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동백꽃 프로젝트> 포스터 촬영한 사진작가 겸 독립영화감독 이난
2005-07-28
글 : 오정연
사진 : 서지형 (스틸기사)
“돈 벌어서 즐거운 건 사진, 돈써서 즐거운 건 영화”

지난 7월20일 오전. 9월 극장 개봉을 앞둔 옴니버스 독립영화 <동백꽃 프로젝트>의 포스터 촬영이 이루어지던 날. 배급을 담당한 인디스토리 사무실은 김태용 감독, 박미희 등 촬영을 앞두고 분장에 여념이 없는 주연배우들과 자잘한 소품 하나까지 체크하느라 동분서주하는 관계자들로 붐볐다. 포스터 촬영을 담당한 사진작가는 예정보다 30분 늦게 나타나서는 차 안에 열쇠를 두고 내렸다며,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연장’부터 찾는다. 95년에 사진을 시작한 이래 <모텔 선인장> <태양은 없다> <가문의 영광> <령> 등의 영화 포스터를 찍었고, <스윙 다이어리> <7AM Slowly: Opposite Page> <Amnesia 11518405> <기억의 환> 등의 독립영화를 완성한 이난 감독. 사진과 영화, 비슷하지만 다른 작업을 대등하게 즐기는 듯 유쾌한 여유가 인상적인 그는, 짧은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가망이 없어 보이는 연장을 들고 내려가 보란 듯이 차문을 열었다. 그가 촬영한 포스터와 연출한 영화의 포스터를 동시에 맞닥뜨릴 그날이 기다려진다.

-오늘의 포스터 촬영 컨셉은 어떻게 되나.

=영화의 분위기와 비슷하게 간다. 동백꽃스럽게 가려고 한다. (웃음)

-3편의 단편이 모인 옴니버스, 그리고 동성애를 소재로 한 영화라서 포스터 시안을 잡는 데 어려움이 있진 않았나.

=모 감독이 자기 배우가 출연해야 한다며 알력싸움을 벌인 것 말고는. (웃음) 다른 포스터와 별로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촬영할 배우들 중에 비전문 배우도 있고 해서 생각처럼 세게 밀어붙이지는 못할 것 같다. 대신 한컷 안에 약간씩 육체적 터치(!)를 가미해볼 생각이다.

-어제 본인의 사진 스튜디오 오픈행사가 있었다는데, 앞으로 직접 영화를 찍을 계획이 있나.

=이제는 장편을 찍고 싶다. 꾸준히 독립영화 작업을 계속해서 인지도도 생기고, 다음 작업을 쉽게 진행하는 친구들을 보면 아무래도 부럽다. 띄엄띄엄 작업을 하다보니 영화계에 소개될 기회도 적어지고. 평소에는 일하느라 영화제에도 제대로 못 간다. 영화를 즐기지 못한다.

-포스터 촬영할 때, 영화연출을 했던 경험이 배우의 표정을 지시하거나 할 때 도움이 되지 않나.

=사진 찍을 때랑 연출할 때랑 마인드가 달라서 꼭 그런 것 같지는 않다. 포스터를 찍을 때 배우에게 연기를 요구한 적은 한번도 없다. 직업배우들은 어떤 분위기를 만들어주면 흐름을 타고 알아서 잘 읽어내고 만들어준다. 내가 하는 일은 그 수위를 조절하는 것 정도다. 게다가 영화 포스터는 배우가 영화 속 캐릭터를 그대로 가지고 오기 때문에 따로 주문할 것도 없다.

-사진작가와 영화감독, 어떤 일이 더 즐겁나.

=제일 즐거운 건 돈을 버는 일이니까 사진. 하지만 그보다 내가 좋아하는 건 돈을 쓰는 일이다. 대표적으로 돈쓰는 일이 바로 영화찍는 일인데, 그래선지 영화 찍을 땐 너무 좋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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