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데뷔 7년차 배우 임은경이 말하는 자신의 ‘새로운 시작’
2005-08-03
글 : 문석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최대한 제 솔직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2001년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현장에서 처음 만난 임은경은 수줍고 과묵한 소녀였다. 조심스레 말을 붙여도 세상의 모든 비밀을 품은 듯한 까만 눈동자만을 드르륵 굴릴 뿐, 그의 표정은 어둑했고 그의 입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그리고 4년이 지났지만, 그에 대한 이미지는 그리 달라지지 않았다. <품행제로> <시실리 2km> <인형사> 같은 영화와 드라마 <보디가드>에 출연했지만 임은경의 느낌은 여전히 신비라는 베일에 둘러싸인 존재였다. <여고생 시집가기>에서 밝은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모두가 즐기기 힘들었던 영화인 탓에 그의 ‘변신’은 쉽게 알아차리기 힘들었다. 그러던 그가 이제 TV에서 아주 상쾌하고 씩씩하고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7월16일부터 MBC <!느낌표>의 ‘눈을 떠요’ 코너를 김제동과 함께 진행하는 임은경의 모습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얼굴엔 밝은 햇살이 그득하고 입에선 소박하지만 진심이 담긴 이야기를 쏟아내고 있는 것. “절 보고 어두워 보인다고 말씀을 많이 하시는데, 아무래도 제 환경 탓도 있는 것 같아요”라며 은연중에 금기가 됐던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까지 거리낌없이 뱉는 걸 보면 이건 단지 ‘방송용 내숭’이 아닌 것 같다. 외모 또한 어느새 20대 숙녀에 가깝게 바뀐 임은경으로부터 <성냥팔이…> 이후의 삶에 관해 들었다.

-TV를 통해 보니 예전보다 분위기가 많이 밝아진 것 같아요.

=원래 제 성격이 이래요. 제 뜻과 무관하게 이미지가 이렇게 되다보니까 다들 어둡게 받아들였던 것 같아요. 사실, 낯선 사람을 보면 말을 잘 안 하는 건 있죠. 너무 낯을 가리는 게 문제죠.

-<!느낌표>에는 어떻게 출연하게 됐는지.

=평소 어려운 분들을 도와드리고 싶었는데, 기회가 잘 안 닿잖아요. 그러다가 이야기가 들어왔어요. god가 진행할 때도 좋아하던 프로그램이었고, 이 기회에 저도 그런 분들을 도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하게 됐어요. 개인적으로도 제 이미지가 한쪽으로 많이 굳어 있는데 그런 것을 바꿀 수 있겠다 싶었어요. 얼마 안 됐지만 이 세상에는 저보다 힘들게 사는 사람이 많구나, 느꼈어요.

-평소 이미지상 TV 오락 프로그램은 잘 안 어울릴 것 같았고 선뜻 나서지 않을 것 같기도 했는데.

=근데 저는 그러진 않았어요. 제의가 들어왔을 때 다른 생각 안 하고 그저 진행하고 싶다고 말씀을 드렸어요, 제가. 좋은 일이니까. 저도 꾸미지 않은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을 것 같으니까.

-진행하면서 부모님(그의 부모님은 청각장애우다) 생각도 났을 것 같아요.

=많이 나요. 지금까지 두분을 만났는데요. 두 번째 분은 한집의 가장이고, 부모님과 큰형님의 조카까지 부양하고 계세요. 특히 그 집의 아이들을 보니까 저도 느끼는 게 있었어요. 그분은 어린아이가 그림책을 보면서 ‘이게 뭐야, 아빠’ 이렇게 질문하는데 함께 못 봐줄 때 가슴이 제일 아프시대요. 저도 어렸을 때 그런 걸 많이 느꼈으니까. 사실, 한국사회는 아직도 장애우를 바라보는 시선이 불편한 것 같아요. 가장 중요한 것은 어릴 때부터 장애가 이상한 게 아니라는 점과 장애우들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점을 가르쳐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저도 그런 것을 잘 몰랐기 때문에 사춘기 때는 숨어 있어야 한다는 고정관념 속에서 살았던 것 같아요.

