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가이드]
영화사상 가장 충격적인 1분, <싸이코>
2005-07-28
글 : 김의찬 (영화평론가)

<EBS> 7월31일(일) 오후 1시40분

“내가 생각하기에 <싸이코>의 원작소설이 나를 사로잡고 영화화하도록 다그친 요소는 단 하나다. 한 여성이 샤워 도중에 갑작스럽게 살인을 당한다는 것이다. 그게 영화를 만든 이유의 전부다.”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의 이야기처럼, 영화 <싸이코>의 샤워 도중의 살인장면은 여전히 공포스릴러영화의 명장면으로 꼽힌다. 1분도 채 되지 않는 이 장면이 <싸이코>의 절정부가 되고 있음은 물론이며 영화 사운드와 편집의 교과서가 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영화제작 당시 관객은 ‘주인공’이라고 믿던 인물이 초반부에 목숨을 잃는 것을 상당히 충격적인 일로 받아들였다고 전해진다.

마리온은 애인 샘과 결혼하고 싶어하지만 샘은 빚을 갚을 때까지 기다리라고만 말한다. 그래서 마리온은 회사 사장이 은행에 입금하라고 맡긴 돈을 들고 도망친다. 샘을 만나러 간 그녀는 도주 첫날 밤, 도로변에 있는 낡은 모텔에 들어선다. 모텔의 주인인 노만 베이츠는 그녀에게 친절하게 대해주며 자신은 모텔 뒤쪽 빅토리아풍의 큰 저택에서 몸이 불편한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고 말한다. 잠자리에 들기 전, 마리온이 샤워를 하는 도중, 난데없이 검은 형상이 욕실에 나타나 마리온을 칼로 난도질해 살해한다. 영화 역사상 <싸이코>만큼 깊은 충격과 영향력을 행사한 작품은 드물다. 아마도 그것은 평범하고 여린 젊은이로만 보이는 노만 베이츠, 즉 앤서니 퍼킨스가 연기하는 인물이 비정상적 정신상태를 지니고 있으며 살인마라는 사실이 서서히 밝혀지기 때문일 것이다. 실종된 마리온을 찾아나선 라일라 일행은 베이츠가 살아 있다고 주장하는 어머니가 이미 세상을 떴으며 베이츠가 이중 생활을 하고 있는 상태임을 알게 된다. 다시 말해서 영화는 자신의 내면적 감옥에 갇혀 있는 한 인물의 일상으로부터 접근해 결국 그의 정신세계에 잠복해 있는 지옥의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이렇듯 지독하게 비관적이고 어두운 세계에 대해 관객이 공포와 함께 이유를 알 수 없는 연민을 품도록 하는 것이 히치콕 감독의 의도였으며 그것은 많은 부분 성공을 거두었다.

“나는 이 영화가 관객에게 어떤 충격을 주었다는 점에서 만족한다. 난 주제나 배우의 연기에 대해 무관심한 편이며 영상과 음향, 순수하게 기술적인 요소에 관객이 비명을 지르는 것에만 관심이 있다. 즉 순수하게 영화적인 방식을 의미하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샤워장면 외에도 <싸이코>는 볼거리가 적지 않다. 관음증과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미치광이 살인마 등의 요소를 적절히 지니고 있는 <싸이코>는 대중영화에 있어 가장 실험적인 작품 중 하나였다고 봐도 무리가 없겠다.

관련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