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북과 공동작업 <심청전> 만화영화로
2005-07-28
글·사진 : 서정민 (한겨레 기자)
<왕후 심청> 만든 넬슨 신 감독
넬슨 신

“우리 고전 가운데서도 가장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는 심청전으로 한국적인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남북이 함께 만들었다는 점에서 개인적 소원도 풀었고요.” 다음달 남(12일)과 북(15일)에서 동시 개봉하는 애니메이션 <왕후 심청>의 넬슨 신(68) 감독은 이번 작품을 만든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동양인으로는 최초로 할리우드 애니메이터로 활동하며 <심슨 가족> <핑크 팬더> 등을 만드는 데 참여한 그는 무려 7년 동안 70억원을 들여 <왕후 심청>을 완성했다.

“캐릭터부터 한국적으로 표현하는 데 중점을 뒀어요. 눈과 눈썹 사이를 멀게 그린 게 그 단적인 예입니다. 심청의 경우에는 왕후가 될 인물감으로 보이도록 몰락한 조정 대신의 딸이자 ‘얼짱’, ‘몸짱’, ‘인품짱’으로 재해석했어요. 그렇다고 원작의 기본틀까지 바꾼 건 아닙니다. 고전은 그 자체로 보전할 가치가 있거든요.”

황해도 평산에서 태어나 1·4 후퇴 때 월남한 그는 이번 애니메이션의 원·동화 작업을 북한의 ‘조선 4·26 아동영화 촬영소’에 맡겼다. 통일을 위해서는 직접적인 정치적 교류보다 먼저 문화적 교류를 통해 정서적 물꼬를 터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그래서 더 많은 어려움과 비용에도 아랑곳 않고 공동작업을 밀어붙였다.

“어렵사리 공동작업 승낙을 받아내고 2001년 처음으로 북한에 들어갔어요. 그런데 이후 서해교전이니 부시 미국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이니 하는 악재들이 잇따라 터져나오는 겁니다. 언제 작업이 중단될지 몰랐죠. 그래서 그들에게 모든 작업을 단계별로 끊어서 하도록 했습니다. 혹시 중단되더라도 남쪽에서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말이죠. 그래서 작업이 더 오래 걸렸어요.”

작업 때문에 수없이 남북을 오가던 그는 중국에서 발생한 사스 때문에 북으로 들어가는 여객기 운항이 중단됐을 때 화물기를 타고 평양에 들어가기도 했다. 그는 무려 18번이나 평양을 다녀온 끝에 <왕후 심청>을 완성할 수 있었다. <왕후 심청>에는 북한 지명도 나온다. 그의 고향인 평산은 물론, 평양과 한양의 이정표가 함께 나오는 장면도 있다. “남과 북은 엄연히 하나의 나라였다는 사실을 그렇게라도 알리고 싶었다”고 그는 말한다.

“북한의 애니메이터 수준은 상당합니다. 말 타는 장면을 그리기에 앞서 실제로 말 타는 모습을 수없이 관찰하고 작업에 들어가는 사람들이죠. 앞으로도 계속 함께 작업을 하고 싶어요.” 차기작으로 고구려를 다룬 텔레비전 시리즈를 준비 중인 그는 이 또한 남북 공동작업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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