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23일 개봉한 배두나 주연의 일본영화 <린다 린다 린다>(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가 평단과 관객으로부터 호의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메인 개봉관인 도쿄의 시네세종 시부야엔 주말 이틀간 전회가 매진되었고, 평일인 27일 극장을 찾았을 때도 아침부터 220여 객석이 대부분 찼다 . 젊지만 확실한 자기 세계를 구축해가며 팬들을 확보하고 있는 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 ‘헤이세이(平成)의 하라 세쓰코’라 불릴 정도로 주목받는 신예 가시이 유우(<로렐라이>)나 마에다 아키(<배틀 로얄>)의 출연도 인기 원인이지만, 관심의 초점은 단연 배두나다. <키네마준보> 최근호가 권두 페이스로 배두나 인터뷰를 실은 것을 비롯해 각종 영화 잡지, 인터넷 사이트엔 그의 인터뷰가 줄을 잇고 있다. 흔히 이야기되는 ‘한류 열풍’의 인기스타는 아니지만 <플란다스의 개> <복수의 나의 것> <튜브>가 차례차례 일본에서 소개되며 그는 이미 독특한 감각을 지닌 연기파 배우로 주목받아왔다. 의외인 건 청춘영화임에도 객석을 10대보다는 20대 이후의 다양한 연령층이 채우고 있다는 점. 극장쪽은 “20대 이상 남자들 가운데 배두나의 팬이 많은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린다…>의 배경은 어느 지방 고등학교의 문화제(학교 축제)다. 고등학교 생활 마지막 문화제에 참가하기 위해 오리지널곡을 연습 중이던 밴드 멤버들이 부상, 말다툼 등으로 공중분해 위기에 처한다. 공연까지 남은 기간은 단 나흘. 남은 멤버 3인은 낡은 카세트에서 일본의 전설적 밴드 블루하트의 노래 <린다 린다>를 듣고 “이거라면 할 수 있겠다”며 보컬 찾기에 나선다. 뭐든지 알아듣기 힘들 땐 “하이”(네)라고 대답해버리는 한국 유학생 송은 이들의 보컬 제의도 덜컥 받아들인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야마시타 감독의 전작 <바보들의 배> <후나키를 기다리며>를 접해본 사람이라면, 느긋한 템포와 구제불능 같은 남자들의 엇박자 유머 속 쓸쓸한 정서를 기억할 것이다. 그에 비한다면 이번 작품은 의외일 정도로 스트레이트하고 밝은 청춘영화. 그 탓인지 “야마시타에게 청춘영화란 어울리지 않는다”라는 식의 비판도 없진 않다. 하지만 꾸미지 않은 영상이 잡아낸 여고생들의 소소한 감정의 순간은 담백한 감동을 준다. 우정과 연애, 성장을 이야기하되, 그 어느 것도 과장하거나 드라마화하지 않는다. <아사히신문>은 “변화구의 코미디로 알려졌던 야마시타 감독이 이번에는 직구 승부로 신경지를 열었다”고까지 평했다.
단순한 이야기 골격 속에서 야마시타 감독식의 유머는 전적으로 배두나에 의해 재현됐다. 노래방 장면이나 일본인 학생으로부터 사랑고백을 받을 때의 무심한 표정 속 유머 연기는 정말 자연스럽다. “평범한 줄거리에 신선한 기운을 불어넣었다”(<요미우리신문>), “배두나의 순발적인 연기력과 표정과 움직임이 매력적”(<키네마준보>)이라는 평들이 나올 만도 하다. 남들 연애 얘기를 듣는 게 취미, 친구가 없어 방과후면 초등학교 1학년생과 만화책 보는 게 유일한 일과였던, 약간은 엉뚱해 보이는 캐릭터 송은 마치 배두나를 위해 만들어진 듯하다. 실제 야마시타 감독은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처음엔 여고생 밴드 멤버들의 다툼이 주요 내용이었는데 시나리오가 잘 진전이 안 되던 중 우연히 여자친구가 <플란다스의 개>에서 배두나의 연기가 좋더라는 말을 꺼냈다. 그렇다, 배두나를 출연시키면 어떨까 하고 생각하면서 처음으로 이 작품이 내 안에서 리얼리티를 갖게 됐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 밖에도 <린다…>에는 고교 문화제, 블루하트처럼 일본인들에게 어필할 만한 코드가 있다. 80년대 중반 데뷔한 블루하트는 수많은 카피 그룹을 양산시킨 전설적인 펑크 록 그룹이다. 단순한 청춘 예찬이 아니라 “어른들에게 칭찬이나 받는 바보가 되고 싶진 않아”라고 외치던 블루하트는 일본인들에겐 거칠 것 없는 젊은 날의 상징과도 같다. 규모가 큰 작품은 아니지만, 배두나의 첫 일본영화 출연은 비교적 성공적이라 말할 수 있을 듯하다. 하나 덧붙이자면, 여고생 세일러복은 배두나에게 정말 잘 어울린다. <린다…>는 8월 이후 전국으로 순차 확대 개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