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의 대가 서극이 돌아온다. 2002년의 ‘위대한 실패작’ <촉산전> 이후 그가 꺼내든 카드는 <칠검>이다. 이미 베니스국제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선정됐을 만큼 세계의 이목을 끌어모으고 있는 이 영화는 1500만달러의 제작비를 들인 대작이다. 한국 보람영화사의 이주익 대표가 공동제작자로 참여했다는 점이나 한국 배우 김소연이 주요 배역으로 출연한다는 점에서도 화제를 모으고 있는 작품.
만주족이 쇠락해가는 명나라를 제압하고 청의 깃발을 세울 무렵인 1660년경 명나라 장수 출신인 풍화연성(손홍뢰)은 무자비함을 발휘하며 중국 대륙의 북서부를 장악하고 있다. 이제 남은 목표는 국경지역에 있는 무장마을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명나라의 사형집행인 부청주(유가량)는 무장마을 출신 무원영(양채니)과 한지방(육의)을 설득해 검술의 대가 회명이 살고 있는 천산으로 향한다. 회명은 이들과 뜻을 같이해 가장 우수한 제자 4명을 내려보낸다. 초소남(견자단), 양운총(여명), 목랑(주군달), 신용자(대립오)가 그들. 이렇게 만난 일곱명의 검객이 ‘칠검’인 것이다. 다시 마을로 내려온 이들은 풍화연성과 맞서기 위한 준비를 해나가지만, 그들 사이에 첩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칠검은 강한 외부의 적에 맞서야 할 뿐 아니라 내부의 적 또한 찾아내야 하는 운명에 처한다.
대만 출신 무협작가 양우생의 <칠검하천산>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에서 서극이 보여주려는 것은 환상적인 영웅담이 아니라 영웅이 되는 현실적인 과정이다. 그들은 “한계와 나약함을 가진 영웅”이며, “각자 내적인 여행을 통해 자기 안의 나약함을 극복하고 가능성을 발견하는 과정”을 겪게 되는 것이다. 이 영화에서 일곱명의 무사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일곱개의 검이다. 각자의 특성에 맞는 검을 지닌 이들 무사 캐릭터는 각각 ‘현명함’, ‘공격’, ‘방어’, ‘훈련’ 등을 상징하면서 이야기에 확연한 색깔을 더한다.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천녀유혼> 등을 통해 와이어 액션의 신기원을 열었던 서극 감독이 이번 영화를 통해서는 검이라는 원초적 무기를 중심에 놓는 ‘리얼리즘 액션’을 선보인다는 점이다. 그는 홍콩의 전설적인 무술배우이자 무술감독 유가량과 함께 육체를 한껏 사용하는 생생한 액션을 만들어냈다 하니 액션영화의 새로운 트렌드가 형성될지 두고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