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슈퍼히어로를 찾는 할리우드 제작자들이 코미콘으로 몰려들고 있다. 코믹스를 원작으로 한 블록버스터 <배트맨 비긴즈> <씬 시티> <판타스틱4>가 박스오피스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7월14일 세계 최대의 만화콘텐츠 전시회인 ‘샌디에이고 코미콘(Comic-Con)’이 막을 열었다. 코미콘 역사상 최대의 인원이 참가한 이번 행사에는, 샤를리즈 테론, 케이트 베킨세일, 내털리 포트먼 등 수많은 할리우드 스타들과 제작자들의 방문 역시 줄을 이었다.
<LA타임스>는 올해 코미콘의 폭발적인 열기가 코믹스 원작 영화들의 박스오피스 선전에서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라이온스 게이트’의 대표 존 헤지먼은 “요즘 스튜디오들은 코미콘에 수백만달러의 돈을 아낌없이 투자한다. 스튜디오들은 코믹스 팬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하며, 코미콘은 그런 사람들을 한자리에 모아놓은 성전과도 같다”며 코미콘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래픽노블을 소재로 한 <벤데타의 V>(V for Vendetta)의 홍보를 위해 코미콘에 참가한 제작자 조엘 실버는 ‘인터넷의 힘’을 예로 들어 최근의 코미콘 열풍을 분석하고 있다. “요즘은 누구든지 자기집 책상 앞에서 영화에 관련된 이야기를 인터넷에 올릴 수 있다. 그런 소문 하나가 영화제작을 완전히 바꿀 수 있는 시대다. 또 그런 능력을 지닌 수천명의 열혈팬들이 모여 있는 곳이 코미콘이다.”
제작자들이 코미콘을 찾는 또 다른 이유는 블록버스터의 가능성을 가진 코믹스의 판권을 구입하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이기 때문이다. 올해 스튜디오들이 판권을 구입한 대표적인 작품들은 ‘아쿠아맨’으로 알려진 <서브 마리너>를 비롯, <와치멘> <캡틴 아메리카> <실버 서퍼> 등이 있다. 하지만 마블사의 회장 아비 아라드는 “코믹스를 성경처럼 여기는 팬들은 조짐이 심상치 않다는 생각이 들면 즉각적으로 반응한다”며 스튜디오들이 코믹스의 영화화를 사려깊게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코미콘에 모인 깐깐한 팬들은 실망스럽게 만들어진 영화들을 단칼에 베어버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코미콘에 참가했던 <캣우먼>과 <일렉트라>는 허술한 만듦새로 팬들의 분노를 샀고, 그들이 인터넷에 흘린 악평들이 두 작품의 저조한 개봉 성적에 영향을 끼쳤던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