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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배두나 주연 <린다 린다 린다>, 관객과 평단 모두 호의적
2005-08-04
글 : 김영희 (한겨레 기자)
배두나, 일본인 감독의 뮤즈가 되다
<린다 린다 린다>

지난 7월23일 개봉한 배두나 주연의 일본영화 <린다 린다 린다>(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가 평단과 관객으로부터 호의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메인 개봉관인 도쿄의 시네세종 시부야엔 주말 이틀간 전회가 매진되었고, 평일인 27일 극장을 찾았을 때도 아침부터 220여 객석이 대부분 찼다 . 젊지만 확실한 자기 세계를 구축해가며 팬들을 확보하고 있는 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 ‘헤이세이(平成)의 하라 세쓰코’라 불릴 정도로 주목받는 신예 가시이 유우(<로렐라이>)나 마에다 아키(<배틀 로얄>)의 출연도 인기 원인이지만, 관심의 초점은 단연 배두나다. <키네마준보> 최근호가 권두 페이스로 배두나 인터뷰를 실은 것을 비롯해 각종 영화 잡지, 인터넷 사이트엔 그의 인터뷰가 줄을 잇고 있다. 흔히 이야기되는 ‘한류 열풍’의 인기스타는 아니지만 <플란다스의 개> <복수의 나의 것> <튜브>가 차례차례 일본에서 소개되며 그는 이미 독특한 감각을 지닌 연기파 배우로 주목받아왔다. 의외인 건 청춘영화임에도 객석을 10대보다는 20대 이후의 다양한 연령층이 채우고 있다는 점. 극장쪽은 “20대 이상 남자들 가운데 배두나의 팬이 많은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린다…>의 배경은 어느 지방 고등학교의 문화제(학교 축제)다. 고등학교 생활 마지막 문화제에 참가하기 위해 오리지널곡을 연습 중이던 밴드 멤버들이 부상, 말다툼 등으로 공중분해 위기에 처한다. 공연까지 남은 기간은 단 나흘. 남은 멤버 3인은 낡은 카세트에서 일본의 전설적 밴드 블루하트의 노래 <린다 린다>를 듣고 “이거라면 할 수 있겠다”며 보컬 찾기에 나선다. 뭐든지 알아듣기 힘들 땐 “하이”(네)라고 대답해버리는 한국 유학생 송은 이들의 보컬 제의도 덜컥 받아들인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야마시타 감독의 전작 <바보들의 배> <후나키를 기다리며>를 접해본 사람이라면, 느긋한 템포와 구제불능 같은 남자들의 엇박자 유머 속 쓸쓸한 정서를 기억할 것이다. 그에 비한다면 이번 작품은 의외일 정도로 스트레이트하고 밝은 청춘영화. 그 탓인지 “야마시타에게 청춘영화란 어울리지 않는다”라는 식의 비판도 없진 않다. 하지만 꾸미지 않은 영상이 잡아낸 여고생들의 소소한 감정의 순간은 담백한 감동을 준다. 우정과 연애, 성장을 이야기하되, 그 어느 것도 과장하거나 드라마화하지 않는다. <아사히신문>은 “변화구의 코미디로 알려졌던 야마시타 감독이 이번에는 직구 승부로 신경지를 열었다”고까지 평했다.

<린다 린다 린다>

단순한 이야기 골격 속에서 야마시타 감독식의 유머는 전적으로 배두나에 의해 재현됐다. 노래방 장면이나 일본인 학생으로부터 사랑고백을 받을 때의 무심한 표정 속 유머 연기는 정말 자연스럽다. “평범한 줄거리에 신선한 기운을 불어넣었다”(<요미우리신문>), “배두나의 순발적인 연기력과 표정과 움직임이 매력적”(<키네마준보>)이라는 평들이 나올 만도 하다. 남들 연애 얘기를 듣는 게 취미, 친구가 없어 방과후면 초등학교 1학년생과 만화책 보는 게 유일한 일과였던, 약간은 엉뚱해 보이는 캐릭터 송은 마치 배두나를 위해 만들어진 듯하다. 실제 야마시타 감독은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처음엔 여고생 밴드 멤버들의 다툼이 주요 내용이었는데 시나리오가 잘 진전이 안 되던 중 우연히 여자친구가 <플란다스의 개>에서 배두나의 연기가 좋더라는 말을 꺼냈다. 그렇다, 배두나를 출연시키면 어떨까 하고 생각하면서 처음으로 이 작품이 내 안에서 리얼리티를 갖게 됐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 밖에도 <린다…>에는 고교 문화제, 블루하트처럼 일본인들에게 어필할 만한 코드가 있다. 80년대 중반 데뷔한 블루하트는 수많은 카피 그룹을 양산시킨 전설적인 펑크 록 그룹이다. 단순한 청춘 예찬이 아니라 “어른들에게 칭찬이나 받는 바보가 되고 싶진 않아”라고 외치던 블루하트는 일본인들에겐 거칠 것 없는 젊은 날의 상징과도 같다. 규모가 큰 작품은 아니지만, 배두나의 첫 일본영화 출연은 비교적 성공적이라 말할 수 있을 듯하다. 하나 덧붙이자면, 여고생 세일러복은 배두나에게 정말 잘 어울린다. <린다…>는 8월 이후 전국으로 순차 확대 개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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