-이미지 변신에도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저도 최대한 솔직한 모습을 보이려고요. 어쩌면 기존의 제 이미지만을 갖고 있는 시청자들은 ‘저게 어디서 내숭이야’ 이렇게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어요. 예전 TTL 광고할 때부터 그 인상이 너무 크기 때문에. 확 바꾸려면 처음엔 힘들더라도 제 솔직한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거죠. 그런 말이 있잖아요. 자신감이 없으면 솔직해지지 못한다는. 제가 그랬었거든요.

-솔직해진다는 것은 신비감이 사라진다는 이야기이기도 한데.

=어떻게 보면 여태까지 포장된 이미지를 통해서 제가 저 자신을 스스로 가둔 것 같아요. 그렇게 나가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고. 그래서 괜히 심하게 오버를 하거나 하면 사람들이 오해를 하지 않을까, 하고 첫 녹화 때 생각이 많이 되더라고요.

-그래도 초반에는 익숙지 않았을 것 같아요.

=오프닝할 때 하는 말 같은 것은 할 수 있는데, 촬영을 할 때는 대본대로 말하거나 상황을 연출할 수 없으니까 아무래도 그렇죠. 장기기증을 해 10명의 생명을 살린 분 집에 가서 첫 녹화를 할 때는 울다만 왔어요. 이건 울면 안 되는 프로거든요. 오히려 반대로 희망을 드리고 박수를 쳐드리고 해야 하는데.

-안구가 미국에서 도착했다는 소식에 흥분하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촬영을 하는데 저는 신나서 한다고 했는데 감독님이 분위기를 좀더 띄워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안구 도착했을 때는 생각해서 그렇게 된 건 아니고 그냥 흥분이 되더라고요. 사실, 제 옆에 계신 분, 그러니까 (김)제동이 오빠는 재밌으시잖아요. 말도 너무 잘하시더라고요. 근데 저는 말 안 하는 것으로 떴는데…. (웃음) 제동 오빠 보면서 많이 배우고 있어요.

-이젠 슬슬 연예계에도 적응이 되는 것 아닌가요.

=아직도 방송사에 가면 낯설어요. 원래가 적응기간이 필요한 스타일이라서. 초반에는 좀 힘든데, 가장 안 좋은 버릇이죠. 그렇다고 거짓된 느낌을 가지고 막 좋다고 말하고 싶진 않아요. 잘하는 건지 못하는 건지 몰라도 제 진심이 담긴 모습만 보여드리고 싶고. 그래서 옆에서 볼 때는 속터지죠. (웃음) 제동 오빠가 ‘그렇지 않습니까, 은경씨’ 하면 저는 ‘어, 그래요’라고 단답형으로만 얘기하니까 상대편 입장에서는 답답하죠. (웃음) 방송은 리액션이 중요한데 그게 안 되니까.

-다른 활동은 안 하고 있나요.

=당분간은 <!느낌표>만 하려고요. 매니저 오빠한테도 이것만 하고 싶습니다, 라고 제가 말씀을 드렸어요.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이게 변수가 굉장히 많아요. 각막이 언제 올지, 그리고 안 올지도 모르고. 어제 왔어야 하는데 오늘 올 때도 있고. 온다고 연락을 받았어도 미국에서 갑자기 필요해지면 그쪽으로 가기도 하고, 상자가 작으니까 다른 데로 갈 때도 있고. 그러니 계속 대기상태로 있어야 해요. 일단 여기에 적응이 될 때까지는 다른 스케줄을 안 잡으려고요.

-지난해는 영화 세편을 거의 동시에 진행했어요. 바빴을 것 같은데.

=뭐 좀…. (임은경이 말을 아끼자 매니저가 말을 이어받았다) <품행제로>를 끝내놓고 <여고생 시집가기> 시나리오가 들어왔다. 우리도 이런 이미지를 한번 더 가자 그랬는데 촬영이 잘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면서 <인형사>가 들어왔는데 이 영화도 좀처럼 촬영에 안 들어가더라. 그런데 한맥영화 김형준 대표는 <인형사>가 쉽게 시작되지 않을 것 같다며 일단 <시실리 2km>를 먼저 들어가자고 했다. 그래서 시작했는데 <인형사>와 스케줄이 딱 겹쳐버렸다. 게다가 간혹 한번씩 <여고생…>을 찍는다고 했다. <시실리 2km>는 순천, 단양에서 찍고 <인형사>는 태백에서 찍었는데, 언젠가는 순천에서 이틀밤을 꼬박 새우고, 태백으로 날 새워서 올라갔다가 다시 밤 새워서 순천으로 내려가고 그랬다. 그러다가 갑자기 <인형사>에서 포스터를 찍는다고 연락이 와서 일주일 동안 잠을 거의 못 잔 적도 있다. 은경이 잘못이 아니라 우리가 잘못한 거지만.

