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가이드]
[한국영화걸작선] 탄탄한 스토리텔링의 저예산 B급호러, <원녀>
2005-08-04
글 : 이승훈 ( PD)

<EBS> 8월7일(일) 밤 11시45분

공포영화특선 마지막 편은 1973년작 이유섭 연출의 <원녀>이다. 제목처럼 원한을 품은 여자귀신이 주인공이다. 한국영화가 급격한 쇠퇴기에 접어든 1970년대 한국의 공포영화는 일종의 B급영화로 만들어졌다. 특히 이 당시는 여름이 되면 ‘납량특집영화’라는 이름으로 공포영화들이 유행처럼 제작됐는데, 이 무렵 저예산의 B급 호러들을 잘 만들었던 감독들이 박윤교, 이유섭 등이다. 1970년대 초반엔 이른바 ‘한’ 시리즈가 유행이었는데, 이유섭 감독은 <엄마의 한> <누나의 한> <한녀> 등을 박윤교 감독은 <며느리의 한> <꼬마신랑의 한> <옥녀의 한> 등을 만들었다.

<원녀>는 간단히 말해 귀신과 사람의 애절한 사랑과 그 사랑의 힘으로 이승에 존재하는 악의 세력을 물리친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그 이야기의 근간은 한국의 몇몇 전설이나 고전소설로 이루어져 있다. ‘아랑의 전설’이나 ‘춘향전’이 이 작품에 적절히 녹여져 탄탄한 구성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 작품이 1970년대 초반 공포영화 계보에서 자주 이야기되는 이유도 이런 탁월한 스토리텔링 때문일 것이다. 영화의 초반은 ‘아랑’이나 신립장군의 원녀 이야기를 원용하다가 거의 마지막 부분에선 급격한 반전으로 이끌기 위해 ‘춘향전’의 얼개를 거의 그대로 가져온다. 내용이나 화면도 ‘춘향전’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 작품의 주인공인 처녀귀신은 형상은 귀신이지만 사람과 같은 평범한 존재다. 초월적 힘도 지니지 못했고, 부적에 무력하며, 술사들에게 잡히기까지 하는 나약한(!) 귀신이다. 그래서 사람과 사랑을 하고, 그 사랑의 힘으로 도와주기도 하고 도움을 받아 떠돌이 귀신 신세를 면하는 그런 따뜻한(?) 귀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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