해치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다. 상황이 그를 호전적으로 몰아간 것뿐이다.
-가자마쓰리는 감독 설명처럼 악한 사람이 아니다. 대사처럼 ‘일이 더럽게 꼬여버리는’ 비운의 사무라이인데, 어떻게 이해하고 연기했는지.
(호테이) 전문 연기자가 아니라 처음엔 긴장을 많이 했다. 하지만 과묵함, 아름다움, 감정을 누르는 법을 연기를 통해 배웠다. 무엇보다 대사가 적어서 좋았다. (웃음) 가자마쓰리는 나름의 갈등과 고민이 많고, 그래서 유달리 심각한 캐릭터다. 본래 생각대로 안 풀리는 게 인생 아닌가. 남에게 휘둘리기도 하고 실패하기도 하고 불화를 겪기도 하고. 그러면서 배우기도 하고. 이 영화를 하면서도 가자마쓰리뿐 아니라 다른 캐릭터를 통해 배운 게 많다. 어제 시사회 때 보니까, 다른 캐릭터는 다 코믹한데 나만 폼잡고 쿨하니까, 관객이 내가 나오는 부분에선 웃어주거나 호응하지 않았다. 섭섭했다. 그래서 다시 ‘일이 참 더럽게 꼬여버렸다’고 생각했다. (웃음)
-배우들의 연기 지도는 어떻게 했나.
=전혀 지도하지 않았다. 배우들에게 설명해준 것이 있다면 카메라의 움직임 정도다. 신인 두 사람에겐 약간 지도했지만, 나머지 배우들은 그 자체로 완벽했다. 거의 모든 배우들이 원테이크로 끝냈다. 시나리오 쓸 때부터 특정 배우들을 염두에 두고, 그들의 이미지와 말투까지 고려했다. 3년 동안 쓰고 고치고 그려보고 하던 것이 현실로 나타나, 촬영 내내 재미있었다
-시나리오 작업 이전에 주요 캐스팅을 마쳤다면, 작품에 배우 이미지를 많이 반영했을 거다. 함께 작업하면서 의견 교환을 많이 했나.
(호테이) 감독님은 운이 참 좋다. 스탭 전원이 감독님을 너무 좋아해, 기꺼이 도왔다. 분명 재밌는 영화가 나올 거라 믿고, 열심히들 연기했다.
(나가노) 처음부터 함께 일하기 편한 이들을 골랐다. 옛 사람들과 작업하다 보면 현장에서 트러블이 있게 마련이다. 그러지 않을 이들만 불러모았다. 충분히 자기 것을 소화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 현장에서 많은 얘기가 오가진 않았다. 사무라이 영화 경험이 많은, 진지하고 엄숙한 스탭들도 있었는데, 아무리 웃긴 상황에서도 웃질 않았다. 큰소리로 웃고 있는 건 나 혼자일 때가 많았다.
(호테이) 배우들은 영화를 즐기고 연기를 즐겼다. 감독을 편하게 생각했고, 편하게 어울렸다. 카메라는 그 모든 걸 기록한 것뿐이다. 그래서 이런 영화가 나온 거겠지.
(나가노) 나이든 닌자 가케마루가 천장에서 떨어지는 장면을 찍을 땐데, 배우는 처음부터 완벽하게 연기해냈지만, 난 단지 그의 턱을 날씬하게 찍어주고 싶은 맘에 여러 각도로 몇 테이크 더 촬영했다. 배우에 대한 애정이 그만큼 컸다.
-영화음악에는 어떤 컨셉이 있었나. 결투신에는 기타 선율이, 추적신에는 북소리가 반복적으로 쓰였는데 내용과도 연관이 있는지.
(호테이) 가장 중요한 건 기타다. 부드러움, 냉정, 격정까지 모든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악기가 기타다. 과연 어디까지 가능한지, 한번 시험해보고 싶었다. 달리는 장면에선 역동감을 주기 위해 비트가 강한 음악을 썼다. 컴퓨터는 가능한 한 배제해, 아주 일본적인 사운드를 만들고 싶었다. 근대적이고 모던한 스타일의 음악을 만들어내는 것도 중요했지만, 그보다 테마와 영상에 맞는 음악을 만들려 했다. 영화를 방해하는 음악은 좋은 음악이 아니다. 영화를 보고 나면 그 멜로디가 영상과 함께 떠올라야, 좋은 영화음악이다.
-영상과 음악이 기막히게 일치한다. 어떻게 작업했나.
