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타이틀]
<쓰리 바이어런트 피플> 클래식 멜로드라마와 서부극의 매력
2005-08-03
글 : 김송호 (익스트림무비 스탭)

원제인 <Three Violent People>은 ‘3인의 난폭한 사람들’이라는 뜻으로, 드라마의 중심을 이루는 세 등장인물을 나타낸다. 남북전쟁 직후의 혼란스러운 미국 서부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남군 출신 대위인 콜트(찰턴 헤스턴), 그의 아내 로나(앤 백스터) 그리고 콜트의 동생 신치(톰 트라이언), 이 세 사람 사이에서 벌어지는 애증의 관계를 그렸다.

영화의 도입부는 서부극과 로맨스를 결합한 가볍고 부드러운 분위기다. 서로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두 남녀가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진다는 전개는 후반부의 어둡고 심각한 분위기를 짐작하기 어렵게 한다. 잘 속는 어리숙한 남자로 보이던 콜트가 실은 엄청난 재산과 큰 농장을 소유한 갑부이고, 상류층의 귀부인 행세를 하던 로나는 전쟁 시절 술집 여자였으니 이 둘의 관계가 파국을 맞게 될 것은 자명하다. 더욱이 이들이 결혼 후 콜트의 농장 ‘바 S’에 가니 콜트로서는 잊고 싶었던 탕아 동생 신치가 와 있고, 전쟁 직후의 어려운 재정을 보충하고자 파견된 정부 관리들은 바 S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관리들 중 한 명은 로나와 한 때 ‘놀았던’ 사람이었으니...

이 모든 갈등은 로나의 과거를 알게 된 콜트가 막 태어난 아기를 빼앗고, 자신과 절연한 콜트에게 복수하기 위해 정부 관리들과 결탁한 신치가 바 S로 쳐들어오면서 최고조에 달한다. 이렇게 멜로드라마답게 이끌어 온 갈등은 클라이맥스의 멋진 총격전을 통해 서부극의 왕도다운 전개로 마무리되는데, 차곡차곡 쌓여온 긴장감이 리볼버의 격발음으로 폭발하는 순간의 쾌감은 역시 ‘일단 쳐부수고 보자’는 요즘 영화와는 다른, 고전 영화에서만 맛볼 수 있는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스케일은 소박하지만 탄탄한 드라마가 볼 만한 수작인 <쓰리 바이어런트 피플>의 감독은 다양한 장르 영화를 연출했던 루돌프 마테. 그러나 고전 영화에 관심을 가진 팬이라면 그가 감독 이전에 <잔다르크의 수난> <해외 특파원> <상하이에서 온 여인> 등의 걸작에서 뛰어난 솜씨를 보여주었던 촬영감독 출신이라는 데 좀 더 주목할 지도 모르겠다. 덕택에 이 영화의 화면은 정적이면서도 점차 고조되는 등장인물들의 감정이 생생히 살아 있고, 중반부의 폭주하는 마차가 등장하는 액션 시퀀스와 후반부의 총격전에서는 활극 특유의 박력도 놓치지 않고 있다.

배우들의 연기도 볼 만한데, 특히 로나 역의 앤 백스터는 오직 돈과 명예만을 좇다 진정한 사랑에 눈뜨게 된 여인의 로맨틱한 모습과 극 후반부 콜트와의 대립 과정에서 보여준 강인한 모습 모두를 훌륭하게 연기해 내어 오히려 주연인 찰턴 헤스턴을 압도하고 있다. 불운한 삶을 통해 모난 성격을 갖게 되었지만 누구보다도 애정을 그리워하는 신치를 연기한 톰 트라이언도 강한 인상을 남긴다.

비스타비전 카메라로 촬영된 이 영화는 DVD를 통해 그 화려한 발색과 시원스러운 화폭을 멋지게 되살려낸다. 1.85대 1 아나모픽 와이드스크린 영상은 종종 눈에 띄는 화면의 잡티와 스크래치로 거의 50년이 되어가는 영화의 ‘나이’를 속일 수 없게 만들지만, 고전 스튜디오 영화 특유의 느낌은 부족함 없이 재현해 낸다. 사운드는 돌비 디지털 모노로, 원본 그대로의 음향을 보존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부록이 들어있지 않은 것이 유일한 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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