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금자씨>에는 주인공 금자를 따르는 귀여운 사내가 나온다. 같은 빵집에서 근무하는 21살 청년 근식. 알고 보니 청년 근식 역의 김시후는 그보다 세살 아래인 18살 소년이다. 아직 청년이라 부르기가 선뜻 망설여지는…. 양복을 벗고 면바지와 청조끼를 입고 나타나니 다른 사람처럼 보일 정도다. 선하고 여리게 생긴 이 얼굴만 보고는 믿기지 않겠지만, “원래 성격은 불같다”고 한다. 그래서 연기를 시작하면서 가장 많이 배운 건 “자존심 죽이고 사회생활하는 방법”이었다. 그는 많은 대답의 끝을 “많이 배우게 됐어요, 도움 정말 많이 됐어요”라고 맺는다. 하긴 그렇기도 한 것 같다. 근식 역을 하기 위해 빵 만드는 기초작업을 배웠고, 법적으로 아직 면허증을 딸 수 있는 나이가 아님에도 운전까지 배웠다. “남자는 자격증이 있어야 나중에 뭘 해도 해먹고 산다”는 담임 선생님의 가르침에 따라 공고에 갔던 것은 사실 좀 쓸모없게 된 셈이다. 자격증이 있어야 배우를 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중학교 때부터 꿈꿨던 배우의 길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돈을 요구하는 모 기획사와의 안 좋은 추억도 있었지만, 여하간 드라마 <반올림>에 전학생 역으로 출연했고, 그걸 본 박찬욱 감독이 그를 영화의 세계로 초대한 것이다. “오디션에서는 거의 일상생활에 대한 얘기를 많이 했어요. 학교생활이나 개인생활 같은. 연기를 해보이거나 그러진 않았어요.” 고1 때 다섯살 연상의 여인과 사랑해본 경험이 있고, 한편으로 남자친구 있는 여자를 (모르고) 좋아해본 경험이 있는, 그러나 (알고나서는) “어쩌겠어요… 나쁜 짓이잖아요… 뺏는 거는… 아무리 제 사랑이 중요하다지만…”이라고 말하는 이 소년에게서 순수하고 착한 근식을 본다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다. 요즘 그의 일상은 마른 체형에 살을 찌우고, 운동을 하고, 연극 선생님에게서 개인적인 연기 수업을 받는 일이다. “저는 정말 배우의 끝을 알고 싶어요.” 갑자기 던진 이 말이 소년의 진짜 솔직한 욕심인 것 같다.