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장면의 비밀]
<반지원정대> 추위에 떨었다고? 천만에 말씀
2005-07-23
글 : 한청남

반지 원정대 일행이 눈 덮인 카라드라스 산을 넘으려다 사루만의 방해를 받는 장면이다. 혹독한 눈보라와 함께 추위에 떠는 배우들의 모습이 보는 것만으로도 한여름의 더위를 잊게 만든다. 하지만 촬영 당시의 실상은 그와는 정반대. 배우들이 오히려 더위 때문에 고생했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사실 이 장면은 실내 세트에서 촬영되었으며 진짜 눈 대신 쌀가루와 폴리스티렌으로 만들어진 가짜 눈이 특수효과 재료로 이용되었다. 강렬한 조명 때문에 두터운 복장을 한 배우들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 간달프 역의 이안 맥켈렌은 땀이 비오듯 쏟아지는 상황에서도 ‘나는 지금 추위에 떨고 있다’라는 주문을 머릿속으로 외우며 연기에 임했다고 회고한다.

촬영 스탭들은 가짜 눈가루를 막기 위해 마스크를 착용했다

게다가 가장 큰 문제는 가짜 눈에 있었다. 쌀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젖으면 끈적끈적해져서 몸에 달라붙곤 했는데, 이것이 옷과 신발은 물론 속옷 안에까지 들어가서 찝찝한 기분이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고. 레골라스 역의 올랜도 블룸은 그것이 가끔 입 안으로 들어오면 짭짤한 톱밥 같은 끔찍한 맛이 느껴졌다고 밝히고 있다.

이 장면은 피터 잭슨 대신 조감독 존 마하피가 연출했는데, 음성해설에서 다른 스탭들은 이러한 악조건을 우려한 잭슨이 핑계를 대고 남에게 떠넘긴 게 아니냐며 농담 삼아 이야기하고 있다. 어쨌든 배우들과 제작진들의 노고 덕분에 우리는 추위에 맞선 원정대의 사투를 리얼하게 볼 수 있었던 것이다.

당시의 고생담을 털어놓는 이안 맥켈렌
끔찍한 눈이었다고 말하는 올랜도 블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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