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대표적인 블록버스터 영화인 <우주전쟁>과 <아일랜드>의 한국 흥행결과가 미국과 반대로 나오고 있어 흥미를 끈다. 지난달 21일 개봉한 마이클 베이 감독의 <아일랜드>는 불과 열흘 남짓만에 관객 200만명을 돌파하며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와 달리 정작 미국에서는 큰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아일랜드>는 개봉 2주차까지 고작 2300만달러의 흥행수입을 올리는 데 그쳐 박스오피스 7위로 밀려났다. 첫주에도 1210만달러로 4위에 그쳐 마이클 베이의 명성에 한참 못미치는 오프닝 성적이라는 얘기가 떠돌았다. 일본에서도 흥행성적이 그다지 좋지는 않다.
반면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우주전쟁>은 미국에서 쾌속 순항을 달리고 있다. 개봉한 지 한 달도 채 안돼서 2억달러가 넘는 흥행수입을 올렸으며, 지금도 꾸준한 관객몰이를 하고 있다. 미국 내 성적만 놓고 보면 <아일랜드>에 완승을 거둔 셈이다. 하지만 <우주전쟁>의 국내 성적은 그만큼 화려하지 않다. 지난달 7일 개봉한 <우주전쟁>은 나흘만에 143만명의 관객을 모으며 역대 외화 오프닝 성적 기록을 세우는 등 화려한 출발을 보였지만, 이후 뒷심 부족으로 지난달 말까지 315만명을 모으는 데 그쳤다. 최근 정체기에 접어든 <우주전쟁>이 무서운 기세의 <아일랜드>에 추월당하는 건 시간문제일 듯하다.
이처럼 <아일랜드>와 <우주전쟁> 두 영화의 한국과 미국 내 성적이 크게 엇갈린 데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이 있겠지만, ‘황우석 효과’가 어느 정도 작용했다는 얘기가 적잖게 나온다. 몇달 전 황우석 교수의 배아줄기세포 복제 성공으로 국내에서 인간 복제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진 분위기 속에서 인간 복제를 다룬 <아일랜드>가 개봉돼 관객들의 발길을 이끌었다는 것이다. 자동차 추격장면 등 시원한 볼거리를 통해 여름용 블록버스터의 미덕을 살린 점도 크게 작용했다.
반면 <우주전쟁>의 경우에는 100여년 전 허버트 조지 웰즈가 쓴 원작이나 미국에서 사회적 사건이 됐던 오손 웰즈의 같은 원작의 라디오 드라마가 국내에 거의 알려지지 않아 영화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가 떨어졌을 뿐 아니라, 원작에 충실한 나머지 전형적인 흐름으로 영웅을 만드는 할리우드 영화 문법을 따르지 않은 연출도 생소한 느낌을 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내 관객들은 <아일랜드>가 충실하게 따른 전형적인 할리우드 영화 문법을 미국인들보다도 더 선호한 셈이다.
한편,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375만명), <우주전쟁>(315만명), <아일랜드>(200만명), <마다가스카>(130만명) 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 최근 몇달 동안 극장가를 석권해 왔지만, <친절한 금자씨> <웰컴 투 동막골> 등 한국영화 기대작들이 잇따라 개봉함에 따라 판도가 바뀔 것으로 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