-고생 많은 한해였네요.

=2004년은 정말….

-잊고 싶은가봐요.

=아뇨. 그냥 웃고 싶어요. (웃음) 저한테 뭐라고 해코지하는 분은 없었어요. 매니저 오빠가 힘들었지.

-TTL소녀로 등장한 지 벌써 6년입니다. 어떤지.

=아직도 연기자로서는 한없이 부족하고요. 너무 부족해요.

-뭐가 부족하죠.

=아직까지는 작품을 할 때마다 새롭거든요. 그리고 새로운 캐릭터를 맡을 때마다 두려움이 있었어요. 그리고 지난해에는 <인형사> <시실리 2km> 하면서 역할 자체도 어둡기도 하고 그래서 많이 힘들었거든요, 사실은. <여고생…>을 틈틈이 찍으면서 나도 이런 영화를 할 수 있구나, 하면서 좀더 캐릭터 연구를 많이 해야 할 것 같았고, 작품에 대한 전체적인 분석도 많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여고생…>을 끝내고서 외친 한마디가 있어요. ‘이제부터 시작이다’라고.

-그래도 데뷔한 지 햇수로 7년차인데 시작이라니.

=처음에는 TTL 이미지가 너무 강했기 때문에 저 스스로도 어쩔 줄을 몰랐어요. 지금은 시간이 지나서 괜찮지만, <성냥팔이…>를 찍을 때만 해도 많이 혼란스러웠어요. 데뷔 뒤로 3∼4년이 굉장히 힘들었어요. 고등학생 신분인데 어른들을 만나서 일을 해야 하니까. <성냥팔이…> 기자시사회 때도 엄청 놀랐어요. 우황청심환 못 먹은 게 너무 아쉬웠다니까요. 저는 정말 태어나서 그렇게 많은 분들이 온 걸 처음 봤거든요. 그때도 말 한마디도 못하고 경직돼서 뭐가 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대답은 했는데 뭐라고 했는지도 기억도 안 나고….

-그땐 그랬는데, <품행제로> 때는 완전히 바뀌어서 솔직히 놀랐어요.

=사람들이 놀란 이유는 딱 한 가지밖에 없어요. 얘가 말을 안 하다가 갑자기 하니까 놀란 거죠. (웃음) 어 쟤 말도 하네, 이거죠. (웃음)

-<품행제로>의 그 캐릭터가 자연인 임은경과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던데.

=감독님과 얘기를 많이 해서 제 성격 반, 새로운 성격 반 이렇게 섞어 만든 게 민희예요. 사실, 제가 의외로 고집이 세요. 이게 컵이라고 하면(재떨이를 들어 보이며) 내겐 이건 죽어도 컵이에요. 영화 속에서도 민희는 나영(공효진)에게 절대로 안 지려고 하잖아요. 거기에 제 성격이 들어가 있어요.

-<시실리 2km>의 귀신 캐릭터도 재미있었어요.

=어설픈 충청도 사투리도 하고…. (웃음) 사실, 그때 끼었던 렌즈 때문에 고생을 좀 했죠. 두꺼운데다 오랫동안 끼고 있어야 하는데 제가 안구건조증을 앓고 있었으니까. 나름대로 재미도 있었어요. 촬영장이 폐교였는데, 제가 검은 원피스를 입은 채 그 렌즈를 끼고 창문을 들여다보면 건너편에서는 막 놀라서 소리지르고…. (웃음)

-<인형사>는 좀 실망스럽기도 했는데.