(나가노) 처음엔 편집과 음악 작업을 각자 평행하게 작업했다. 수정이 잦아지자, 호테이가 스튜디오에서 아예 함께 하자고 제안했다. 같이 영상을 보면서 음악과 매치했다.
(호테이) 작업을 전부 마치니까 80곡이 나왔다. 개인 앨범이 아니라 영화음악이기 때문에, 감독의 영상에 맞춰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칼이 부딪히는 장면은 그 신의 길이만큼 계산해서 음악을 만들기도 했다.
(나가노) 한 장면을 음악과 맞춰놓으면 다음 장면이 안 맞아, 다시 편집해야 했다. 눈동자의 움직임처럼 아주 미세한 부분까지 음악과 맞춰서 작업했다. 내 인생에서 가장 즐거운 작업이었다. 음악 만드는 과정의 처음과 끝을 보기는 이번이 처음이었으니까. 요구하는 대로 즉석에서 음악을 만들어 끼워주는, 호테이 같은 천재를 만난 것도 행운이다.
-서로 좋은 작업 파트너라고 느낀다면, 어떤 면에서 그렇게 호흡이 잘 맞는 건가.
(나가노) 호테이는 만나면 즐겁고 기쁜 사람이다. 콘서트나 파티를 좋아하는 것도 나랑 비슷하고. 일에 목숨 거는 것도 그렇다. 그가 내 일을 열심히 해주기 때문에, 나도 그의 일을 해줄 때는 목숨을 걸다시피 한다. 5일 낮밤 동안 편집해 놓았는데, 부인이 OK를 안 하면 괴롭지만. 그나마 영화하면서는, 뮤직비디오보다 진도도 늦고 편수도 줄어 잔소리 들을 일이 줄었다. 다행이다. (웃음)
(호테이) 자기 영역에선 고집이 있다. 100% 내 일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영상과 음악을 접목하는 과정에서 서로 싸우기도 하지만, 융합도 프로답게 한다.
(나가노) 일본의 동세대 아티스트 중 이 정도로 자기 일에 몰두하는 이가 없다. 정신적인 스케일이 크다는 것도 서로 통하는 부분이고. 가끔 여행길에서 외국인과 대화할 때는 내게 일본인으로서가 아닌, 다른 인격이 있다고 느끼곤 한다. 호테이도 내가 일본인이라는 것을 잊게 하는, 세계적인 대화가 가능한 유일한 친구다.
-함께 구상하고 있는, 새 프로젝트가 있나.
(호테이) 밴드를 만들어볼까 생각중이다. 다른 게 아니라 감독은 영상, 나는 음악을 맡는 팀 말이다. 이제까지 들은 적도 본 적도 없는 작품을 만들려 한다. 그게 우리의 사명이다.
(나가노) 호테이에게 코미디 연기를 시킬 참이다.
(호테이) 난 감독님한테 노래를 시킬 거다.
-SF 시리즈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다음 시리즈 계획은.
=본래 <SF 에피소드2>로 구상했는데, <스타워즈 에피소드>와 비교될까봐 <SF 에피소드 2002>로 제목을 바꿨다. 1편인 <사무라이 픽션>이 배우, 스탭들과 함께 만든 작품이라면, 2편인 <스테레오 퓨처>는 원맨밴드 식으로 철저히 혼자 만든 작품이다. 실험적인 형태의, 작가적인 작품이랄까. 사무라이 파이터, 사일런트 피메일, 이런 식으로 SF의 이니셜을 가진 열개의 에피소드를 엮었다. 지금 편집이 90% 진행됐다. 재배치하고, 믹스하고, 사상을 주입하고, 멋진 음악과 결혼시키려면, 앞으로 몇달은 더 걸려야 할 것이다. 조만간 미국에서 만들려는 작품도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수중발레를 다룬 작품이고, 제임스 브라운을 캐스팅하려 한다. 호테이가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 영화에 호테이도 나온다.
(호테이) 스케줄부터 체크해봐야겠다.
-올해, 특별한 계획이 있나.
(호테이)만들고 도전하는 것. 멈추지 않는 거다. 깊어지고 높아지고, 그러면서 나를 찾을 수 있길 바란다.
(나가노) 일을 몰아서 하고 잠을 못 자니까, 정신이 없어서 지갑이든 여권이든 잃어버리는 게 많다. 헬싱키영화제에 초대받았을 땐데, 아침 7시까지 작업하고 공항으로 떠나려는데 여권 기한이 만료된 걸 알았다. 나중에라도 출발하려 했는데 그게 여의치 않아서, 부인이 나 대신 모든 공식 일정을 챙기고 돌아왔다. 새해부턴 안정된 생활, 정돈된 생활을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