=딱 <성냥팔이…> 할 때의 기분이었어요. 대사도 없고, 감정이라고는 슬픔과 분노밖에는 안 갖고 있었기 때문에. <성냥팔이…> 할 때도 캐릭터 자체를 이해하기가 어려웠어요. 그래도 저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는데 어떤 기사 때문에 상처를 받기도 했어요.

-어떤 기사였기에.

=매니저 오빠는 제게 절대로 인터넷을 보지 말라고 하는데, 저는 영화가 개봉할 때면 꼭 들여다보거든요. 제가 고집이 있다니까요. 그런데 어떤 분이 <인형사>에 대해 말하면서 ‘임은경은 관객몰이용이었다’고 썼더라고요. 지금은 웃지만 그때는 솔직히 상처를 많이 받았어요.

-상처가 많이 아팠나요.

=그때는. 저는 사실 그런 걸 오래 담아두는 성격이 아니에요. 뒤돌아서면 5초? 그 정도면 까먹어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생각을 안 해요. 게다가 저는 건망증이 심해요. 매니저 오빠가 뭐 가져오라고 하면 알겠다고 해놓고는 그냥 나와서 목적지에 거의 도착할 때쯤 생각이 나는 거예요. (웃음)

-이젠 여고생이나 귀신, 이런 역은 벗어났으면 좋겠어요.

=저도요. 그런데 많은 분들이 임은경 하면 TTL밖에 생각을 못하시더라고요. 그 이미지 때문에 아직까지 어리다는 인식이 많이 있는 것 같아요.

-TTL로 떴다는 게 약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독이기도 했던 것 같아요.

=<성냥팔이…> 때 여러 사람과 인터뷰를 했잖아요. 그런데 어떤 기자분이 임은경씨는 인터뷰하기가 힘들다고 해요. 네 아니면 아니요, 이렇게 단답형으로 대답해서 쓸 게 없대요. 사실은 저 스스로가 무서운 게 많았어요. 내 성격은 원래 이게 아닌데. 사람들 앞에서 나선다는 게 두려웠던 같아요. TTL 할 때만해도 CF만 찍고 학교에 가고 그랬으니까 내가 연예인이다 이런 생각은 안 했어요. 그런데 <성냥팔이…>를 찍을 때는 혼란스러운 거예요. 이 상황을 어떻게 대처해야 하지, 이런 생각이 자꾸 드는 거예요. 그런데 정리가 안 되니까 그냥 입을 딱 다물어버린 것 같아요. 그 이미지가 <시실리 2km>까지 간 것 같아요.

-시간도 지났고 20대에 접어들었는데 이젠 좀 많이 달라졌나요.

=지난해가 내 인생에서 가장 많은 변화가 있었던 때 같아요. 여러 상황을 겪고나니까, 솔직히 말해서 너무 힘들더라고요. 정말 힘들어서 울고는 싶지만 사람들 앞에서 나 힘들어요, 하고 울 수는 없잖아요. 속으로 많이 참았어요. 오히려 그런 것을 겪어서인지 많이 밝아지고 편해진 것은 있어요.

-그 이후엔 뭘 했나요.

=올해 1월부터 딱 6개월 완전히 쉬었거든요. 그저 맛있는 것이나 먹으러 다니고. (웃음) 그런 재미에 빠져 살았어요. 저 스스로도 힘들어하고 괴로워할 줄 알았는데 안 그렇더라고요. 느긋해진 것 같아요. 주위에서도 아주 편하게 보세요.

-뒤집어 말하면 예전엔 조급했다는 이야기인데.

=네네, 제 스스로가. 뭔가 하나라도 잘 안 되면 나 때문이라는 그런 피해의식 있잖아요. 흥행이 안 되거나 하면 다 내가 안고 가야 하는 거라고. 영화를 처음 시작할 때가 너무 힘들어서 그랬는지 그런 생각이 머릿속에서 잘 안 떠나더라고요.

-스스로에 대한 기대가 컸다는 말인가.

=TTL이고 <성냥팔이…>고, 처음에 나왔던 이미지가 너무 컸으니까 그런 부담감이 참 많았어요. 만약에 안 되면 다 내 잘못이다, 이런 거.

-냉정하게 말해 TTL 당시와 비교하면 인기라든가 하는 점이 그때만 못한 게 사실인데, 섭섭하진 않나요.

=섭섭하기보다는… 왜 인터넷에 들어가면 말이 많잖아요. 그런 것을 볼 때마다 TTL 때는 내가 어땠었구나 하는 것을 거꾸로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당시엔 그만큼 인기가 있는지 몰랐다는 얘긴가요.

=알 수가 없었죠.

-어쨌건 그런 부담이 없어지니까 좋죠.

=그런 부담감을 털어버리니까 편해요. 아주 좋아요. 다음 작품을 할 때는 아주 편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문근영 같은 후배를 보면 몇년 전 임은경이 누렸던 지위에 있는 것 같은데, 상실감은 안 느끼나요.

=상실감 같은 건 전혀 없고요. 스스로는 잘 의식을 못해요. 사실, 주위에서 그런 말을 할 때는 좀 느끼죠. 그렇구나, 내가 예전에는 그랬었구나. 제가 많이 둔해요, 그런 것에 대해서. TTL 할 때도 그 직후에도 주위에서는 저보고 좀 예쁘게 입고 다니라고 했어요. 근데 저는 ‘내가 무슨 연예인인가’ 하면서 그냥 다녔죠. 그래서 연예인을 보는 게 신기했어요. 압구정동 레코드숍에서 이정재씨가 음악 듣고 있는데 친구랑 야, 우리 사인받자 그래서 사인받고. 며칠 뒤엔 커피숍에 유지태씨가 있더라고요. 친구가 사인받고 싶대요, 그래서 나도 받고 싶어, 그래서 사인 막 받고.

-그쪽에서는 사인해달라고 안 하던가요.

=(웃음) 그때 해드렸어요. 그때가 참 재미있었어요.

-법정 스님이 쓴 <산에는 꽃이 피네>를 좋아한다던데.

=(당황하며) 사실, 좋아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시면 너무 부담스러워요. 아직 한번밖에 못 읽었어요. 그 책이 너무 어렵잖아요. 그냥 그런 거 있잖아요. 느낌이 편안하다. 그리고 욕심을 버려야 한다, 그런 것.

-욕심이 있었다는 말인가요.

=어렸을 때 못 가져봤던 것, 사고 싶었던 것에 대한 욕심이 생기잖아요. 물론 부모님에게 받아쓰는 처지이긴 하지만 돈이 생기니까 그렇더라고요. 한두번은 실수한 적도 있었어요. 사지 말아야 할 것을 살 때 말이죠. 그러면서 아, 욕심을 버려야겠구나. (웃음)

-20대 여성이면 사고 싶은 것도 많고 갖고 싶은 것도 많을 텐데.

=그냥 참아야죠. 그래도 먹을 것만큼은 잘 사요. (웃음)

-구두나 액세서리나 이런 데 관심이 안 가나요.

=사실, 구두나 가방에 대한 욕심은 많아요. 길가다 예쁜 구두가 있으면 사고 싶고 그런데… 그냥 눈도장만 찍고 가요. (웃음) 어찌나 구두가 비싼지….

-<!느낌표> 다음 계획은.

=아마 방송 드라마를 하지 않을까….

-영화보다 드라마를 택하는 이유가 있나요.

=아직도 들어오는 시나리오가 그동안 저의 고정된 이미지에 기댄 게 많아요. 또 요즘 트렌드잖아요. <내 이름은 김삼순> 이런 것처럼 솔직한 여성에 관한 게 많더라고요. 그래서 저랑 연령대가 안 맞는 것 같아요. 오히려 어중간한 나이가 된 것 같기도 하고.

-연기자로서 풀어야 할 과제가 있다면.

=모든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연기랄까? 사실 TTL 광고를 찍을 때도 부연설명을 전달받은 바가 없어요. 콘티가 있으면 그대로. 감독님도 ‘이렇게 움직여, 은경아’ 그랬죠. 그렇게 <성냥팔이…>까지 이어졌거든요. 시나리오도 어렵고 어떻게 해석을 해야 할까 고민은 되는데 장선우 감독님 말씀은 ‘그냥 있는 그대로 하라’였어요. 그게 더 어렵잖아요. 저는 어떤 지시를 원하는데 그런 게 없어서. 이젠 좀 저 스스로 해석도 하고, 분석도 해서 사람들에게 와닿게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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